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한국 최초로 ‘미스농아선발대회’ 개최한 류 정아 대표

지역내일 2011-10-22

언어의 벽을 넘어 세상으로 나온 의지의 청각장애 여성

 영화 도가니 열풍이 거세다. 누구도 돌아보지 않고 관심 주지 않았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사실은 얼마나 힘들고 슬픈 사연을 담고 있었는지를 알게 된 사람들은 반성하고 미안해한다. 그러나 미안한 건 우리들의 몫이고, 당사자들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한다. 류 정아 씨가 개최하는 ‘미스농아선발대회’는 청각장애가 있는 우리들도 세상에 알리고 싶은 우리들의 이야기가 있다는 외침이다. 

미스농아선발대회 개최하는 농아인
 매년 봄이 되면 전국 곳곳에서 각종 이름의 미인대회가 개최되고 입상한 사람들은 사회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사회에서 관심 받지 못하는 농아들도 자신들의 미인대회를 개최하기 시작했다. 지난 5월 제1회 미스 농아선발대회를 개최한 이후 두 번째 미스농아선발대회가 준비되고 있다. 변변한 후원도 없이 사비를 털어 혼자 미스농아선발대회를 치러내고 있는 류 정아 대표, 그녀 역시 농아다. “얼마나 힘들지 몰라서 시작할 수 있었다. 정말 너무너무 힘들었다.”고 하는 그녀에게 미스농아선발대회의 시작은 우연한 일이었다.
 국악을 전공하고 많은 대회에서 입상한 경력이 있던 류 대표는 결혼해서 딸 하나를 기르던 평범한 주부였다. 미국에서 살고 있던 친구가 우연히 한국을 방문 중이던 미국미스농아선발대회 관계자를 그녀에게 소개하며 ‘한국미스농아선발대회’ 개최를 권유했다. 사회경험이 없던 류 대표는 자신이 없다며 사양했지만 미국의 미스농아선발 조직위원회에서 백만 원을 주며 대회 개최를 간곡하게 권유했는데 그때의 백만 원이 그녀가 받은 후원금의 전부가 됐다. 고민을 하던 그녀는 한국농아협회에 미스농아선발대회를 건의했지만 거절당한 후, 혼자서 미스농아선발대회를 진행했다. 일 년 후 한국에서 ‘제 1회 미스농아선발대회’가 개최되었다. 그리고 세계미스농아선발대회에 한국 대표를 보내 3위에 입상하는 성과를 올렸다. 일반인들과는 통역 없이 대화가 어려운 류 대표가 대회를 만들고 준비하면서 겪었을 어려움들은 미루어 짐작이 된다. 

언제나 내편에서 격려하는 유일한 사람
 어떤 일이든 어디어서든 류 대표를 믿고 지원하는 유일한 사람은 남편 이 재욱 씨다. 4년 전 결혼해 3살 난 딸을 두고 있는 부부는 모두 말을 하지 못하는 농아이다. 그래도 사랑만큼은 소란스러울 만큼 하고 산다. 영국에 유학해 15-6년 동안 영국 생활을 하던 이 재욱 씨는 홍콩에 사는 친구의 소개로 한국에서 한국무용 강사를 하던 류 정아 씨를 소개 받았다. 말이 유학이지 한국에서는 농아들에게 직업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아 어렵게 영국으로 건너가 자동차 정비 일을 배워 영국에서 생활하던 이 재욱 씨는 류 대표를 소개받고 한국으로 나와 만난 후 바로 한국에 정착을 했다.
 류 대표는 유복한 환경에서 자라며 교육을 제대로 받은 행운아다. 아버지는 건설사 사장이었고 어머니는 현재까지 약국을 운영 중인 약사에 오빠는 변호사라는 꽤 든든한 백그라운드를 가졌다. 그러나 지금 류 대표는 ‘호떡장사 부인’이다. 남편 이 재욱 씨가 한국에 정착하면서 호떡을 팔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아파트에 서는 장을 따라 다니며 호떡을 굽는 이 재욱 씨는 류 대표에게는 세상 어떤 남편도 따라 올수 없는 든든한 후원자이다. 한국 농아협회 양천지부를 맡고 있는 이 재욱 씨는 밝고 긍적적인 성격이 장점이며, 남편 닮아 잘 웃고 명랑한 류 대표도 긍정적인 성격이다.
 딸의 고생이 안쓰러워 한국 미스농아선발대회 개최를 반대하는 친정어머니의 만류에도 류 대표가 이 일을 놓치 않는 건 이 일이 결국 자신을 비롯한 농아들에게 큰 힘이 되고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이다. 자신의 가정을 꾸려 이 재욱 씨와 함께 하는 동안 류 정아 씨의 세상살이는 외롭지 않았지만 이제는 가정이라는 울타리 속에서 사는 삶에서 벗어나 함께 사는 사회 속으로 걸어 들어가겠다는 목표를 갖게 되었다. 

이제는 세상과 더 큰 소통 하고 싶어
 세상에 자신을 드러내는 일이 익숙하지 않지만 세상과 더 큰 소통을 하고 싶다는 류 대표는 미스농아선발대회를 준비하고 개최하는 조직위원회를 사단법인화 하려고 한다. 그래야 미스농아 선발대회가 지속적으로 개최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아주 분주한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류 대표는 말한다. “한국에서 농아로 사는 것은 없는 것처럼 사는 것입니다. 우리는 물론 우리가 속해 있는 사회의 영향을 받고 있지만 ‘농 사회’ ’농 문화’ 라는 우리만의 언어와 생활이 있습니다. 우리의 수화도 지성과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경험도 없이 미스농아선발대회를 준비하고 개최하는 일이나 세계대회에 간다는 것은 상상하는 것보다 더 큰 고초를 겪었습니다” 그러나 모든 것을 극복하고 그녀는 그 일을 이루어냈다.
 류 대표는 11월 5일 내년 세계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제2회 한국미스농아대회’를 개최한다. 그 준비로 눈 코 뜰 새 없이 분주하다. “개인적으로 미스농아대회를 통해 세계 속으로 나가 한국을 알리는 일은 제 인생을 걸만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류 정아 대표의 말처럼 농아로 사는 것은 타인의 소리도 없고 자신의 소리도 없는 고요의 삶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한국미스농아선발대회’는 세상을 향한 소리 없는 외침이다. 미스농아대회는 다른 미인대회처럼 진선미를 선정한다. 그러나 그녀들의 미스농아선발대회는 진선미보다 더 큰 의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장애를 극복하고 세상으로 당당하게 걸어 나오는 것 미스농아대회에서 진선미를 선정하는 이유이다. “우리에게도 격려와 관심을 주면 세계로 나가 한국을 알리고 높이는 일 할 수 있어요. 용기를 주세요.”
유창림 리포터 yumus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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