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엄마들, 품앗이 교육으로 뭉쳤다

엄마들 특기 살려 사교육비 줄이고 내 아이 맞춤형으로 교육

지역내일 2011-01-17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국 입시 학원 수는 77%가 늘었고, 이들 학원들이 올린 수입은 5년 전에 비해 92.3%가 증가했다고 한다. 정부는 2010년에 학원교습시간 제한, 외국어고 입시 개편, EBS교재 수능연계 강화 등의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잇달아 제시하면서 2010년 3월부터 학원 매출액이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렇지만 입학사정관제를 대비한 새로운 사교육 시장이 확대되고, 학원비 인상의 측면도 있어 실제로 학부모들은 사교육비가 줄어들었다고 실감하기 어렵다. 

이처럼 사교육 시장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못하는 데는 부모들의 높은 사교육 의존도와 사교육을 시키지 않았을 때의 불안감도 큰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특히 사교육 일번지하고 할 수 있는 강남과 목동 일대에서 사교육비 절감과 내 아이 맞춤형 교육을 위해 엄마들이 품앗이 교육을 실천하고 있는 사례가 있어 소개해 본다.


Case 1. 학습 도우미 품앗이 

사교육비 줄이고 학습 습관 길러주는 아이 맞춤형 학습 매니저
아이들이 게을러지기 쉬운 겨울방학, 특히 요즘같이 쌀쌀한 날씨의 아침은 잠에서 깨어나서도 이불 속의 포근함을 과감하게 뿌리치기 어렵다. 아침 일찍 정해진 스케줄이 없으면 학교 다닐 때처럼 일찍 일어나기 어려운 겨울방학. 그래서 중·고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방학 때 아침 일찍 시작하는 학원을 선호한다. ‘일단 학원에 보내면 그래도 배우는 것이 있겠지’하고 안심하는 부모들, 하지만 아침부터 학원으로 내몰린 아이들은 정작 많은 아이들 속에 파묻혀 멍하니 있거나 쏟아지는 지식의 홍수 속에서 깊이 없는 수박겉핥기식 공부를 하고 있지는 않을까?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Y군과 H군의 두 어머니는 이런 걱정도 해결하고 사교육비도 줄일 겸 품앗이 학습도우미로 나섰다. 방학 전부터 Y군의 어머니 김소연씨(가명, 43세)와 H군의 어머니 이수정씨(가명, 43세)는 직접 만나거나 전화연락을 통해 아이들이 방학 때 꾸준히 습관처럼 공부했으면 하는 과목과 학습시간, 학습계획 등에 대해 논의했고, 교재 선정에서부터 진도계획과 평가계획까지 철저하게 준비했다. 

방학이 시작되면서 평소 독서와 글쓰기에 관심이 있는 이씨는 신문논술과 비문학 독해를 월·수·금요일 아침 8시에 지도하고, 영어에 관심이 있는 김씨는 영어어휘학습을 화·목·토요일 아침 8시에 지도하고 있다. 자연히 아이들은 8시 수업 준비를 위해 7시 전에는 일어나야 한다. 김씨와 이씨가 아침 8시라는 이른 시간을 선택한 이유는 아이들이 게을러지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대치동의 같은 아파트, 같은 동에 살고 있어 외투만 걸치면 부담 없이 오갈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더구나 두 아이는 진로 성향과 학습능력도 비슷해 함께 학습하며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한다.

신문학습은 이틀간의 신문을 보고 시사적이거나 논지가 확실한 글을 선정해, 어휘공부와 요약 및 의견쓰기 연습을 한다. 비문학 독해는 시중의 교재를 정해 날짜별 학습량에 따라 과제로 문제를 풀어오면 함께 모여 답을 맞춰보고 오답의 원인을 확인하는 과정으로 진행한다.

영어어휘학습은 정해진 분량의 어휘를 과제로 암기한 후 정해진 시간에 모여 테스트를 하는 형식으로 진행한다. 테스트는 카드 및 괄호 넣기 형태 등 다양한 방법으로 실시해 복습효과를 높이고, 시험을 잘 볼 경우 적절한 ‘당근’도 제시해 학습욕구를 높여주고 있다. 

Y군과 H군은 처음에는 아침 일찍 하는 공부라 부담도 됐지만 함께 공부하다보니 서로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더 노력하게 되고 학원을 오가는 시간과 사교육비도 줄일 수 있어 좋다고 했다.


