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되살리는 바느질 놀이터 예비사회적기업 ‘수다공방’
바느질로 모여 마을 공동체 꿈꿔요
“처음부터 뭘 만들어 팔기보다 솜씨 자랑으로 시작했어요. 수다를 통해서 쌓인 것도 풀고, 자투리 천으로 재활용도 하고.”
예비사회적기업 수다공방의 대표 김은숙 씨의 말이다. 지난 7일 오후, 교하의 한 커피숍에서 테이블 가득 바느질감을 쌓아놓은 이들은 입으로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누며 손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수다공방 이름에는 ‘손이 많다’(手多)는 뜻도 숨어 있다. 손이 많으면 힘든 일도 거뜬하다. 서로 도우며 살자는 공동체 정신이 담긴 이름이다.
엄마 모임에서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수다공방은 주부들이 모여 만든 예비사회적기업이다. 삼베주머니를 만들어 두레생협에 납품하고 출판단지 내 보리출판사책놀이터, 교하도서관 등 지역에서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주1회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한 손바느질 강좌도 하고 있다. 2011년에 예비사회적기업 지원 프로그램을 받았지만 아직은 동아리 성격이 강하다.
처음부터 기업을 만들겠다는 뜻은 없었다. 심학산지킴이라는 아동 대상 생태프로그램에 참가하는 자녀들을 둔 어머니들이 모인 것이 시작이었다. 자녀들이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매주 수요일, 이들은 출판단지에 있는 헌책방에서 책을 보고 차를 마시며 기다렸다. 그러다 이정은 씨의 집에서 패브릭 조각이 많다는 것을 알게 돼 같이 모여 바느질을 하기 시작했다. 안 입는 옷으로 가방을 만들기도 하면서 주변에 알음알음 소문이 났다. 재주꾼들이 합류했다. 누구는 천연 염색을, 누구는 뜨개질을 잘했다. 재봉틀을 노련하게 다루는 이와 미술을 전공한 이까지 속속 모여들었다.
나를 되살리는 바느질 놀이터
만날 때 마다 한 보따리씩 싸온 헌 옷과 털실, 조각 천들이 앞치마, 행주, 실내화와 가방, 카드지갑이나 북 커버로 태어났다. 규방공예, 자수, 퀼트, 뜨개질 등 각자 가진 재주를 나누기도 했다.
그동안의 성과를 모아 2011년 11월에 첫 번째, 올해 3월에 두 번째로 전시회도 열었다.
두레생협 되살림매장인 ‘선물’에 물품을 공급하기도 했다.
젊은 새색시부터 연배가 있는 중년까지 모여 바느질을 하니, 동년배에서는 배울 수 없는 삶의 지혜를 얻는 것이 수다공방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되살리는 것이 물건만이 아니에요. 마음도 되살리고 나의 삶도 되살리고.”
이정은 씨가 수다공방에 ‘나를 되살리는 바느질 놀이터’라는 부제가 붙은 이유를 설명했다.
“일상의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는데 막상 얘기를 꺼내면 가벼워지잖아요. 수다를 떨면 자기도 치유가 되고 무겁던 것이 가벼워지기도 하고 또 가벼운 것이 무거워지기도 하고요.”
바느질에서 마음 치유까지
퀼트를 잘하는 정부경 씨, 재봉틀을 노련하게 다루는 우진미 씨, 규방공예와 천연 염색을 하는 김은숙 씨와 『호미아줌마랑 텃밭에 가요』(보리출판사 2012)를 펴낸 장순일 작가까지 재주꾼들이 많다. 회원들이 바느질을 하는 동안 이정은 씨는 클래식 기타를 연주하기도 한다. 바느질을 하며 요리법을 공유하기도 한다.
단순히 만들기 방법을 배우는 것으로 끝나는 모임이 아니라 마음 치유로 이어진다. 엄마로 아내로 여자로 살아가는 고단함을 나누고 끝날 때는 각자 만든 무언가를 들고 돌아갈 수 있다. 거창한 것은 아니지만 살면서 필요한 소소한 것들을 만든다.
“대단한 사람만 성취감을 느끼는 게 아니잖아요. 우리처럼 평범한 사람들도 작은 것에 만족하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죠. 저희는 수다를 통해서 일상의 여러 가지를 해소하는 모임이에요.”
마을공동체 꿈꾸다
“남편이 두세 달씩 장기출장을 자주 가요. 결혼한 지 얼마 안 됐는데 서울에서 와서 갈 곳도 없고 동네 사람들도 모르고. 소개로 수다공방에 나왔는데 너무 좋았어요.”
매주 목요일에 수다공방 바느질 강좌에 참여하는 홍수연 씨의 말이다. 홍 씨는 “나와 보니 같은 단지 사람들이 두 명이나 있어 반가웠다”고 했다. 여자들끼리 모여 수다 떨고 차 마시고 헤어지고 나면 허무한 모임과 달리 뭔가 만들어서 가져가는 것이 좋았다. 재료 사러 동대문에도 가고 요리법도 공유하는 등 좋은 점이 많아 친구 유소라 씨도 소개해 데려왔다.
수다공방은 아직 독립된 공간이 없다. 모임은 카페 커피발전소에서 주로 갖는다. 이들의 꿈은 당연히 매장을 갖는 것이다. 이야기부터 삶까지 함께 나눌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마을 공동체를 만드는 날까지 이들의 생산적인 수다는 끝나지 않을 것 같다.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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