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르르르. 잘 달구어진 무쇠 불판 위에 곱창이 닿는 소리, 기름이 익어가며 진동하는 그 냄새. 어스름한 저녁, 곱창집 앞을 그냥 지나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김유정 독자는 가끔 쫄깃한 맛이 그리울 때 찾는 집이라며 정발산동 ‘호수양곱창구이’를 소개했다.
“굽는 냄새랑 씹을 때 느낌이 좋아요. 평소에는 돼지 곱창을 더 자주 먹는데 그건 곱이 없잖아요. 소곱창은 쫄깃쫄깃한데다 양념 없이 고소한 맛 자체로 먹을 수 있어요.”
그저 평범한 곱창집이다. 어깨를 마주칠 만큼 좁지도, 휑하게 느껴질 만큼 넓지도 않다. 사람 냄새 물씬 나는 선술집 분위기에 삼삼오오 둘러 앉아 식사를 하며 이야기 나누는 모습들이 정겹다. 메뉴는 소의 양, 곱창, 대창, 막창, 차돌구이와 염통, 내장탕이 있다. 가장 인기라는 양구이와 곱창구이를 주문했다. 콩나물 무침, 열무김치, 상추 겉절이 반찬에 간과 천엽이 먼저 나온다. 생간은 누린내가 나지 않고 천엽은 쫄깃했다. 시원한 열무김치의 맛도 좋지만, 아삭하면서도 고소한 콩나물 무침에 자꾸만 손이 갔다.
양구이는 굽지 않은 채 양파와 함께 불판에 올려 준다. 곱창구이는 감자와 함께 초벌로 익힌 후 테이블에서 다시 구워 먹는다. 보통 고기의 질감과 비슷한 양구이는 아이들에게, 곱창구이는 어른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겉은 바삭하지만 씹다 보면 질기다. 세상살이에 지친 어른들에게는 이 또한 별미다. 더 질긴 인생도 살아냈는걸, 하며 질겅질겅 씹다보면 고소한 맛에 응어리진 마음까지 다 풀릴 것만 같다.
사장으로 보이는 이가 직접 곱창을 잘라 주는데, 속내를 털어 놓아도 될 것 같은 편안한 인상이다. 극존칭이 난무하는 음식점들이 늘어가는 요즘, 이곳은 친절이 과하지 않아 오히려 좋았다. 구이를 먹은 후 비빔밥과 잔치국수로 입가심을 했다. 양념이 강하지 않고 소박한 맛이다. 구이, 반찬, 식사메뉴 다 그랬다. 진솔한 이웃집 형을 만난 느낌이랄까. 밋밋한 인생에 쫄깃함이 필요할 때, 마치 어제도 왔던 것처럼 슬며시 들러보고 싶은 집이다.
메뉴: 양, 곱창, 대창, 막창, 차돌구이. 간, 염통, 천엽, 내장탕.
위치: 일산동구 정발산동 1221-7
영업시간: 정오 ~ 오후 11시
휴무일: 없음
주차: 10여 대
문의: 031-905-27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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