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황은화, 어린이 미술교육에 꽂히다

생각을 담은 그림을 그려라

지역내일 2011-08-28 (수정 2011-08-28 오전 11:46:36)

 잠실에 있는 송파어린이도서관 초등 미술 프로그램인 ‘나도 큐레이터’ 수업시간. 도서관 이곳저곳을 다니며 마음에 드는 화가의 작품집을 골라온 아이들이 인상 깊은 장면을 골라 그린 후 자신의 느낌을 솔직하게 말한다. “작품 속에서 인상적인 한 부분을 골라내 그려보라고 해요. 그림 속에 무엇이 있는지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말로 꼭 설명해 보게 하죠” 수업을 이끌고 있는 황은화(49세) 작가의 그림감상 교육법이다. 아이들마다 선택한 그림, 덧붙여지는 스토리가 제각각인 게 흥미롭다. 




 화가가 이끄는 도서관 큐레이터 수업
 3년째 무료로 열리는 어린이 큐레이터 강좌는 전시기획자로서 큐레이터 역할과 그림 감상법을 알려주고 직접 전시를 기획해볼 수 있도록 꾸며진다. 어린이도서관의 성공모델로 자리 잡은 송파어린이도서관. 최진봉 관장은 도서관 미술 강좌가 몇 차례 단발성으로 끝나는 데 아쉬움을 느껴 고교시절 친구인 황 작가에게 도움을 청했다. 정교한 커리큘럼으로 어린이들에게 미술의 참맛을 느끼게 해주고 싶은 욕심이 났기 때문이다.
 홍익대 서양화과, 런던 첼시미술대학원을 졸업한 황 작가는 개인전과 단체전을 꾸준히 열며 대학 강의도 하는 중견 화가다. 작품 활동 틈틈이 어린이 미술교육에 관심을 갖고 미술관 등지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주인공이다.
 38살 늦깎이로 영국 유학을 떠나 5년간 공부했다는 그는 “영국의 미술교육을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죠. 저도 유학 전에 미술학원을 운영하며 아이들을 가르쳤는데 한국과는 교수법 자체가 달랐어요.” 호기심이 발동한 황 작가는 공부 틈틈이 영국 초등학교에서 미술 봉사활동에 나서며 교수법을 배웠다. 영국에서는 특이하게 국어나 과학시간에 황 작가 같은 미술 보조교사를 참여시켰다. 문학작품을 읽거나 과학 실험한 내용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 돕기위해서다 “5~6명 그룹 수업이 진행되는 데 배우거나 느낀 것을 드로잉으로 표현하게 했죠. 그림 실력의 우열은 중요하지 않았어요. 개성을 담아 생각을 표현하는 방식이 주된 관심사였죠.”




 황 작가는 ‘생각하는 그림’을 중시하는 영국의 미술교육을 보고 무릎을 쳤다. “그리기 테크닉은 우리나라 학생들이 훨씬 뛰어나요. 영국 아이들은 색깔도 선 긋는 것도 비뚤비뚤해요. 하지만 창의력 내공이 차곡차곡 쌓이다보면 어느 순간에 실력이 역전돼 버려요.” 붓 터치, 색깔 넣는 법까지 매뉴얼대로 그린 듯한 우리나라 학생들의 붕어빵 그림에 답답함을 느낀 황 작가는 가르칠 때마다 ‘생각하는 미술’을 늘 강조한다. “점 하나, 선 하나에 콘셉트가 분명해야 해요. 학생들이 무슨 생각을 갖고 뭘 표현했는지 꼭 발표를 시켜 봐요. 그래야 창의력이 길러지죠.”




어린이들이 직접 여는 미술전시회
 몇 년 전부터 창의력 붐이 불면서 어린이 미술교육이 새롭게 각광받는 가하면 샤갈,고흐 등 거장들의 전시회마다 사람들로 붐빈다. 하지만 그는 유명 전시회 열풍의 허와 실을 꼬집는다. “아이들은 예술의전당, 서울시립미술관 같은 전시장이나 작가 이름까지는 기억해도 정작 무슨 작품을 보았는 지 거의 기억 못해요. 그림 감상법을 체계적으로 배우지 못해서 그렇죠.” 그는 큐레이터 강좌에 미술관 답사를 포함시켰다. “요셉 보이스전이 열리고 있는소마미술관에 가서 기획의도가 무엇인지, 도록에는 무슨 내용이 담겼는지, 전시장 디스플레이법 등을 입체적으로 읽어내는 훈련을 시켜요.” 차근차근 미술을 가르친 후에는 연말쯤 어린이들이 큐레이터가 돼서 도서관 전시실에서 미술전을 열 계획이다. 수천 명의 관객을 모을 만큼 성공을 거둔 지난해 어린이 큐레이터 작품전의 후속 전시다.




 쑥쑥 크는 예술 꿈나무들
 “지난해 ‘신발’ 연작을 선보인 초등학교 6학년 여학생은 박지성 선수, 강수진 발레리나 같은 우리나라를 빛낸 신발과 함께 평범한 구두를 그렸어요. 가족을 위해 애쓰는 아빠의 신발이라고 하더군요. 여운을 주는 작품이었죠. 황 작가는 올해도 예리한 관찰력과 감각이 어우러진 작품을 기대하고 있다.
 40년 그림 인생에 올인하느라 아직까지 독신인 황 작가에게 어린이 미술교육에 열정을 쏟는 까닭을 넌지시 물었더니 “내가 가르친 아이들 가운데 한 명이라도 예술에 매료되어 인생에 변화를 줄 수 있다면 얼마나 매력적인가요.”라며 반문한다. 실제 지난해 가르친 한 여학생은 교육청 미술 영재아로 뽑혀 큐레이터를 꿈꾸는 자신의 장래희망에 한 발짝 다가서고 있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황작가의 미술노트]  
․ 미술 재료의 고정관념을 깨라
도화지,물감 만 미술도구가 아니다. 플라스틱, 헌 신발이나 옷에 맘껏 그리게 하라.
운동장과 물도 미술재료가 될 수 있다. 일상의 미술을 즐겨라        
․ 미술전시회 보지 말고 읽어라
전시장을 한번 훑어만 보고 나오지 마라. 마음에 드는 작품 앞에서 제목,주제,색깔 등을 주제로 아이와 오래 수다를 떨어라. 그래야 작품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 베끼기 학원은 경계하라
따라 그리게만 하는 미술학원은 비추다. 테크닉 보다는 생각을 발전시켜 표현할 수 있도록 잠재력을 끌어내 주는 곳을 선택하라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