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봉산 ‘길상사’ 지상스님의 이야기가 있는 사찰음식
참된 음식은 우리의 몸을 살립니다
요즘 사찰음식이 인기입니다. 사찰 음식은 더 이상 ''절밥''이 아니라, 과잉의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에게 건강식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길상사에서 사찰음식 강좌를 열고 있는 지상스님은 “과도한 육식문화로 각종 질병과 환경 문제에 직면했다”며, “사찰음식은 간소하고 심심하지만, 우리 몸의 독소를 배출시키고, 순화되고, 고매한 인성을 길러준다”고 합니다.
종교의 벽을 뛰어넘어 사찰음식 강좌를 열고 있는 ‘길상사’를 찾았습니다.
사찰음식, 마음가짐이 중요
금요일 오전 10시, 식사동에 위치한 길상사(주지 보산스님)에서는 사찰음식 강좌가 한창이다. 서른 명의 수강생도 소매를 걷어붙이고, 재료 준비를 돕고 있다. 씻고, 다듬고. 첫 시간인데도 손발이 척척 맞는다. 강좌가 시작되자 지상 스님 얼굴에 보름달 같은 웃음이 번진다. “오는 순서대로 자연스럽게 팀을 정하고, 먼저 온 사람이 챙겨주세요.”
지상스님은 어릴 때부터 산과 들에서 자라는 나물을 맛보며 자랐다. 어릴 때부터 채식을 했던 터라 불교에 귀의한 22년 동안 사찰음식이 입에 꼭 맞았다.
지상스님은 식재료 하나로 여러 가지 음식을 뚝딱 만들고, 퓨전 요리를 즐길 정도로 아이디어가 많다. “예전부터 야채 피자와 메밀국수를 만들어 먹었어요. 우리 땅에서 나는 것 뿐 아니라 외국에서 들여온 채소도 사용하고, 새로운 퓨전 요리를 즐겨 만듭니다.”
오늘의 메뉴도 절에서 이런 걸 먹을까 싶은 ‘사찰짬뽕과 더덕죽순냉채’다. 요리에 앞서 사찰음식에 대한 스님의 이야기가 시작됐다. 지상스님은 사찰음식에서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에 있다고 한다.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지, 내 몸속에 들어가 어떠한 작용을 하는지, 항상 청정해야 하며, 음식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육수 대신 채수(蔡壽)
사찰짬뽕은 채수를 만드는 것부터 시작됐다. “사찰음식은 육수 대신 채수를 사용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무, 다시마, 마른 통고추, 표고버섯, 고춧가루를 넣어 채수를 만드세요.”
한쪽에선 양배추, 파프리카, 당근, 호박, 죽순, 표고버섯, 목이버섯, 유부를 먹기 좋게 썰어 고추기름에 볶는다. “고추기름은 기름을 살짝 데워 고춧가루에 부어 걸러냅니다.”
사찰짬뽕은 이제 면을 삶아 함께 끓여내면 된다. 더덕죽순냉채도 어느새 채비를 마쳤다.
더덕은 껍질을 벗겨 방망이로 두들겨 먹기 좋게 찢는다. 죽순의 아린 맛을 없애는 데는 스님만의 노하우가 들어갔다. “죽순은 껍질을 벗겨 끓는 물에 된장 한 스푼 넣고 데칩니다. 삶은 물에 반나절쯤 담가두면 아린 맛이 없어집니다.”
지상스님은 강좌 내내 당부의 말을 빠뜨리지 않는다. “음식을 만들면서 항상 정리를 하세요. 습관화 돼야 요리가 즐겁습니다.”
수강생들은 끊임없이 의견을 나누며, 일사천리로 요리를 완성해 갔다.
“자연의 축복을 받은 음식은 맛 이상의 건강한 생명력을 담고 있습니다. 이렇게 참된 음식은 우리의 몸을 건강하게 하지요.”(지상스님)
종교의 벽을 뛰어넘다
길상사에서 열리는 사찰음식 강좌는 종교의 벽을 뛰어 넘었다. 수강생 대부분이 타 종교인으로 누구나 수강할 수 있다.
김희숙씨는 채소를 싫어하는 아이를 위해 사찰음식을 배운다. “나이 들어서 음식이 자꾸 짜진다고 하니까 몸에 좋은 사찰음식이 궁금했어요. 천연조미료부터 국물 내는 방법까지 알뜰하게 배워 아이에게 해주려고요.”
불교대학 학생이라는 이주미씨는 후배와 함께 등록했다. “오신채를 넣지 않고도 맛을 내는 비법을 배우려고요. 큰애가 고3 수험생이거든요.”
오지연씨는 “건강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먹거리가 중요해졌다”며, “특히 사찰음식이 건강에 좋을 것 같아서”라고 말한다.
명랑한 이화연씨는 남편이 대신 신청을 했다. “평소에 요리를 못해서 남편이 사찰음식을 배워보라고 했어요.(웃음)”
궁중요리를 배웠다는 정선희씨는 특별한 이유로 길상사를 찾았다. “예전에 절에서 먹은 쑥갓부각이 너무나 인상적이어서 사찰음식을 꼭 배우고 싶었어요. 바삭하고, 깔끔한 그 맛을 잊을 수가 없어서요.”
오신채를 삼가라
사찰음식은 오신채(五辛菜)를 사용하지 않는다. 오신채는 마늘, 파, 부추, 달래, 흥거 다섯 가지로 향이 강한 특징이 있다.
“오신채는 마음을 흩뜨려 수행에 방해가 됩니다. 특히 사람의 감각기간에 과도한 흥분과 긴장감을 줘 신경질적이고, 화를 잘 내게 합니다. 과도한 스트레스와 긴장의 연속인 현대인들과 수험생은 이러한 오신채를 멀리해야 합니다.”지상스님은 화학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제철 음식으로만 조리해 사찰음식의 우수성을 알리고 있다. “사찰음식은 식재료가 가지고 있는 본연의 맛을 살리고, 첨가물을 최소화 한 맛입니다.” 사찰음식에는 불교의 세계관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사찰음식의 메시지는 생명의 존엄성을 알리는 것입니다. 동물처럼 아픔을 느끼는 생명체는 나와 다르지 않다고 보는 것이지요. 또 오신채를 멀리 해 안정되고 편안한 심신을 유지하고, 순화되고, 고매한 인성을 기르는데 의의가 있습니다.”(지상스님)
사찰음식 강좌 일정
6월 8일부터 시작된 강좌는 3개월, 1개월, 1일 체험 과정이 있다. 금요일 오전 10시, 오후 2시, 토요일 오후 2시 반으로 각 30명씩 모두 90명이다. 수강료는 1개월 15만원, 3개월 36만원으로 재료비를 포함한 가격이다. 수업시간은 2시간 30분.
길상사 주지 보산스님 미니인터뷰
길상사가 위치한 식사동은 밥식(食)에 절사(寺)자를 사용합니다. 실제 고려시대 공양왕이 잠을 자고, 공양을 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역사적인 스토리텔링이 우리 길상사와 너무나 잘 맞습니다. 앞으로 사찰음식 강좌를 계속할 것이며, 사찰음식박물관도 만들 계획입니다.
이남숙 리포터nabisu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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