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我저씨 다산학교 박영규 교장

지역내일 2011-03-22

교육은 상상한 것을 실현하는 창작의 산물, 집필활동과 다르지 않다

 도심형 대안학교로 출발한 다산학교는 올해로 5년째다. 다산 정약용 선생의 철학을 학교에 구현해 내며 이제는 자신만의 색깔로 성장하고 있다. 다산학교는 ‘한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의 저자인 박영규 선생이 설립했다. 그는 우리 역사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많은 역사책을 펴냈으며, 우리 역사를 대중화시킨 대표적인 인물로 꼽힌다. 지금도 그의 집필활동은 계속되고 있다. 과거를 세심하게 들여다보는 그가 미래를 여는 대안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끊임없이 접목해 가고 있는 다산학교 박영규 교장을 만났다. 

첫 졸업생이 배출됐다.
 지난해 조기졸업생에 이어 학교를 세운 후 첫 번째 졸업생이다. 작년 고3 학생들 15명 중 11명이 대학에 진학했다. 입시 위주의 경쟁적인 교육을 지양하지만 그래도 현실적으로 대학 진학을 간과할 수 없다. 대학은 학생들 자신의 미래와 진로를 개척해 가는 하나의 과정이라 본다. 우리 학교 고3 수험생들의 생활은 다른 수험생들과 차이가 있다. 주변에서 보는 다른 수험생처럼 힘들게 공부만 한 것도 아니고, 고3때도 체육과 미술수업, 문화공연 관람 등을 꾸준히 하며 공부했다. 여유있게 공부하고, 대학에 합격할 수 있다는 사실에 학생과 학부모가 만족스러워 하고 있다. 그전까진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는 것에 대해 학생과 학부모 모두 불안해 한 것이 사실이다. 이번 졸업생들을 보며 죽도록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즐겁게 공부하는 것에 대한 해답을 좀 찾은 것 같다.

즐겁게 공부한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
이번 진학을 살펴보면 학생들이 모두 자신이 원하는 학과에 진학했다.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미래에 대한 고민과 준비를 하는 시간을 충분히 두고 있다. ‘미래계획’이라는 수업시간이 있는데 이 시간은 끊임없이 자신의 미래와 직업에 대해 탐색하는 시간이다.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고민하는데, 이 시간을 지나온 학생들은 대부분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가 명확해 진다. 목표가 확실해지면 남들보다 효율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다. 자신의 꿈과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 자체를 즐기게 된다. 고3 학생들의 시간표를 보면 수업 시간을 줄이고 중간에 자습 시간을 넣었다. 이 시간은 배운 것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시간이며, 친구들과 함께 스터디를 하는 시간이다. 내가 아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서로 가르쳐주다 보면 더 확실한 배움이 가능하다. 선생도 돼보고 학생도 돼보면서 배움의 즐거움도 깨닫게 된다. 