Case 2. 체험 활동 품앗이

다양한 체험 활동, 아이들이 직접 기획·경험할 수 있도록 코치
어, 수학 등의 학습으로 바쁜 요즘 초등학생들, 그래도 방학인데 다양한 경험을 쌓기 위한 체험학습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집집마다 한두 명의 자녀가 전부인 요즘, 형제간 나이 차이라도 있으면 함께 체험학습하기도 쉽지 않다. 그렇다고 아이 혼자서 이것저것 체험활동을 경험하게 하자니 효율성도 떨어지고 재미도 덜한 것 같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5학년 초등학생 자녀를 둔 네 집이 뭉쳤다. 네 집의 아이들은 모두 6명, 아이들은 모두 같은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고, 같은 아파트 이웃이다. ‘꿈꾸는 아이들’이라는 모임의 이름도 있다. 이 모임의 아이들은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이 되면 1주일에 한 번씩 모여 본인들이 하고 싶은 다양한 체험활동을 직접 기획하고 체험한다. 물론 엄마들이 돌아가면서 코치 역할을 하고 있다. 

기획하는 체험활동도 다양하다. 집에 모여서 하는 체험활동으로는 볶음밥, 샌드위치, 케이크 등 먹을거리 만들기에서부터 머리핀 만들기, 세계지도 그리기, 연극 등을 하고 있다. 아이들이 기획하면 코치를 맡은 엄마는 재료준비 등을 도와준다. 외부 체험활동으로는 함께 공연보기, 박물관·미술관·고궁 등의 견학, 도자기 만들기와 같은 공예 활동 체험 등을 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 견학의 경우 모든 계획을 아이들이 짜기도 한다. 출발시간을 정하는 것에서부터 교통편과 가는 방법, 점심과 간식, 견학 시간, 도착 후 활동 등을 스스로 기획한다. 엄마들의 역할은 경비 지원과 적당한 간격을 두고 따라가는 것뿐이다. 

모임을 이끌고 있는 박미영씨(가명, 38세)는 “아이들이 다양한 체험활동을 하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되지만, 하고 싶은 일들을 스스로 정하고 어떤 방법으로 할 것인가를 고민해 보는 과정에서 서로 양보하고 배려하는 마음도 생기고 시행착오를 통해 협동심도 배울 수 있어서 좋다. 귀찮고 힘들 때도 있지만 각박한 도시의 아이들에게 어린 시절의 좋은 추억을 만들어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엄마들이 힘이 난다”고 말했다.


Case 3. 특별 활동 품앗이

엄마들의 특기 살려 다양한 특별 활동 프로그램 운영
요 과목의 사교육비만도 만만치 않은 요즘, 예체능까지 가르치려면 ‘엔젤지수’는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난다. 초등학교 4학년인 아들을 키우고 있는 정미숙씨(39세)는 어떻게 하면 예체능만큼은 사교육이 아니라 재미있게 즐기면서 배우게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본인이 학교 음악선생님이기도 해서 아이에게 직접 악기연주 지도를 해봤지만 아이는 혼자서 엄마에게 배우는 것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우연히 시간을 내 학부모 모임에 나가 엄마들과 친해지다 보니 의외로 엄마들의 숨겨진 재능이 많았다. 

취미로 배운다고는 하지만 수준급 그림 실력을 지니고 있는 A씨, 영어를 전공해 자유자재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B씨, 친화력이 좋아 누구하고도 쉽게 친해지는 C씨 등을 알게 되면서 정씨는 엄마들에게 방학을 이용해 엄마들의 특기를 살려 품앗이 교육을 해보자고 제안했다. 처음에 주춤하던 네 명의 엄마들이 자신의 재능을 내 아이만이 아닌 나름대로의 작은 공동체 모임을 위해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하자 적극적으로 나섰고, 가능한 엄마들은 방학이 아닌 학기 중에도 품앗이 교육을 지속하고 있다.  

정씨는 방학을 이용해 리코더, 단소에서부터 풍물놀이까지 지도하고 있고, A씨는 미술지도를 맡게 되었다. 요즘은 날씨가 추워서 야외 활동을 할 수 없지만 날씨가 좋은 계절에는 아이들과 가까운 공원에 나가 수채화를 그리기도 한다. B씨는 팝송을 이용해 영어를 지도하고 있다. B씨는 다양한 팝송을 통해 아이들이 쉽고 재미있게 영어를 받아들이며 즐겁게 흥얼거리는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친화력이 좋은 C씨는 주말 저녁에 품앗이 교육 멤버만이 아니라 이웃 아이들을 더 모아 학교 운동장에서 축구를 시켰다. 처음에는 저녁시간에 아이들만 보내는 것이 불안했던 엄마들도 C씨가 음료수와 마실 물을 들고 보호자 역할을 하자 안심하고 보내기 시작했다. 축구 모임은 점차 활성화되어 한 아이의 아버지는 코치 자원봉사로 나서기도 했다. C씨는 요즘 날씨가 계속 추워 아이들이 뛰어놀 수 없어 아쉽다고 했다.


이선이 리포터 sunnyyee@dreamwiz.co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