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자기주도형 학습이 답이다 ①

풀수록 재밌고, 익힐수록 실력이 느는 수학

자기주도형 수학 공부 방법의 A to Z

지역내일 2011-02-17 (수정 2011-02-17 오전 9:12:19)

강남서초내일신문에서는 자기주도형 수학학습을 주창하고 보급하고 있는 허진석 ‘매셀프’ 연구소장의 칼럼을 연재합니다.  허진석소장은 수학은 개념과 원리를 확실히 이해하면 어느 학문보다 재밌는 공부라고 주장합니다. 억지로 하는 공부가 아닌, 자기 스스로 답을 찾아 나가는 자기주도형 수학의 재미있는 세계로 빠져 보시죠!








허진석 매셀프 연구소장


1980년 여름은 학생들에게 무척이나 충격적인 한 해였다. 그 해 여름 재학생의 과외 교습 및 입시 목적의 재학생 학원 수강을 금지한 소위 ‘과외금지조치’가 전격적으로 취해졌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재학 중이던 필자 역시 중학교 동창 몇몇과 함께 해오던 그룹과외를 그만 둘 수밖에 없었는데, 과외를 함께 하던 친구들과 ‘원카드’와 같은 카드게임을 하는 데 맛을 들인 후로는 과외금지조치에 의해 모처럼 재미있게 지내던 모임이 없어지는 것 같아서 아쉽기 그지없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자발적인 스터디 그룹이었다. 

자발적인 스터디 모임의 힘
과외하는 것만을 금지시킨 것이지 학생들이 모여서 자발적으로 스스로 공부하는 스터디 그룹까지 금지시킨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스터디 그룹을 만들면 친구들과 계속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스터디 그룹을 위해서 집에서는 나무로 된 큰 평상을 짜주었고, 칠판까지 마련해 주었다. 그냥 앉아서 공부만 하기에는 맹숭맹숭했기에, 돌아가면서 자기 순서가 되면 영어나 수학 문제를 주관식으로 출제하고 친구들의 수만큼 문제를 복사해 와서 출제자가 시험감독을 하면서 시험을 치르도록 했다. 시험시간이 종료되면, 채점과 문제풀이도 출제자가 하도록 했다. 그러다 보니, 문제 출제자 자신이 모르는 문제를 출제할 수도 없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문제를 먼저 다 풀어보고 출제를 했던 기억이 난다. 어떻게 하면 친구들을 골탕먹일까 생각하다가 일본 동경대학교 입시 기출문제도 진도범위 내에 있으면 베껴서 출제를 하곤 했었다. 수학의 경우, 공식을 외우지 않아도 워낙 자주 공식증명을 하거나, 공식 사용을 해봐서 저절로 공식이 암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정도였다.
결국 이 스터디 그룹에서는 서로 간에 경쟁이 붙어서 그 구성원 대부분이 서울대, 연대, 고대 등의 명문대학에 합격할 수 있었다. 물론 그 당시 대학의 정원이 지금보다는 많은 졸업정원제를 채택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 수도 있지만, 스터디 그룹 구성원들 간 선의의 경쟁이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구성원들 모두 명문대 진학
스터디 그룹 덕분에 수학과목의 실력은 비약적으로 높아졌고, 수학과목을 담당하셨던 담임선생님께서도 급기야 수학과목은 좀 적당히 공부해도 되니, 영어과목 공부를 더 하라는 주문을 하실 정도였다. 수학과목에 그렇듯 재미를 붙이고 나니, 그 당시 수학을 전공으로 선택할까하는 생각도 한적 있었다. 그러나, 주위에서는 수학을 전공하면 먹고 살기 힘들다는 얘기를 하도 많이 했기에(지금은 수학을 전공해도 진출분야가 다양하기 때문에, 먹고 사는 것에 아무 문제가 없었지만, 그 당시에는 주위에서 많은 걱정을 했던 것이 사실이다.), 서울대 물리학과를 진학하기로 결정했다. 그 당시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물리학과와 공과대학 전자공학과의 커트라인이 가장 높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1학년 신학기가 되어 개강을 하고 나니, 전국에서 공부 좀 했다는 이공계 학생들은 모두 모여있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이과 전국 수석, 차석이 모두 물리학과에 들어온 것이었다.
그 당시 물리학과에 들어왔던 동창들이 고등학교시절 어떻게 공부했는지 알아본 적이 있었다. 서로 각기 다른 공부비법을 가지고 있었지만, 공통적인 것은 바로 수학, 물리 같은 논리적인 과목의 공부가 지겨운 것이 아니고, 재미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재미의 바탕에는 개념과 원리에 대한 철저한 이해가 있었다. 그러다 보니, 고등학교 시절에 이미 대학교 1학년 과정의 물리, 수학 정도는 스스로 공부를 했다는 친구도 있었다. 물론 그 정도로 앞서 나갔던 친구들이 전공공부를 할 때는 맨 앞자리에 앉아서 교수님과 선문답(?)을 나누는 광경도 많이 목격을 하게 되었다.




