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통신 세대라면 천리안이라는 이름을 기억할 것이다. 사회야구인 하준태 씨는 천리안에서 야구 동호회를 만들어 운영했다. 1994년이니 지금처럼 야구가 활성화되어 있던 시절도 아니었다. 토요일은 물론이고 일요일 직장 근무도 흔하게 이루어지던 그 시절, 하 씨는 야구 경기를 하기 위해 회사를 네 번이나 옮겼다. 말 그대로 야구광이다. 지금은 아들 종현(대화초6) 군까지 아버지의 야구 사랑에 가세했다. 종현 군이 소속된 고양시일산리틀야구단이 훈련하는 킨텍스야구장에서, 야구사랑 극진한 하준태 씨 부자를 만났다.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한국 사회인야구의 2세대, 야구광 아버지
하준태 씨는 한국 사회인야구의 2세대를 이끈 주요 인물이다. 야구 동호회가 3개라 리그를 열지 못했던 천리안에서 네 번째 동호회를 만든 것도 오로지 야구를 향한 열망 때문이었다.
어릴 때부터 야구 선수가 되고 싶었던 그는, 부모님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대신 중학교 때 사격을 시작해 대학교까지 운동을 계속하며 국가대표로 뛰기도 했다.
군대를 제대한 어느 날, 한양대학교 운동장에서 유니폼을 입고 사회인 야구를 하는 직장인들의 모습을 보았다. 지금이야 야구 하는 사람들이 흔하지만 당시에는 찾아보기 힘든 시절이었다.
“정말 이런 사람들이 있네? 나이 먹고 성인 됐어도 야구를 하네? 놀라웠죠.”
아빠, 저는 야구 안 할래요
그때부터 그의 야구 인생이 펼쳐졌다. 누구는 야구를 인생에 비유하지만 그에게 야구는 ‘룰이 복잡하고 다양한 경우의 수가 있어 좋은 게임’이다. 그는 야구를 혼자 즐기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 1997년부터 2003년까지 리그를 하며 사회인 야구 저변을 확대하는 데 한 몫을 했다. 천리안리그운영자로 고양시와 연계해 2003년 MBC ESPN대회를 개최하는 데 힘을 보탰다. 아들 종현 군과 똑같은 유니폼을 입은 모습이 공중파를 타기도 했다. 그는 현재 5개 팀의 감독, 1개 팀의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종현 군에게 야구는 물이나 공기처럼 자연스러운 환경이었다. 아버지 하준태 씨는 종현 군이 어릴 때부터 야구장에 데리고 다녔다. 그러나 정작 아들은 야구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아버지들을 따라 온 다른 친구나 동생들과 노는 것이 좋을 뿐이었다. 초등학교 2학년 무렵, 경기를 보다가 야구에 흥미가 생기긴 했지만 아버지의 권유에도 야구를 배우려하지 않았다.
좋은 신체조건의 리틀야구단 아들
아무리 아버지가 야구광이라 해도 아들은 야구에 관심 없다는데, 속상해도 어쩔 수 없었다. 그러던 아들이 초등학교 5학년 여름, 갑자기 야구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학교 영재반에 들 정도로 학업 성적이 좋았던 종현 군은 일찍 찾아 온 사춘기 탓인지 무척 힘들어하고 있었다. 저녁마다 갈등을 겪는 아내와 아들을 지켜보던 하 씨는 “도대체 문제가 뭐냐”고 물었다. 아들은 “공부가 아닌 다른 걸 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 ‘다른 것’이란 바로 야구였다. 부모 모두 깜짝 놀랐다. 경기를 보는 것은 좋아해도 직접 하지는 않을 거라던 아이였기 때문이다.
“반대하는 아내를 설득해서 리틀야구단에 가입시켰어요. 한여름에 운동장 두 바퀴만 돌아도 힘들어서 두 손 들 거라고 했죠.”
몇 달이 지나도 아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훈련을 거듭하며 167cm의 키에 73kg이던 몸무게는 58kg까지 빠졌고, 오히려 좋은 신체 조건이라고 칭찬받는 선수가 됐다. 고양시일산서구리틀야구단 박종호 감독은 “조금 늦게 시작했지만 체격 조건 등 기본이 좋아 가능성이 있다”면서 “즐겁게 하고 있으니 더 빨리 성장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제 2의 봉중근 될래요
아들이 야구를 시작하자 아버지는 마음이 바빠졌다. 5학년 하반기에 시작했으니 남들보다 한참 늦었기 때문이다. 아는 지식을 총 동원해서 아들에게 야구의 비법을 전수하려 애썼다. 프로야구 출신의 선수들에게 밥을 사 먹여가면서 조언을 들려주기도 했다. 그러나 아들은 아버지의 비법을 소화하지 못했다.
“벅차더라고요. 자기 수준에 맞춰서 하게 놔두자는 마음이 들어 코치님과 감독님에게 맡겼어요.”
하종태 씨는 일하는 틈틈이 훈련장을 찾는다. 큰 키에 뒷짐을 지고 지긋이 아이들의 훈련을 지켜보는 아버지의 모습은, 어머니와 함께 오는 다른 아이들과 사뭇 다른 풍경이다. 장충리틀야구장에서 주전으로 처음 시합을 뛰었던 종현 군은 한 여름 땡볕에 추운 겨울까지 보내고도 아직 야구를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프로 선수가 되고 싶다는 꿈까지 키우고 있다. 좋아하는 선수는 엘지트윈스의 봉중근 선수, 롤 모델은 한국리틀야구대표선수로 활동하는 이건희 군이다. 실력을 쌓아 일루수나 투수를 하고 싶고, 프로 선수까지 해보고 싶다는 꿈을 키우고 있다.
“부족한 점을 훈련 후에도 남아 도와주고 야구에 대해 많이 가르쳐주는 아버지가 좋다”는 아들. 아들을 위해 3개 팀 감독 활동을 접겠다는 아버지. 야구를 사랑하는 이들의 이야기는 이제 시작이다.
어린이 야구 관심 있다면 이렇게
1. 리틀야구단은 중학교 1학년까지 선수 생활을 할 수 있다. 취미 야구는 주말에, 선수 야구는 평일에 이루어진다.
2. 신체조건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구력이다. 선수 활동을 하고 싶다면 적어도 5학년이 되기 전에 시작하는 것이 좋다.
우리 지역 리틀야구단 (연락처)
고양시일산리틀야구단 010-5234-0749
고양시덕양리틀야구단 010-2774-6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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