다산학교를 설립한 이유는 무엇인가.
나눔을 실천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작가로서 책을 통해 받은 사랑과 관심을 사회에 환원하고 싶었다. 보다 책임감 있는 기부 활동을 찾던 중 학교를 생각했다. 미래의 인재를 건강하게 키워 낼 수 있다면 그 것만으로 사회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존경하던 다산 정약용 선생의 실용성, 학구성, 개방성, 미래지향성 등의 철학을 모토로 학교를 설립했다. 다산학교는 도심형 학교고, 임대형 학교다. 건물에 집착해 많은 비용을 투자하고 빚에 허덕이기보다 실용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학교 성장에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 재정적인 안정은 교사의 질을 높이는데 도움이 됐다. 대안학교지만 교사 월급이 공교육 수준 이상이고, 교사의 80%가 교원자격증을 소지하고 있다. 공교육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가 우리 학교로 오는 교사들도 늘어나고 있다. 무능력 교사나 노력하지 않는 교사는 오래 버티기 힘들다. 학생들도 교사 평가에 참여하며, 철밥통을 깨는 시스템을 운영한다. 올해는 학교 틀을 완성하는 단계로 보고 있다. 학교를 열정만으로 운영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구조적으로 학생들을 잘 가르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완성도를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다산학교 교육의 특징은 무엇인가
학생들에게 인간의 기본 품성을 지키며, 공부의 즐거움을 깨우치고, 행복하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상적으로 들리겠지만 실제 우리 학교에서 이뤄지고 있다. 좋은 것은 말로만 하지 않고 반드시 구체화해 현실에 반영한다. 문학과 사회, 철학 수업을 진행하며 인문학이 살아있는 학교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인문학의 기초는 글과 문자인 만큼 창작활동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졸업을 앞둔 학생들은 누구나 소설이나 논문을 집필해야 한다. ‘창작과 비평’이라는 수업 시간을 도입해 글 쓰는 힘을 기르도록 하고 있다. 한편이라도 써본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의 차이는 크다.    
다양한 동아리 활동도 우리 학교의 자랑이다. 학생들 모두 동아리 활동에 주력해 인생의 활력을 주는 취미 생활 하나 정도는 편안하게 즐길 수 있도록 했다. 해마다 다산예술제를 개최하며, 동아리 발표회도 진행한다. 전교생이 모두 참여하며, 다산학교 학생이면 누구나 무대에 서게 된다. 매달 2회 이상 공연 관람과 문화 답사를 진행하고, 해마다 한번씩 참살이 교육을 떠난다. 학교 밖에서 열흘간 함께 생활하며, 여유롭고 느리게 사는 삶을 체험하도록 한다. 참살이 교육 동안은 하루 두시간씩 체육을 하며 몸과 마음을 풀어내고, 요즘 아이들이 겪는 관계의 어려움도 부딪혀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다. 참살이 교육을 다녀 온 후엔 다른 친구에 대한 배려나 이해가 한층 깊어진다.

집필 활동도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동서양의 철학자의 삶을 정리한 ‘생각박물관’이란 책이 출판될 예정이다.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했고, 그 이후 지금까지 철학은 주된 관심사였다. 역사책 집필도 계속하고 있다. 만화 조선왕조실록에 이어 고구려왕조실록을 펴냈고, 고려왕조실록이 조만간 출판될 예정이다. 이후 신라, 백제에 관한 책까지 준비 중이다. 아침에 학교에 나와 학교 상황을 점검하고 수업이 없을 땐(논술과 철학 수업은 그가 직접 학생들을 지도한다) 집필실로 돌아가 다시 글쓰기에 주력한다. 나는 여전히 작가로서의 삶을 살고 있으며, 교장으로서의 삶도 그 일환이다. 내게 글을 쓰는 것과 학교를 이끌어 가는 것은 모두 생각했던 것을 실현해 가는 창작과정이다. 남들이 안하는 시도를 지속적으로 꿈꾸는 것, 상상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현실적으로 노력하는 것, 이것이 다산학교라는 결과로 나타났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조만간 일본으로 조선왕조실록을 수출할 계획이다. 한권으로 읽는 역사 시리즈를 펴낼 때부터 계획했던 일이다. 우리 역사도 세계적으로 읽을 만하고, 문화적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한류열풍과 우리나라의 국제적인 성장을 보면 이제 우리 역사도 수출할 때가 됐다. 마찬가지로 우리 교육도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핀란드 교육뿐 아니라 우리 교육도 우수하다. 다산학교가 그 모델로 제 역할을 해가도록 노력할 것이다. 우리가 노력하면 기존의 학교들도 좋아지지 않을까 기대한다. 최근엔 공교육에서도 다산학교를 벤치마킹 하고 있다. 작가로서 사회에 봉사하는 삶 또한 지속할 것이다.
양지연 리포터 yangjiyeon@naver.com 사진 이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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