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어느 날, 고잔동 푸르지오 5차에 사는 최모씨는 집으로 배달 된 ‘새주소 사용을 위한 안내문’을 들고 있었다. 안내문에는 단원구 고잔동 712 몇 동 몇 호로 표시되던 그의 집 주소가 단원구 광덕로2가 121로 바뀐다고 되어있다. 아파트 동·호수는 물론 동일하게 유지 되지만 고잔동과 아파트 이름은 쓰지 않아도 되고, 편의를 위해 괄호로 표기해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 이었다. 기존의 주소에서 중요시 되던 동 이름과 아파트명이 거의 무용지물이 되는 거였다. 즉 이번에 바뀌는 ‘새주소’의 핵심은 종전의 지번주소 대신 도로명주소로의 변환이다. ‘여태 불편함 없이 써 온 주소를 왜 번거롭게 바꾸지?’ 생각이 들었지만 예전에 주소 들고 거리를 헤매던 기억이, 쉽게 사고 현장으로 달려오던 외국의 경우가 생각나 안내문을 자세히 읽어 보았다.
도로 위주로 개편된 주소
지난 11월 30일은 정부가 96년부터 준비해 온 도로명주소 예비안내 기간이 끝나는 날이었다. 도로명예비안내란 ‘새주소 사용’으로 바뀐 주소의 안내도 배포와 인터넷 서비스 등을 이용한 대국민홍보를 말한다. 국민편의와 국가 경쟁력 향상을 목적으로 한 새주소 사용은 내년 하반기부터 사용 가능하며, 이후에는 기존 지번주소와 병행 사용 후 2012년 1월 1일부터 본격적으로 사용된다. 새주소는 지형도와 지적도를 통한 기초조사를 데이터베이스(DB)화 시킨 후 도로구간과 시점 및 종점 건물현황, 주출입구 등을 고려해 도로명과 건물 번호를 부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도로에 이름을 붙이고 건물에 규칙적인 번호를 붙인 것이 새주소가 정해진 원리. 현재 지번주소가 시도-시군구-읍면동-지번-상세주소로 되어 있다면 새주소는 시도-시군구 다음에 도로명이, 그 후엔 건물번호가 매겨지는 것이 특징. 따라서 최씨의 주소 광덕2로는 ‘광덕대로의 십(+)자로 교차하는 두 번째 도로’라는 의미가 적용된다. 도로는 폭에 따라 8차로 이상은 대로(大路), 2~7차로는 로(路), 그 외의 길은 길로 표기된다. 건물번호는 도로의 시작 지점부터 끝 지점까지 20m 간격으로 도로 왼쪽에는 홀수, 오른쪽에는 짝수가 부여된다. 도로명은 지역적, 역사적, 연속성 특성 등과 주민의 의견을 종합하여 시에서 부여하게 된다.
대국민 응급 서비스 등에 유리
그러면 나라 경제도 어려운데 큰 불편 없이 쓰던 주소를 왜 고칠까? 자료의 정보화에서 도로 이름을 정하고 간판을 제작하는 일에도 만만찮은 예산이 소요 되고, 국민에게 알리기까지의 긴 시간과 비용, 그 기간의 혼돈은 환산할 수 없을 텐데... 이 때문에 새주소 사용은 행정낭비라는 지적도 있다. 안산의 경우는 특히 계획도시로 기존 주소로도 목적 장소 찾는 것이 그리 힘들지 않았다는 게 중론. 성포동 선경아파트에 사는 한 시민은 “자신의 집 주소가 성포광장 몇 번지로 바뀐다”면서 “주변에 광장이 한군데도 아닌데 도대체 어느 광장을 기준으로 한 것인지 알 수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새주소 사업은 국가적 차원의 사업이라 적극 수용해야 한다는 시민도 대다수이다. 외국에서 오랜 기간 살던 경험이 있다는 한 시민은 어렵고 힘든 일이지만 언젠가 해야 할 일이라면 빨라서 나쁠 게 없다는 의견을 보인다. 좁은 국토에서 지나치게 많이 드는 물류비나 대국민 응급 서비스 등의 저효율의 근저에는 지번주소의 불편함이 한몫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비계획 도시인 서울, 부산 등은 주소번호가 순서대로가 아닌 집 지어진 순서로 매겨진 경우도 있어 새주소 도입이 더욱 절실한 상황이다. 이 외에 우정사업부의 우편물 반송비, 택배와 배달업의 저효율화, 교통혼잡비용 등도 새주소 사용의 필요성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모든 일에는 명암이 있는 법. 새주소 사용에 따란 찬반 의견 중에는 대외적인 명분 외에 자신의 이익과 연결되는 경우가 있어 이에 따라 찬반이 나뉘기도 한다. 우편배달을 하는 한 집배원은 “효율적으로 우편물 배송하는 것은 좋은데 그러면 인원 감축도 있는 것 아니냐?”며 묻는 경우가 그 예! 부동산 관련 계약서는 종전처럼 지번 주소를 사용하고, 당사자 표시에는 새주소를 사용 할 방침이다. 한다. 임대차 계약 시에는 주소와 부동산 표시의 일치가 매우 중요하므로 도로명 주소가 정확한지를 확인하여 사용해야 한다. 주민등록증이나 운면면허증 등 증명서는 내년 하반기부터 순차적으로 변경 예정이다.
남양숙 리포터 rightnam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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