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정성과 사랑으로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

지역내일 2011-08-28


 김성중 원장
 고등부 수학전문, 드림라이너
 031-916-5678

 중학교 2학년 때 일이다. 공부를 잘하는 애들이 합창부에 들어갔다. 소위, 전교권 안에 들어가는 애들이 꽤 있었고, 또 공부를 잘하려면 합창부에 들어가야 한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나도 얼떨결에 합창부에 들어갔다. 그러다 1학년 때 우리 담임선생님이었던 수학 선생님(그러니까 이분과 헤어진지 1년이 된 것이지요)이 결혼하게 되어 축가를 부르게 되었다. 우리 합창부는 열심히 연습을 했다. 결혼식 하던 날, 우연히 선생님과 결혼식장에서 마주치게 되었을 때, 선생님이 나에게 말씀하셨다. “너도 합창부였니?”
 두 번째 이야기다. 고3학년 때, 대학교 원서를 쓸 때였다. 서울대학교에 지원을 하고, 누나에게 전화를 했다. 그때, 누나가 했던 말은? “네가 거기 왜 있니? 얼렁와~”
 세 번째 이야기다. 그래도 누나는 동생이 자랑스러웠던지, 동네의 목사님에게 동생이 대학에 원서를 넣었으니 기도를 부탁했나보다. “서울대는 아무나 지원하는 게 아닌데..거긴 왜 지원했어?”
 네 번째 이야기다. 내가 재수를 하여 서울대학교에 합격했다. 아주 자랑스럽게 아버님께 “아버지~ 합격 하였어 유~” 그때 아버지께서는, “행정착오일 수 있으니 다시 한 번 알아보렴.”
 다섯 번째 마지막 이야기다. 군대에서 헌병을 하며 보초를 서고 있는데, 늘 드나들던 건축소장님께서 한마디 했다. “제대하면 우리 공사장에 와. 요샌 어설픈 대학 다니는 것보단 이게 나아.” 그 말을 듣고 나는 픽 웃었다. 며칠이 지나니 소장님께서 한마디 붙이셨다. “그래도 그땐 대학생일 거라 생각하고 올려준 거다. 넌 대학생 아닌 것 같았다”


내가 조금 컨츄리하게 생긴 건 사실이다. 가끔 내가 내 얼굴을 봐도 학문적(?)인 것과는 거리가 있다. 그래서 어린 시절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쟤, 참 공부를 잘해보이지는 않아”라는 말을 가끔 들었다.
 나는 일 년에 두 번쯤 재수 클럽 모임에 나간다. 재수할 때 알게 된 같은 학급아이들 모임인데 벌써 18년쯤 되었다. 그 중에는 의사가 두 명이고, 국내의 대기업인 S전자 연구원이 2명, 은행원, 작가 등이 있다. 이 사람들과 나와는 공통점이 있다. 두 명은 좀 젠틀하게 보이고 지적으로 생겼지만, 나머지는 참 무식하게 생겼다. 고전소설에 나오는 돌쇠나, 덕보, 두식이 같은 이미지다. 하나 같이 공부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어찌 보면 18년 동안 모임이 지속된 비결이 투박한 외모에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에, 일산 지역에서 3년을 가르쳤던 아이가 찾아왔다. 지금 고3학년인데, 미국 유학 입학허가증을 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위스콘신대학교 간호학과에 입학하게 되었다면서 아주 행복한 얼굴로 나에게 매일 자랑하러 오다시피 한다. 돌이켜 보면, 내가 이 아이를 3년을 가르치면서 참 많이도 혼내고 어르고 달래고 했던 것 같다. 이 아이가 고2학년 때 입술을 파르르 떨 정도로 혼을 낸 적도 있었다.
 나는 이 아이가 공부를 잘하는 아이인지 전혀 몰랐다. 그저 평범해 보이는 아이였는데, 내가 몰라보는 사이 괄목상대의 모습으로 나타났던 것이다. 이 아이의 존재감을 몰라보고, 나중에 찾아와서야 알게 된 셈이다. 하기는 나도, 대학에 들어가고 몇 해 안에 중학교를 찾아가 그 수학선생님을 찾아뵈었다. 형식은 인사였지만, 마음속은 반격이었다. 그리고 목사님께 복수(?)라도 하듯 문안 인사를 위장(?)한 대학 합격을 통보한 통쾌함이 있었다.
 그래도, 나는 정말 운이 좋았는지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분들에게 반격을 할 기회라도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기회가 없었다면 더 초라하게 사그라진 내 자화상을 보고 있었을 것이다.
성적이 바닥이던 나를 대학에 들어가게 해준 한분의 선생님을 지금도 기억한다. 재수학원에서 공부하던 때였는데 어렵기로 소문한 동경대학교 수학 문제 중 한 문제를 풀어보라고 하셨다.
대다수의 아이들은 전국에서 난다 긴다 할 정도로 뛰어난 아이들이었다. 내 생각에는 내가 가장 공부를 못한 것 같았다.
 나 역시도 그 문제를 풀기 위해서 그야 말로 ‘끄적끄적’ 하고 있는데, 그 선생님이 내 풀이를 스치면서 보시더니, "얘들아~, 얘들아 여기 봐~ 지금까지 이 문제에 접근한 애들이 한명도 없는데 얘가 접근했어. 여기서 조금만 더 나가면 되겠어" 말했다.
 선생님의 그 한마디는 곧장 제 피 속으로 빨려 들어갔고, 그 피는 속도감 있는 질주를 하게 되었고 성취를 향한 강력한 열정으로 표현되었다.
 전에도 들었지만 요즘 새삼 드는 생각이 있다. 선생님과 부모님은 구체적인 지식을 몇 개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아이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정성과 사랑으로 가르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한 것 같다. 그러면 그 아이는 자신감과 함께 집중할 수 있고, 한 시대의 사건을 일으키는 거목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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