우리 선생님 - 홀트학교 허남석 교사

지역내일 2010-12-07

“아이들 사진은 저를 정화시켜주는 힘을 가졌죠.”

 참으로 맑은 사람이다. 홀트학교 허남석 교사의 첫 인상이 그랬다. 칫솔질을 하고 올 테니 잠깐만 기다려 달라는 애교(?)섞인 부탁을 하는 허남석 교사. 첫 만남부터 소탈한 모습을 보이는 그와의 인터뷰는 리포터가 받은 첫 인상이 틀리지 않았음을 말해주었다. 

“아이들의 행복한 웃음만 렌즈에 담고 싶어요.”
 “제가 신문에 실린다고요? 별로 내세울만한 일도 없는데…….쑥스럽네요.” 멋쩍어하면서도 준비해 뒀다는 듯, 보여줄게 있다며 TV를 켰다. 3~4분 동안 플레이되는 영상. 그간 허남석교사가 찍은 홀트학교 아이들의 모습이었다. 아이들의 모습은 특별했다. 장애를 하나씩 갖고 있으면서도 사진 속 아이들은 그저 세상 누구보다도 편안하고, 세상 누구보다 행복한 한 존재로 빛나고 있었다. 영상이 끝나도 리포터의 얼굴에 웃음이 가시지 않았다. 가슴은 두근거렸다. 그리고 부끄럽기도 했다.
 “아시겠죠. 제가 아이들을 찍는 이유예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제 자신이 정화되는 것을 느낍니다. 교사로서 아이들에게 부끄러움이 없었는지도 반성하게 돼요.” 허 교사의 말을 듣고야 왜 그가 영상부터 보자고 했는지 이해가 간다.
 제2회 전국 장애이해 사진 및 UCC공모전 사진부문에서 장려상을 수상할 정도로 사진에 일가견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찾은 허남석 교사. 그런데 그의 사진은 기대와는 달리 소박하다. 피사체도 그가 가르치는 아이들의 모습이 전부다. 하지만 그의 사진에는 뛰어난 전문가도 담지 못하는 어떤 힘이 있다.
 “아이들이 웃는 모습만 담으려고 노력해요. 일반적으로 ‘장애’라고 하면 우울하고, 힘들고, 어두운 부분만을 생각하기 쉽지만 제 사진을 통해 이 아이들도 남들과 다름없이 웃고 떠들며 즐길 줄 아는 밝은 아이들이란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가 카메라를 본격적으로 잡기 시작한 것도 한 장의 사진이 준 느낌 때문이었다. 홀트학교 30년 역사집에 실린 한 장의 사진. 목발을 짚고 먼 곳을 바라보는 한 아이의 모습은 허교사로 하여금 ‘장애’라는 것에 대한 의미를 한 번 더 곱씹게 되었다고 한다.
 생각해보니, 영상 속 아이들의 모습도 웃는 모습이 대부분이었다. 너무 웃다가 울어버리는 친구의 모습까지 담겨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웃는 모습만을 포착해 내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닐 터. 그 노하우를 물었다.
“사실 ‘장애’라는 것이 어렵고, 힘들고, 어두운 부분이 없지 않아요.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라는 거죠. 특수교육은 보육과 함께 병행되어야 하는 부분이라 아이들을 제 자식 키우듯 돌보게 됩니다. 그러면 이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언제 기뻐하는지 알게 되는 건 기본이죠.” 우문현답이다. 

남들은 천천히 가라 하지만, 나는 달리는 게 좋습니다
 이번 공모전에서 입상된 사진도 허교사가 가르치는 아이들 중 한 아이를 찍은 사진이다. 그럴 듯한 풍경도, 화려한 색감도 없다. 그저 편안한 트레이닝복을 입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뛰어가는 한 아이만 있을 뿐이다. “남들은 천천히 가라 하지만, 나는 달리는 게 좋습니다.” 그 아이의 심정을 대변한 듯 붙여진 문구가 심금을 울린다. 누군가 그랬었다. 신체적 장애와 심리적 장애 중에 무엇이, 누가 진짜 장애인가를 생각해보라고. 한 장의 사진은 그에 대한 답을 말해주는 듯 했다.
 전문적인 사진기자가 아니지만 그도 셔터를 누를 때 고집하는 점 하나는 있다.
 “아이의 눈을 되도록 담으려고 해요. 눈을 통해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다고 하잖아요. 사진을 통해 그 아이의 마음이 전달되었으면 합니다.”
 허교사는 이렇게 찍은 천사 같은 아이들의 모습을 액자나 앨범으로 담아, 학교생활을 시시콜콜 들여다 볼 수 없는 학무모들에게 선물도 한다.
 “ ‘내 아이가 이런 면이 있었어? 우리 아이가 학교에선 이런 표정을 하는구나.’ 하고 부모들이 좋아해요. 아이들도 자기 사진을 보며 신기해하고 좋아하죠. 그럴 때 저도 보람을 느끼고요.”
 마지막으로 사진의 매력이 무언지 조금은 식상한 질문을 던졌다. “우리는 자기 눈높이에 맞는 세상밖에 볼 수 없습니다. 또 그것만 보려고 하죠. 하지만 카메라는 달라요. 나보다 낮은 곳, 혹은 높은 곳 모두를 있는 그대로 렌즈에 담을 수 있어요. 눈으로 보는 세상과 렌즈에 비치는 세상은 다르거든요.”
 인터뷰 내내 리포터에게 부탁을 하는 허 교사. “기회가 되면, 우리 아이들이나 홀트학교 같은 특수학교에 대해 알려주셨으면 해요” 꼭 그러리라 약속을 하며 인사를 하고 나섰다. 그런데 유독 볕이 잘 들어오는 교실 구조 덕분이었을까. 아이들의 고운 모습을 담은 따뜻한 사진들 덕분이었을까. 칼바람이 쌩쌩 부는 추운 날이었지만 홀트학교를 나서는 길은 온기로 충만했다.
남지연 리포터
lamanua@naver.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