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즐Puzzle, 아이들이나 하는 놀이? 어른들도 즐기는 취미!
퍼즐은 ‘끈기’로 버티고, ‘시간’에 초연해져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그래서 어떤 이는 퍼즐을 ‘아날로그적인 취미’라 말한다. ‘빨리빨리’의 속도전으로 퉁치는(?) 우리네 일상에서 ‘천천히’가 통하는 놀이. 퍼즐이 좋아서, 퍼즐에 ‘첨벙’ 빠진 그들의 이야기 들어본다.
퍼즐이야기 하나, 퍼즐동호회 ‘퍼즐카페 물루’ cafe.daum.net/puzzleagenda “60대와 10대, 퍼즐하면서 같이 놀아요”
“여기서부터 차례로 할까?” “이 부분이 안 들어가.” “전체를 내렸다가 다시 올려봐.” “연결하는 판 전체를 움직여. 흐트러지지 않게.” “어, 됐다. 다행이다. 이 정도면 성공이지.” 10월 5일 늦은 오후, 장항동의 한 카페. 일산에서 시작된 퍼즐동호회 ‘퍼즐카페물루’ 회원들의 분위기가 사뭇 진지하다. 바로 퍼즐 결합식(분리되어있는 낱개의 판들을 연결, 하나의 퍼즐작품으로 조합하는 일) 행사 때문이다. 바닥에는 32개 키스헤링의 그림 <이중회상>이 퍼즐로 환생했다. 전체 퍼즐작품의 크기는 무려 가로5m44cm, 세로1m92cm. 모임의 연장자인 한 회원(60, ID마이콜)의 끈기가 3만2000조각(4000조각 8봉지로 되어있음)퍼즐을 완성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다. 더 놀라운 것은 걸린 시간이 불과 2달이라는 사실. 보통의 경우, 4000조각에 2~3달이 소요된다고 하니, 퍼즐 크기를 차치하더라도 그 속도에 감탄이 나온다. “대단하다”는 회원들의 칭찬세례에 마이콜, 환한 미소와 함께 겸손을 담은 화답을 보낸다. “젊은 여러분이야 바쁘지만, 저는 시간이 많잖아요(웃음).” 오늘 행사를 보기 위해 경북 칠곡에서 달려온 새내기 회원(37, ID퍼즐초보), 마이콜의 오른팔을 자청하며 오늘 제일 바쁘다. “큰 거를 할라캉께 어려울 거 같은데, 저도 언젠가는 거실 벽에 이런 거 걸어야지예.” 구수한 사투리에 확 터진 회원들의 웃음조각까지도 퍼즐과 함께 결합되고 있는 순간이다.
‘퍼즐카페 물루’는 현재 회원 536명의 퍼즐 동호회이다. 10~60대까지 연령층도 다양하다. “정기적으로 만나서 사는 이야기도 나누고, 중고퍼즐을 교환하거나 판매하기도 한다”며 “진정한 퍼즐마니아들의 모임”이라고 자랑했다.
▷ 퍼즐 동호회 회원들이 말하는 “퍼즐은 00 이다.”
마이콜(60, 할머니) “퍼즐은 활력이다” 노년에 어디서 이런 성취감을 맛보겠어.
소슬(41, 주부) “퍼즐은 친구다” 결론 없는 수다보다 퍼즐이 좋아.
퍼블초보(37, 자영업) “퍼즐은 기회다” 또 다른 퍼즐작품 생각만 해도 설레.
고양이와 퍼즐(32, 직장인) “퍼즐은 ‘할만했다’이다” 끝내봐야 의미를 알 수 있지.
지봉(25, 대학생) “퍼즐은 호흡이다” 퍼즐조각과 내 숨소리, 그 1대1의 만남이 유쾌해.
퍼즐이야기 둘, 퍼즐박물관 ‘파빌리온’ “공간지각력을 키우려면 입체퍼즐이 딱이죠!”
