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지역 문화인물 - 만화가 김홍모

지역내일 2010-12-14

동심 지켜주는 태권브이 아저씨

 흔치않은 명랑모험만화 「두근두근 탐험대」를 처음 만났을 때 ‘물건이다’ 싶었다. 명랑한 척 하면서 훈계하거나 모험인 척 하면서 교과서를 읊지 않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야말로 ‘만화’라서 반가웠다. 어릴 적부터 만화가를 꿈꿨고 결국 만화가가 된, 순정한 만화가 김홍모(39)를 만났다. 

어린 시절 가난이 준 상처 보듬어 준 만화
 그는 연천군 전곡이 고향이다. 집에는 대문이 없었다. 도둑이 들어도 훔쳐갈 게 없을 만큼 가난했다는 뜻이다.
 “가난 때문에 받은 상처가 많았어요. 초등학교 3학년인가. 아주머니들이 불우이웃이라고 불러서 웃으면서 옷도 주고 선물도 주는데 뭔가 좋은 느낌이 아니었어요. 새 겨울 잠바를 받고도 기분이 안 좋았어요.”
딱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어린 마음을 아프게 긁고 지나간 크고 작은 일들. 거기에 약을 발라 준 것은 만화였다. 큰 형이 만화가 이상무 씨의 초대 문하생이라 집에는 늘 만화책이 있었다.
 “그때 만화들은 대부분 가난한 아이들이 주인공이었어요. 「달려라 꼴찌」(이상무. 1984), 「울지 않는 소년」(이상무. 1979)에 나오는 가난한 아이, 고아들이 자라는 과정을 보면서 위안을 받고, ‘나도 커서 꼭 만화가가 돼야지’ 하면서 자랐죠.”
 미술부였던 중학생 시절, 여러 대회에 나가 상을 받았다. 그러다 3학년 때 마지막으로 나간 대회에서 일등 자리에 있던 그의 그림이 4등자리로 밀려난 것을 보았다. 연천 지역 교장들의 입심으로 순서가 뒤바뀐 것이다.
 “선생님이 와서 미안하다고 하더라고요. 자기는 아무 얘기도 할 수 없었다면서. 너무 억울하고 분했어요. 전문적으로 공부를 해서 바꿔보고 싶다는 얘기를 그때 처음 했어요.”
 그의 생각을 들은 미술 교사는 ‘서울에 예고라는 곳이 있는데 경쟁이 세서 너는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재수를 해서라도 가겠다고 우겨서 계원예고에 원서를 썼다. 결과는 합격. 경쟁률은 14대 1이었다.  

약자 품어 안는 따뜻하고 당당한 만화가
 인터뷰 내내 작가의 얼굴에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슬픈 기억과 부조리한 세상을 말하면서도 신기하게 명랑했다. 비밀은 아버지가 아닐까. 그의 뒤에는 언제나 믿고 응원해 준 아버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삼수를 거쳐 홍익대 동양학과에 들어가 학생운동을 할 때도 아버지는 “앞에만 서지 마라”면서 지지해 주셨다.
아들을 그대로 받아들인 아버지만큼 작가도 자신이 걸어온 삶을 송두리째 껴안았다. 그의 만화 「소년탐구생활」(2006.길찾기)은 자전적인 만화로 휴전선 근처에 있는 시골마을에서 자란 소년의 이야기다. 그림책 「구두발자국」(2008.북스)은 어릴 적 겪었던 눈 오는 날의 추억을 그리고 있다. 
 그림책 「누나야」(2009.북스)도 마찬가지다. 어린 시절 뿐이 아니다. 독립군의 이야기를 녹여 낸 SF만화 「항쟁군-평행우주」(2007.청년사)와 「소년탐구생활」은 프랑스어로 출간되었고, 대학 시절 감옥에서 겪은 일을 그린 「좁은방」은 서울애니메이션제작센터의 지원을 받아 제작중이다.
 “약자의 편에 서고 싶어요. 어떤 그림을 그리던지. 강자의 편에 선 이야기는 너무 많거든요. 어린이, 여성, 도시빈민들, 그런 사회적인 약자들의 편에 서고 싶어요.”
 힘들게 자랐지만 부끄러워하지 않고, 가난했던 기억을 창작의 원천으로 삼는다. 자신을 긍정하고 이웃을 품어 안는 그의 작품은 그래서 밝고 명랑하고 당당하다.

창작어린이만화잡지 만들어 어린이에게 용기 주고파
 이 시대, 가장 아프게 살고 있는 약자는 누구일까. 작가는 어린이의 현실에 주목했다. 어린이 명랑 만화를 기획하다‘6학년은 죽도록 공부할 때’라는 플래카드를 보았다. 요즘 아이들의 삶이 녹록치 않아 보였다.
 “아이들은 힘이 없거든요. 어른들이 부당하게 해도 뭐라고 못해요. 그래서 태권브이를 그렸어요. 태권브이는 악당을 물리치는 정의롭고 힘 있는 존재인 거예요.”
「두근두근 탐험대」에 나오는 명랑 소녀 소희, 수줍은 깍두기, 개구쟁이 동동이와 수우는 용의 나라, 소인국과 거인국으로 모험을 떠난다. 인간이 어지럽힌 환상 세계를 치유하기 위해서다. 어렵고 힘든 고비마다 아이들은 지혜와 용기를 모아 헤쳐 나간다.
 “아이들한테 용기를 주고 싶었어요. 네가 꼴찌를 해도 이상하거나 잘못된 게 아니다. 네 인생의 주인은 너고, 너는 충분히 소중한 존재라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그는 요즘 「보물섬」같은 창작어린이만화잡지를 기획하고 있다. 꿈이 뭐냐고 물으면 공무원, 펀드매니저를 꼽는 요즘 어린이들에게 다양한 꿈을 꾸며 상상할 수 있는 만화를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다. 그는 끝내 어린이 편에 서있을 것 같다. 태권브이처럼 씩씩하게, 동동이처럼 “헤헤” 웃으면서.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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