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스타 꿈꾸는 다솔이의 희망 찾기

장애청소년 바리스타 양성 프로그램 ‘카페지기’

에스프레소 커피 만들며 ‘할 수 있다’는 자신감 생겨

지역내일 2011-01-17

장애청소년 바리스타 양성 프로그램 ‘카페지기’
바리스타 꿈꾸는 다솔이의 희망 찾기
에스프레소 커피 만들며 ‘할 수 있다’는 자신감 생겨


“안녕하세요. 카페지기입니다. 따뜻한 커피 한 잔 드시고 가세요.” 함박눈이 내려 온 세상이 하얗던 지난 수요일. 도봉서원종합복지관 로비 1층에서는 까만 앞치마를 두룬 지적장애 청소년들이 만드는 에스프레소 커피 판매실습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 중 유난히 몸집도 작고 여린 다솔이는 조금은 느린 손놀림이지만 평소 연습하던 대로 열심히 주문받은 커피를 만들었다.
대근육, 소근육 사용이 미숙한 김다솔 양(창동고2)은 지적장애 2급을 가진 여고생이다. 하지만 다른 누군가를 위해 커피를 만드는 이 순간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하다. “다솔이가 그동안 다양한 취미활동은 해 왔지만 본격적인 직업 재활훈련을 받는 건 처음이예요. 성격이 밝고 야무진 데다 ‘바리스타’라는 일반인들과 같은 직업기술을 배운다는 데서 스스로 자부심을 얼마나 느끼는지 몰라요.” 다솔이와 함께 지난 1년간 학부모 자원봉사자로 활동해 온 엄마 김근향 씨는 다솔이의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자, 그림자와 같은 존재. 언어 표현 능력이 서툰 다솔이를 위해 일일이 옆에서 거들고 챙기지만 ‘카페지기’활동을 하면서 자신감도 부쩍 늘고 재미있어하는 딸의 모습은 오히려 삶의 활력소가 됐다.
2009년 8월 장애기능특화복지관으로 선정된 도봉서원종합복지관에서는 지적장애청소년의 졸업 후 직업재활을 위한 장애청소년 바리스타 양성 프로그램인 ‘카페지기’ 활동을 시작했다. 3년 과정의 카페지기는 다솔이를 비롯해 10여 명의 지적장애청소년들과 자원봉사자, 지도교사들이 참여한다. 그리고 지난 12월 27일(월)부터 29일(수)동안 현장판매실습이 진행됐다. 그동안 현직에 있는 바리스타 자원봉사자들로부터 배우고 익힌 커피 제작을 에스프레소 기계를 이용해 실제 주민들을 대상으로 판매 실습하는 것으로 올 8월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주민들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힘찬 목소리로 손님을 응대하며 커피를 만드는 학생들에게 커피가 맛있다는 격려의 말도 잊지 않았다. 장애학생들에겐 자신감과 사회성을 높여주고 지역 주민들에겐 장애아들의 편견을 없애는데 카페지기가 큰 도움이 됐다. 이렇게 3일간 방문한 지역주민은 100여명이고 200잔 가량의 음료가 판매됐다.
“카페지기 활동이 재미있어 앞으로도 계속 이 일을 했으면 좋겠어요.” 어눌한 말투지만 다솔이의 진심이 느껴졌다. 그래도 숙련된 일반인이 할 수 있는 바리스타 과정이 힘들진 않았을까. “지적장애청소년들은 일반인에 비해 조금 느릴 뿐이지 4단계를 거쳐 만들어지는 커피를 정석대로 만들어요. 어찌 보면 너무 융통성이 없죠. 하지만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하기에 어렵지 않을까하는 생각은 선입견에 불과해요. 실제 옆에서 지켜보면 꼼꼼히 매뉴얼대로 만드는 게 참 잘한다는 생각이 먼저 들어요.” 김근향 씨는 “요령을 피울 줄 모르는 이런 점들이 오히려 직업재활훈련엔 장점으로 작용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카페지기가 여기까지 오는 데는 어려움도 많았다. 처음엔 에스프레소 머신이 없어 손으로 직접 내리는 드립커피부터 배워야 했다. 그러던 중 로즈버스의 후원으로 원두가 무상으로 공급됐고 기계 비 지원도 받았다. 막상 기계가 왔지만 따듯한 커피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우유 스팀 과정에서 연습할 우유가 부족해 물을 가지고 한 날도 많았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힘든 건 이렇게 몇 년을 배우고도 졸업 후 마땅히 갈 곳이 없다는 현실. 그것이 더 막막하고 답답했다.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김성환 사회복지사는 “지적장애인이 정규교육과정 후 사회인으로 자립하기 위해서는 직업재활이 필수적 요소지만 단순히 프로그램으로 그치지 않고 졸업 후에도 직업으로 이어나가려면 지역사회의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카페지기를 하면서 다솔이와 엄마에겐 작은 꿈이 하나 생겼다. 바리스타 과정이 끝나면 다솔이와 함께 운영할 수 있는 작은 카페를 하나 여는 것. 세상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가는 다솔이를 위해 가족들이 바라는 것은 거창한 일이 아니었다. “아이가 즐거워하는 이 일을 함께 하는 것. 그저 일반인들 속에서 같은 공기를 마시며, 이 세상 풍경을 함께 보고 느낄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그리고 그게 다솔이와 저의 희망이기도 하답니다.”
최영은 리포터 claymaki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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