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학년도 수능개편 무엇을 위한 것인가?

국·영·수 수준별 시험만 반영된 속 빈 강정

지역내일 2011-02-14

지난 1월 26일 교육과학기술부는 2014학년도 수능개편안을 확정 발표했다. 지난해 8월 발표했던 수능개편 시안의 내용 중 국어·영어·수학 수준별 시험을 실시하는 것과 탐구영역 선택과목을 3과목에서 2과목으로 줄인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 원점으로 돌아갔다. 개편목표는 수험생들에게 과도한 시험 준비 부담을 덜어주고 별도의 사교육 없이 학교 수업을 통해 준비할 수 있는 수능이 되도록 해 고교교육 정상화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당초 시안에서 핵심내용이 빠진 채 이번에 발표된 확정안은 과연 이 목표에 부합하는 것일까?
그동안 대학입시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했던 수능의 비중을 약화시켜 대입 선진화에 방향을 맞추고 공교육을 정상화시키기 위해서라면 다소 반발이 있더라도 본래의 취지를 살렸어야하는 것은 아닌가? 이번 발표된 수능개편 확정안에 대해 강남지역 학부모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수준별 시험, 공부부담 줄어들기보다 공부편식 강요
수능개편 확정안의 핵심은 수준별 시험이다. 기존의 언어·수리·외국어 영역을 국어·영어·수학으로 과목 명칭을 변경하고 각각 A형(쉬운형)·B형(어려운형)으로 나누어 수준별 시험을 제공하여 선택할 수 있게 했다. 과목 명칭이 바뀌는 것은 기존의 범교과적 출제 방식을 교과 중심의 출제 방식으로 바꾸겠다는 취지이고, A·B 두 가지 유형의 수준별 시험은 필요 이상으로 어려운 시험을 보는 수험생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함이다. 

이에 대해 대치동에 사는 중3 여학생의 학부모 K씨는 “아이가 인문사회계열을 희망하기 때문에 세 과목 모두 기존 수능 수준으로 봐야해 사실상 바뀐 것이 없다. 괜히 복잡해진 것 같고, 국어나 외국어의 경우 상대적으로 등급이 불리해질 것 같아 더 준비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라고 말했고, 도곡동의 중3 남학생의 학부모 J씨는 “아들은 인문사회계열로 진로를 희망하는데 수학을 좋아하고 잘한다. 수능에서 수리 가형에 응시해 가산점을 받으려고 생각했었는데 이제 국어를 B형으로 보기 위해서는 수학은 무조건 쉬운 A형으로 봐야한다니 아이의 장점을 살릴 수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공계열을 희망하는 학생의 경우는 상황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 개포동의 중3 여학생의 학부모 P씨는 “아이가 생명공학분야로 진로를 희망하는데 책 읽기를 좋아하고 국어를 잘해 융합형 인재로 성장할 수 있겠구나 생각했는데, 국어를 쉬운 A형으로 준비해야하니 공부부담은 줄어들지 모르지만 인문사회 분야의 공부를 소홀히 할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반면에 대치동의 중3 남학생의 학부모 L씨는 “그동안 과학고를 준비하느라 국어 공부를 소홀히 했었는데 국어시험을 쉽게 볼 수 있어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벌써부터 발 빠른 고교들은 1학년부터 문·이과 계열을 분리해 반 편성을 할 계획이다. 공부부담을 줄이겠다는 수능개편이 문·이과 편 가르기로 공부 편식을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탐구과목 통합과 한문·제2외국어 수능분리 계획은 원점으로
수능개편안 시안에서 논란이 가장 많았던 탐구영역 통합과 한문·제2외국어의 수능분리는 명목상 수험생 선택권을 오히려 제한한다는 이유로 원점으로 돌아갔지만 사실상 해당과목 교사들의 반발에 부딪혀 무산된 셈이다.
학부모 P씨는 “탐구과목은 3과목이 2과목으로 줄어 공부부담이 줄어든 것 같지만 사실상 그렇지도 않다. 과탐은 상위권 대학의 경우 과목과 Ⅰ, Ⅱ 선택을 지정할 수도 있어 실질적인 공부부담이 줄어들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제2외국어의 경우 일반고 학부모와 외고 학부모들의 반응이 엇갈린다. 외고의 경우 제2외국어를 전공어로 선택해 공부하는 만큼 시험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다. 또한 많은 대학에서 탐구과목 하나를 제2외국어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입시에서도 유리한 입장이다. 하지만 일반고 학생의 경우 입장이 다르다. 학부모 K씨는 “일반고 학생의 경우 외고 학생들과의 경쟁을 피하기 위해 학교에서 배운 제2외국어보다는 외고에 개설되지 않은 유일한 과목인 아랍어를 선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배우지는 않았지만 모두 못하는 점을 감안해 한두 달 공부하고 로또 식으로 응시하는 격이니 제도가 불합리할 뿐 아니라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큰 낭비다”라고 말하며 제2외국어 시험의 현행 유지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내신과 대학별고사 강화 우려
수험생의 수능 준비 부담을 줄이고 공교육 중심의 교육을 이끌어 가겠다는 교과부의 노력에 대해 학부모들은 반신반의한다. 2011학년도 수능이 예년에 비해 어려웠던 것도 그 이유이다.  교육과정평가원장은 한 일간지(조선, 2월6일자)와의 인터뷰에서 향후 수능을 쉽게 출제해 입시에서의 영향력을 줄이겠다고 했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평가원이 난이도 조절을 제대로 못하는 상황에서 믿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또한 수능의 영향력이 떨어지면 상위권 대학에서는 내신과 대학별고사를 강화할 것이고, 이에 대해 더욱 철저하게 준비해야 하는 입장에서 학생과 학부모들은 그리 달갑지만은 않다. 대치동의 학부모 K씨는 “옛날에는 고등학교 1, 2학년 때 좋아하는 과목이나 취미에 신경 쓰느라 공부를 좀 못했어도 3학년 때 열심히 공부하면 역전이 가능했다. 하지만 요즘은 내신, 수능, 비교과, 논술 등의 준비로 아이들이 다른 곳에 눈 돌릴 틈이 없다. 수능의 영향력이 약해지면 내신과 대학별고사가 강화될 텐데 과연 수험생들의 부담이 줄어들지 의문이다”라고 말했고, 학부모 J씨는 "고교가 다양해졌고 지역별 학교간의 격차도 엄연히 존재해 공정한 내신반영이 이루어질 수 없는 상황에서 전국 단위 평가인 수능이 쉬어지면 대학별고사가 강화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우려를 나타냈다.

사교육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낙관적이지 않다. 제도가 복잡해지면서 사교육 시스템도 다양하고 복잡해지고 있다. 벌써 학교별 내신준비학원들과 논술학원들이 학부모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변화가 빠른 현대사회에서 인재 양성을 위한 정책도 그 변화에 부응해야겠지만, 교육은 백년대계(百年大計)인 만큼 멀리 내다보는 혜안이 필요하다 하겠다. 


2014학년도 수능개편 확정안 주요 내용

#1 국어ㆍ수학ㆍ영어 : AㆍB형 수준별 시험 제공(B형 최대 2과목 응시, 국어B·수학B 동시선택 제한)
#2 사회ㆍ과학탐구 : 최대 선택과목수 3과목 → 2과목 축소
#3 직업탐구 : 직업기초능력평가와 유사하게 17개 과목 → 5개 과목으로 통합하여 실시
#4 제2외국어·한문영역 : 현행 유지(선진화된 평가방법 준비)
#5 복수시행 : 여건이 마련되는 시점에 도입 결정


이선이 리포터 sunnyyee@dreamwiz.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