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여성·비전문산악인 많은 ‘일산명품산악회’
“나 오늘 행복할 거야! 외치고 산에 오르죠”
명품을 좋아하는 산악회가 아니다. 명예와 품위를 지키는 산악인이 되자고 지은 이름이다. 2008년 7월에 시작해 5년차로 접어드는 산악회. 흔한 것이 산악회지만 이곳은 좀 독특해 보인다. 한 달 네 번 산행, 활동은 극히 평범하나 회원 수는 무려 3천 8백 명에 이른다. 비결이 뭘까.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여성이 60% 웃음 많은 산악회
천경희 씨는 십년 전인 마흔 두 살에 척추를 크게 다쳤다. 한 동안 하반신을 쓰지 못하고 말도 잘 못할 만큼 상태가 나빴다. 3년 전, 산악회에 다녀보라는 친구의 말에 인터넷으로 검색을 했다. 가장 먼저 나오는 것이 ‘일산명품산악회’였다.
“산악회는 산을 잘 타는 사람만 가는 곳인 줄 알았어요. 나처럼 산을 못 타는 사람을 누가 데리고 다니겠나 했지. 처음 간 곳이 북한산인데 끝까지 산에 오르게 도와주는 거예요. 그래서 또 나갈 수 있었어요.”
산악회 활동은 감동의 연속이었다. 눈 내린 산에서 다친 그를 회원들은 비닐에 태워 끌고 내려왔다.
“지금도 생각하면 눈물이 그렁그렁 해요. 삐고 다치고 잘 넘어지는 저를 어느 누구도 피하지 않고 도와주고 번갈아 가면서 업고 내려오는 걸 말로 표현할 수 없죠. 저한테는 은인 같은 산악회예요.”
2년, 3년을 따라 다니다 보니 몸의 기능들이 살아났다. 일 년에 서너 번은 입원하던 그였지만 단 한 차례도 병원 신세를 지지 않을 만큼 좋아졌다.
처음 산에 간다고 했을 때 말리던 남편은 이제 산에 가는 날 늦잠이라도 잘라치면 먼저 깨워준다. 웃는 모습이 밝은 천경희 씨는 지금 산악회의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는 일산명품산악회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척추를 다쳐 7년간 투병생활을 하던 이가 산에 갈 수 있다면 누구나 갈 수 있다는 것을 이곳 사람들은 말없이 보여주고 있다. 전문 산악인들의 어려운 등반은 추구하지 않는다. 관심도 없다. 산에 오르는 즐거움을 나눌 수만 있으면 된다. 여성이 60%를 차지하며 부부가 많고 30~50대 비전문 산악인들이 많다. 입소문을 타고 사람이 늘어난 것이 3천 8백 명에 이른 것이다.
초보도 즐거운 산악회
전문적인 등반을 원하는 사람들도 간혹 찾아오지만 한 번 등산을 해보고 떠나는 경우가 많다. 잡지 않는다. 어차피 전문 산악인을 위한 모임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느 산악회든 초보자가 오는 것을 반대는 하지 않죠. 그런데 빨리 가라고 눈치를 주는 경우는 있어요. 산을 잘 몰라서 힘든데 빨리 가라고 하면 얼마나 힘들겠어요.”
회장 권혁명 씨의 말이다. 그는 젊은 시절 킥복싱 선수로 활약했으며 바이크, 암벽타기 등 스릴 있는 스포츠를 취미로 즐기며 살았다.
14년 전 안타까운 사고가 생겼다. 맨몸으로 바위를 함께 오르던 친구가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장비를 모두 태우고 산에 발길을 끊었다가 등반을 권하는 지인의 권유로 다시 올랐다. 그 후 산악회를 꾸려 산에 가는 즐거움을 더 많은 사람과 나누는 일에 힘썼다. 다른 산악회 활동도 해봤지만 일반인들이 따라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해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는 산악회를 꾸려가자고 마음먹었다.
“잘하는 사람들은 먼저 가버리고 초보들은 떨어져서 산길을 헤매는 경우가 있지만 저희는 그럴 염려가 없어요. 총대장과 대장, 부대장이 이끌고 회장이 후미를 책임지면서 끝까지 하산하니까 낙오되는 사람이 없죠.”
긍정적인 마음으로 산에 올라
일산명품산악회는 산에 오르기 전 다 함께 외치는 말이 있다.
“나 오늘 행복할 거야! 함께 외치고 산에 올라요. 거기에 모든 답이 다 들어 있어요. 행복할 거니까 부정적인 것 보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지내죠. 행복할거라는 약속을 했으니 그걸 지키기 위해서라도 부드러워 지거든요.”
여럿이 함께 다니니 별별 사람들이 다 찾아온다.
“싫다고 다 쳐내고 안 봐서도 안 됩니다. 여기서 구제해 주지 않으면 그 사람은 영원히 그렇게 살아야 되거든요.”
화내거나 싸우기보다는 설득하는 방법을 택한다는 권혁명 회장의 말이다.
총무를 맡고 있는 박지영 씨는 “자기 몸 아끼지 않고 베풀어 주는 회장님 덕분에 12명으로 시작한 멤버가 이렇게 커졌다”고 말했다. 원칙을 지키는 깔끔한 운영도 한 몫 하고 있다. 매번 산행은 입금 순서로 마감하며 비용은 거리에 따라 2만 5천 원~6만 원으로 최소 경비만을 각자 부담한다.
산을 겁내지 않게 도와줘
산행 대장을 맡고 있는 정일교 씨는 “산악회가 모든 것을 다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산은 자기와의 대화입니다. 어느 산 어느 산악회인가가 중요하지 않아요.”
동네 뒷산이라도 부부가 함께 즐길 수 있으면 그것이 훌륭한 등산이라는 말이다.
“누구와 어떤 산행을 했느냐가 중요하죠. 산악회는 처음 산행을 하는 분에게 산에 애착을 갖고 건강관리를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곳입니다.”
산을 겁내지 않게 도와주는 산악회. 산을 겸허하게 대하되 무시하지 않고 도전하고 포기하지 않도록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많은 곳이 일산명품산악회다.
일산명품산악회는 주 1회 진행하는 산행 외에 낚시 여행 봉사활동 등 친목을 위한 활동을 자주 갖는다. 매년 빠지지 않고 진행하는 것은 가을 설악산, 겨울 한라산 등반이다. 해마다 한 번씩 해외 이벤트 산행도 진행한다. 오는 7월 3일은 인터넷 카페 설립 4주년 행사를 백석동 천년부페에서 오후 6시에 갖는다. 일산명품산악회에 관심 있다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문의 다음카페 일산명품산악회 cafe.daum.net/ilsanmp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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