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과 사랑을 전하는 고양시 음악 메신저 화정 어울림누리 시립합창단 연습실을 찾은 어느 늦은 저녁. 합창단의 발성연습이 한창이다. “도, 레, 미, 파, 솔” 음정에 맞춰 목소리를 하나하나 모아본다. 한 시간 가량 지났을까. 이윽고 본곡 해바라기의 ‘사랑으로’가 들린다. 그러나 한 소절 나가기가 힘들다. 음정, 박자. 연습 속도가 더디다. 그렇지만 단원들 지루한 내색은커녕 , 지휘자의 조언을 필기까지 해가며 열심이다. ‘스텝 바이 스텝’이라고 했던가. 드림하이 고양시민합창단은 그날도 그렇게 한 계단 한 계단 오르며 자신들의 무대에 오르고 있었다.
색깔 다양한 사람들, 한 색깔의 ''하모니‘를 만들다
드림하이 고양시민합창단은 지난 5월 달에 결성된 신생 합창단이다. 합창단의 매니저 역할을 맡고 있는 김상욱씨는 “드림하이라는 드라마가 고양시를 배경으로 하면서, 이를 문화 콘텐츠로 활용하고 싶었어요. 고양시를 대표하는 것. 시민을 대표하는 것. 합창단이 제격이었습니다”라고 그 시작을 설명했다. 그리고 지금 6개월이 지나고 있다.
이 합창단이 주목받는 것은 우선 실력이 쟁쟁해서가 아니라, 단원들의 다양성에 있다. 10살도 되지 않은 어린이부터 80세에 가까운 어르신까지. 전 세대를 아우른다. 직업도 천차만별. 주부, 자영업자, 택시운전기사, 미용사. 여기에 정신지체를 앓고 있는 시민까지. 교집합이 없다. 하지만 이들은 이미 교집합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노래를 진정 좋아하는 마음 하나. 이것이 드림하이 고양시민합창단이 갖는 힘이다. 택시업에 종사하는 임재연씨는 한창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시간대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포기한 채 연습에 나온다. “음악을 좋아하니까, 돈을 벌 기회도 포기하고 오는 거죠 (하하) 택시 봉사활동을 하며 늘 남에게 뭔가 베풀고 살아야 하다는 마음이 있었는데, 합창단에 들어오며 그 마음이 더 커지는 것 같아 행복합니다”
한국에서 13년째 살고 있다는 쌍둥이 엄마 숙아띤 단원은 인도네시아 출신이다. 숙아띤 씨는 “음악은 잘 모르지만 배우면서 여러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어 너무 좋아요. 합창단 생활이 아이를 키우며 한국 땅에서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되고 있어요”라며 즐거움을 표한다.
단원들의 이런 노래 사랑 덕분이지, 제법 자랑할 만한 성과도 거두었다. 예능 프로그램 ‘남자의 자격-청춘합창단’이 참여해 화제가 됐던 KBS 전국민 합창대축제 ‘더 하모니’에서 드림하이 합창단이 당당히 1차 UCC 오디션에 합격했다. 아무도 생각지 못한 일이었다. 그것도 두 달간, 9번의 연습만으로 말이다. 아마 잘하고 못해서가 아니라, 멤버들 각자가 노래에 담은 마음이 전해진 값진 결과였을 것이다. 비록 다음 관문에서 탈락의 고배를 맛보긴 했지만, 단원 모두에게 좋은 추억이자 파이팅을 외칠 수 있었던 기회였다.
연습벌레 단원들, 그들이 주는 것은 ‘실력’ 아닌 ‘감동’ 음악을 해본 적도 없고, 접해보지 않았던 단원들이 대부분이기에 연습도 그만큼 더 많이 해야 한다. 악보를 읽지 못한다면 녹음을 해서 수십 번씩 다시 들어야 하고, 다른 사람의 소리를 들으며 외워야 한다. 지휘자가 설명하는 음악 이론도 꼼꼼히 받아 적고 공부해야 한다. 직장에 가정에, 학교에 매어 생활하기에 매주 한 두 번 모이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한곡을 마스터하기도 힘들고, 무대에 오를 레퍼토리도 아직은 부족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단원들에게는 노래에 대한 열정, 삶에 대한 순수함이 있기에 힘든 것도 금방 잊어버린다. 시립합창단원이자 드림하이고양시민합창단의 지휘자를 맡고 있는 송재용 씨는 “여러 사람이 함께 배려하고, 아끼며 노래하는 모습을 보고 또 다른 인생을 배우게 됩니다. 드림하이합창단은 실력보다도 감동을 주는 합창단이죠”라며 자신 있게 소개한다. 사실 드림하이 합창단은 단원들이 적은 돈이지만 회비도 내야하고, 지휘자며 반주자를 비롯해 모두 무보수로 일하고 있는 자생 합창단이다. 그래서 실력보다 열정과 순수한 마음들이 더 필요한 합창단일지도 모른다.
드림하이 고양시민합창단은 큰 꿈을 꾸고 있다. 고양시의 문화사절단으로 자리매김하고, 나아가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음악을 같이 할 수 있는 것 말이다. 이를 위해 단원모집도 대대적으로 하고 있다. “음악을 함께할 수 있는 마인드를 가진 분들을 찾고 있습니다. 앞으로 합창단이 양적, 질적으로 성장해 고양시를 대표하는 합창단이 되도록 노력할거예요”(김선광 회장) 올해 고양시에서 열린 각종 축제나 행사 무대에 오르기도 했었고, 연말에는 자선 송년음악회도 잠정적으로 계획하고 있다. 송재용 지휘자는 “합창단원들과, 시민들과 함께할 수 있는 나눔의 장을 만들고 싶습니다. 장애우들을 비롯한 우리 이웃들을 초청해 음악도 들려주고, 도움의 손길도 베풀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싶어요”라고 설명했다. 그들의 꿈을 담은 무대가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지 기대해본다. 드림하이 합창단이 되고 싶다면 인터넷 카페를 참조하면 된다. http://cafe.daum.net/goyangcitizenchoir
<나에게 드림하이 합창단은....>
# 장명옥 단원
“드림하이 합창단은 비타민이죠! 직장과 가정.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몸과 마음이 힘들지만 합창단에서 화음을 맞추다보면 힘이 저절로 생긴답니다. 합창단은 영양제와 같아요”
# 숙아띤 단원
“드림하이 시민합창단은 저에게 희망이에요. 한국에서 아이와 함께 살며 시간적, 비용적으로 부담이 돼 노래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았죠. 좋아하는 노래, 맘껏 배우고 부를 수 있어 행복해요”
# 송재은 단원
“드림하이 고양시민합창단은 도전입니다. 악보도 처음엔 못 읽고, 녹음은 필수였죠. 하지 못했던 일, 생각지도 못했던 일을 하면서 자신감도 생기고, 늘 도전정신을 갖게 합니다”
남지연리포터 lamanu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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