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그림책 삽화전 - 문화산책

체코의 미키마우스, 아기두더지 ‘크르텍’이 왔다.

재미있는 읽을거리, 삽화, 눈길 끄는 애니메이션까지

지역내일 2011-01-09
신묘년 새해가 밝았다. 나는 여전히 그대로인데 아이는 해가 다르게 쑥쑥 자라더니 어느새 키가 내 가슴팍에 닿는다. 아직 혼자서는 아파트 단지 밖도 나간 적이 없는 아이인데 얼마 전에는 초등학교 취학통지서도 날아왔다. 드디어 아이는 날개를 파닥이며 세상 밖으로 날아가야 할 때를 맞이했나 보다. 이젠 외출을 해도 서로 의견을 조율해서 목적지를 선택해야 할 만큼 의견도 분명해졌다. 그래서 우리 모녀는 쏟아져 나오는 책과 향기로운 커피향 가득한 카페가 있는 집 앞 대형 서점 대신, 지하철을 타고 가 얼굴을 때리는 찬바람을 맞으며 한참을 걸어 올라가야 하는 도서관으로 갔다.

체코에서 온 아기두더지 크르텍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은 따뜻했다. 마침 국내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체코 그림책 삽화전, 체코에서 온 아기두더지 크르텍>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이번 전시에는 <두더지와 자동차>, <두더지와 겨울> 등 즈데넥 밀레르의 애니메이션 작품 및 그림책 속의 삽화 20점, 세계 각국 언어로 번역된 체코 동화책 60권이 선보이고 있었다. 여기에 크르텍 캐릭터가 그려진 비치파라솔이 달린 테이블, 간이 그네, 크르텍 모형 사진촬영대 등이 놓여있어 어린 관람객들의 마음을 유혹하고 있었다.

우리에게는 다소 낯선 캐릭터인 ‘크르텍’. 하지만 아기두더지 크르텍은 체코의 미키마우스라고 불릴 만큼 대단히 유명한 캐릭터로 1956년 프라하에서 태어났다. 크르텍이 태어난 지 50여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체코 어린이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은 물론, 유럽을 지나 중국, 일본 등 아시아에서도 어린이 팬들이 늘고 있다고. 

크르텍의 원작자인 ‘즈데넥 밀레르’는 어린이들을 위한 교육용 영화의 주인공을 찾다가 미국 월트 디즈니로부터 영향을 받아 아기두더지 크르텍을 만들었다. 크르텍이 주인공으로 만들어진 첫 번째 영화가 바로 ‘두더지는 바지가 필요해’로 그 당시 체코에서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 귀엽고 밝은 인상의 크르텍의 인기는 중부유럽을 넘어 1960년대 후반에는 서유럽까지 퍼져 나갔고, 베니스 영화제에서 은사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 후 발표된 크르텍 영화와 책들이 전 세계에서 개봉되고 출판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흥미진진한 스토리에 섬세하면서도 화려한 삽화 돋보여
쓰레기 더미에서 발견한 고장 난 우산을 고쳐 모험을 떠나는 아기두더지 크르텍. 우산은 낙하산도 되고 보트, 그네, 보금자리로 끊임없이 변신한다는 내용을 담은 <아기두더지와 우산>. 커다란 주머니가 달린 파란 바지를 갖고 싶은 아기두더지가 생쥐, 개구리, 황새, 고슴도치, 거미의 도움을 받아 드디어 갖고 싶던 파란 바지를 갖게 되는 이야기 <두더지는 바지가 필요해> 등 흥미진진한 내용을 그대로 담은 섬세하면서도 아름다운 색감의 삽화들은 아이들이 동화와 현실을 혼동할 만큼 뛰어나다. 대형 브라운관 앞에 삼삼오오 앉아 크르텍 애니메이션을 시청하는 아이들은 중간 중간 아기두더지의 활약을 보며 흥분하기도 한다. 

전시회를 즐기는 아이를 보고 있노라니 10년도 훨씬 전 찾아갔던 체코 프라하의 기억이 떠오른다. 90년대로 접어들면서 해외여행 자유화 바람이 불기 시작했고 그 시절 젊은이들에게 유럽배낭여행은 들불처럼 빠르게 번져갔다. 당시 배낭여행객들이 많이 찾은 곳이 체코 프라하였다. 그 배경에는 소련의 침공으로 자유를 잃은 체코의 1960년대 ‘프라하의 봄’을 배경으로 쓴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과 프라하에 대한 동경이 담겨져 있었다. <체코 그림책 삽화전>은 엄마에게는 동화처럼 아름다운 중세도시 프라하의 추억이, 아이에게는 신나는 아기두더지의 모험과 열정이 있는 따뜻한 전시였다.

tip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찾아가는 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8번 출구나 9호선 신논현역 5번 출구에서 역삼동 방향으로 걷다 과학기술회관 방향으로 올라가면 국기원 간판이 보인다. 왼편에 보이는 노란건물이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이다.

박수진리포터 icoco19@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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