수학이 재밌다 … 개념과 원리 이해하면 쉬워져
그렇게 우수한 학생들이 많이 모인 과에서 중간 정도라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중간 정도라도 하게 되니 대학교 졸업 후에 KAIST 입학시험도 무난하게 통과할 수 있었다. 지금도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가능한 한 수준 높은 그룹에 속해서 자신이 그 그룹의 일원으로 뒤쳐지지 않을 정도로 노력하라”는 것이다. 나보다 나은 친구들로부터는 무엇이라도 배울 것이 있고, 그 그룹의 중간 정도라면 그 수준도 결코 낮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KAIST에서 공부하는 동안 수학과 직접 관련된 것은 아니지만 세미나 시간은 늘 자신이 공부한 바를 남들에게 정확히, 그리고 설득력 있게 전달해야 했다. 또한 KAIST 졸업 후 의무 국내 취업기간에 반도체 관련 대기업에서 근무하는 동안에도 회의 시간에는 차트를 동반한 프레젠테이션을 하여야 했다. 이 경우에도 자신이 이해하고 있는 바를 정확히 해야 전달력이 높아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필자가 다시 수학에 집중하게 된 때는, 의무근무 기간을 마치고 회사를 퇴사한 후에, 뜻한 바 있어서 변리사 시험 공부를 하고 있을 때였다. 그 즈음에는 과외금지조치가 해제되었기에 수험기간 동안 소요되는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수학강사를 했었는데, 몇 년간 수학과 직접 관련된 일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큰 어려움 없이 수학을 가르칠 수 있었던 것은 고등학교 때 수학의 기초를 단단하게 다져두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그래서, 지금도 수학은 암기에 의해 공부하는 과목이 아니라, 워낙 자주 접해서 저절로 암기가 되기 때문에 공부가 저절로 되는 과목이라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

“네가 풀어보고, 그 이유를 칠판 앞에 서서 설명하라”
아빠의 무관심이 자녀의 명문대학 진학을 위한 필요 조건이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기는 하지만, 이제는 필자의 자녀가 본격적으로 수학공부를 시작할 때가 되어, 어쩔 수 없이 자녀의 수학공부에 관심을 가지고 접근하게 되었다. 
엄청나게 많은 수학 참고서와 문제집 중에서 괜찮다는 것을 주위의 추천으로 선택하고, 아이에게 수학공부를 시켜보고, 아이의 친구들이 수학공부를 하는 과정을 관찰해 보았다. 그 결과 요즈음 아이들은 지필고사를 대비하는 유형중심 문제풀이 위주의 수학공부에 여전히 집중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참고서의 문제는 그런대로 풀어내지만, “그 문제를 왜 그런 방식으로 푼거야?” 또는 “그 문제를 풀 때 어떤 개념을 적용한거지?”라는 질문에는 말문이 막혀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결국 도입한 것이 “네가 풀어보고, 그 이유를 칠판 앞에 서서 설명하라”는 것이었다. 
아이가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아서 힘들어 하더니 이제는 곧잘 문제를 잘 풀어내고 그 안에 있는 개념을 조리 있게 설명하곤 한다. 여기서 생긴 자신감으로 이제는 다른 주제에 대해서도 또렷한 목소리로 자신의 생각을 엄마, 아빠에게 전달하는 능력이 생긴 것이다. 
이렇게 수학의 공부방법은 다른 분야에까지 확대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래서 느낀 것이 “요즘 아이들이 과거의 우리들과 많이 다르지는 않고, 다만 공부하는 방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구나”라는 것이다. 꾸준히 발표, 표현 중심의 수학공부를 하다가 보면 수학의 기본 개념에 충실해지고, 자신이 이해하고 있는 것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명확하게 구분하여 제대로 수학을 공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공부한 것을 표현할 줄 알아야 진짜 공부
최근에는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만 되면, 많은 학생들이 수학 학원에 다니며, 수학숙제에 시달리느라 늦게까지 잠을 자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물론 지금 당장의 수학시험 성적은 그 학생이 좋게 받아올 수도 있지만 한참 뛰어 놀아야 할 아이들에게 세상의 모든 유형의 문제를 다 접하게 하여 문제를 풀게 하는 식의 수학공부는 수학자체를 무시무시하고 따분한 과목으로 만들어 버리기 쉽다. 따라서, 보드게임의 주사위를 던지면서도 넌지시 수학의 경우의 수, 확률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기회를 갖도록 하는 방법이 차라리 아이들의 장래를 위해 더 낫다는 생각이다.
즉, 기본 개념, 원리에 충실한 공부, 자신의 이해 정도를 확실히 파악할 수 있는 표현중심의 공부가 수학에 접목되었을 때, 수학학습의 성과가 높아질 것이며, 이는 비단 수학분야만이 아니라 학생의 인생 전반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임에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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