2005년 홍천에서 개관했던 퍼즐 박물관 ‘파빌리온’이 올해 8월 1일 헤이리마을로 이전했다. 이곳은 명화 평면퍼즐과 세계 유명건축 입체퍼즐, 총 200점을 동시에 관람할 수 있는 퍼즐 박물관이다. 또, 체험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어서 퍼즐을 직접 맞춰볼 수도 있다. ‘파빌리온’이 생긴 배경에는 양성욱 관장의 호기심이 한몫했다. 캐나다 어학연수를 마치고, 귀국길에 조카 선물로 700조각 입체퍼즐(평면퍼즐 단면을 입체적인 형태로 조립하는 퍼즐)을 샀더란다. 어려워하는 조카를 대신해 조립하다보니 재미에 빠져들었던 것. 흥미까지는 좋았는데, 입체퍼즐을 사는데 드는 비용 때문에 진땀 꽤나 흘렸다. 영어학원 강사로 지내며 모은 돈이 항공비와 퍼즐 구입비로 고스란히 들어가기 시작했다. 여기에 또 다른 문제가 있었으니, 다름 아닌 보관 장소. 입체퍼즐이다 보니 세워둘 공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결국, 후원을 자청한 사람은 “다 큰 놈이 웬 퍼즐이냐”며 호통 치던 그의 아버지. 퍼즐박물관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하더란다. 개관 준비도 힘들었고, 적자에 가까운 현재의 운영상태도 어렵지만 양 관장의 퍼즐박물관에 대한 애착은 여전하다. “건축물 입체퍼즐을 관람했던 한 학생이 건축학과에 진학했다는 말을 듣고 뿌듯했다”고. “입체퍼즐은 집중력뿐만 아니라, 공간 지각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된답니다. 건물 하나를 지어 올리는 기분 궁금하지 않나요?”
입장료 4000원. 즉석사진을 이용한 퍼즐 제작도 가능하다(A4 크기 기준으로 8000원).
영업시간: 오전10시~오후8시
휴무일: 월요일 휴무(단, 공휴일인 경우 제외)
위치: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마을 더 스텝 바람제비동 220호-231호
문의: 031-941-2665
퍼즐이야기 셋, 퍼즐카페 ‘물루’ “명화퍼즐을 맞추다 보면 어느새 나도 큐레이터”
“물루(Mouloud)요? 좋아하는 작가가 기르던 고양이 이름이에요.” 독특한 이름의 ‘물루’는 퍼즐을 맞추면서 다과도 즐길 수 있는 퍼즐카페다. 테이블 위, 벽 전체를 덮고 있는 장식, 퍼즐을 보관하는 선반, 바닥에 세워 놓은 액자까지. 시선이 닿는 모든 곳에 퍼즐이 있다. 커피와 퍼즐, 과연 어떤 사연이 있을까? 사업 실패로 세상을 등지던 시절, 아내가 건넨 퍼즐이 지금의 카페를 만들게 했다는 정형남 대표. “서점을 했는데... 일이 잘 안 풀렸어요. 빚이 엄청났죠. 그래서 매일 술만 마시고. 그런 모습을 보던 아내가 어느 날, 퍼즐을 하나 선물해주더군요.” 신기하게도, 퍼즐을 하는 시간만큼은 우울한 기분이 사라지더란다. 퍼즐 맞추는 일에 집중하다보니 생각도, 계획도 정리되기 시작했다. 완성해 놓은 퍼즐들을 보면서 퍼즐카페를 구상했다고. 준비기간만 5년이 걸렸다. ‘적자가 불 보듯 뻔하다’는 지인들의 우려는 여전하지만, ‘최초의 퍼즐카페’라는 자부심이 그를 지탱케 하는 힘이다. 정 대표는 “퍼즐을 아이들이나 하는 놀이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며 손사래를 친다. “평면퍼즐 중에서도 명화퍼즐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보통 2개월에서 길게는 6개월까지 걸린다”고 설명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자연스럽게 작품의 화가와 화풍에 대해 조예가 깊어진단다. “의미 있는 선물을 하고 싶을 때, 직접 맞춘 명화퍼즐을 액자에 넣어보세요. 멋진 작품이 될 겁니다.”
이용료 1인 6000원, 3시간 기준. 음료와 300피스 퍼즐 제공(3000원 추가 시, 3시간 연장 가능) 스낵, 머핀, 과일, 사탕, 과자 등 무한리필.
영업시간: 오전 12시~오후 12시
휴무일: 연중무휴
위치: 일산동구 장항동 고일프라자 2층(3호선 정발산역 2번 출구)
문의: 031-902-8075
mini interview - 양도형 씨 “퍼즐 때문에 우리 할멈과 난 치매 안 걸릴 거여”
“낚시, 고기 입질하는 그 맛에 하거든. 퍼즐이 그래. 많은 조각 중 들어가는 자리는 하나야.
냅다 던져도 딱 그 자리에 꽂혀. 그 손맛, 해봐야 알지.” 퍼즐은 노부부가 즐길 수 있는 취미로 제격이라는 양 씨. “기억해야 이놈들(조각) 맞출 거 아니야. 그러니 치매 걸리겠어?”
한은주 리포터 kamankongi@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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