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맛있는 이야기
궁중음식전수자, 떡 전수자 ‘상상불고기’ 허용회 사장
음식에 철학을 담아내는 요리사
일신자동차학원 근처에 가면 느린 고기 집 ‘상상(想床)불고기’가 있다. 이곳은 궁중음식 전수자이자 떡 전수자인 허용회 사장이 꾸려 가는 곳이다. ‘생각해서 밥상을 만든다’는 뜻을 담은 상상불고기는 허용회 사장만의 남다른 요리 철학이 있다. 대한민국에서 제일 맛있는 불고기를 만든다고 자부하는 그는 “지나치게 멋을 내지 않고, 식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최고의 맛”이라고 말한다.
사진작가이자, 철학가이기도 한 특별한 이력의 요리사, ‘상상불고기’의 허용회 사장을 만났다.
자연에서 자란 요리사 ‘허용회’
허용회 사장은 지금의 서울대학교가 있는 작은 동네에서 자랐다. 그 곳에서 흙을 밟고, 양을 키우며 살았다.
직접 양젖도 짜고, 그걸 먹기도 했다.
“진짜 우유는 바로 짜서 끓입니다. 우유 속에 있던 찌꺼기를 걸러내기 때문에 아주 고소하죠.
” 어린 시절 행복한 기억들로 가득한 그는 순수 사진을 찍는 사진작가로 자랐다. 엄밀히 말하면 사진작가이자 철학가였다. 40대 중반이 되던 어느 날, 그는 요리사의 길을 걷기로 결심한다. 평소 요리에 관심이 많았고,
무엇보다 ‘절대미감’을 소유했기 가능했다.
요리를 배우기 위해 학원을 다니지는 않았다. 많은 책을 보며, 스스로 깨우쳤다. 자기만의 노하우를 쌓는 과정도 거쳤다.
그러다 평소 친분이 있는 궁중음식의 대가 한복려 선생을 찾아가게 된다. 정말 쟁쟁한 대가들이 모인 자리였다.
한복려 선생님을 만나던 날 그 곳에서 어린 시절 맡았던
자연의 흙냄새가 떠올랐어요.
그 냄새는 식도를 타고 흘러들어가 추억의 맛을 더듬었죠.
그래, 이런 걸 먹어야 해.” 남들보다 늦게 시작한
요리는 힘들었지만 즐거웠다. 음식에 대한 철학을 배우며,
소중한 경험들도 쌓았다. 허용회 사장이
관심 있게 파고든 건 밀가루 음식과 갈비탕, 그리고 불고기
였다. 이후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음식점을 내기 위한 준비를 차근히 해 나갔다.
철학을 담은 ‘상상불고기’
그가 처음 문을 연 건 백석동의 한정식당이었다. 많은 열정을 쏟았지만, 곧 실패의 쓴 맛을 봤다.
그러나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더 꼼꼼히 준비해 지금의 ‘상상불고기’ 자리에 둥지를 틀었다.
이곳에서는 오직 ‘불고기’ 하나만 만든다.
“요리는 어떤 마음으로 만드냐가 중요합니다. 그 사람의 철학을 담아내야 제대로 된 요리지요.”
그의 요리 철학은 짧고, 명료했다. “재료 본래의 맛을 최대한 살리려고 합니다. 지나치게 멋을 내지 않고,
몸에 좋고, 맛도 좋은 요리는 만드는 것이지요.”
그가 만든 상상불고기에는 이런 철학이 함축돼 있다. 가격은 낮추고, 좋은 품질의 식재료로 음식의 제 맛을
살리는데 최대한 신경을 썼다. 또, 손님에게 받은 것은 그 몇 배의 가치로 돌려주기 위해 노력했다.
또, 요리의 과정에서도 엿볼 수 있다. 전통방식으로 고기를 숙성시켜 풍미를 더하고, 강원도 참숯과 불고기
동판에 구워 불고기의 맛을 제대로 냈다.
“그릇은 음식이 입는 옷이죠. 우리 조상들이 사용하던 불고기 동판은 관리가 힘들어도,
불고기 맛을 살려주는 데 최고예요.”
그의 불고기는 음식 좀 한다는 요리사들 사이에 먼저 입소문이 났다.
지금은 요리사들이 즐겨 찾는 맛집으로 유명하다.
과학적으로 찾아낸 최고의 맛
그에게 요리란 과학이다. 진정한 맛을 찾아내기 위해 미세한 재료 하나도 허투루 결정하는 법이 없다.
식재료부터 양념의 비율까지, 최고의 맛을 찾기 위해 골머리 싸매가며 밤낮없이 연구했다. 좋은 고기를
찾아내기 위해 전국 각지를 돌며 발품을 팔았고, 싱겁지도 짜지도 않은 장국의 맛을 내기 위해 계산을
거듭했다. “한우는 스펙을 꼼꼼히 살펴요. 고기는 누가 어디서 어떻게 키웠는지가 중요합니다.
스트레스를 받고 자란 소는 우리에게 독이 될
수도 있거든요좋은 숯을 찾기 위해서도 무던히
노력했다. 실험정신이 강한 그는 싸구려 중국산 숯부터 우리 명품 숯까지 수십개의 숯을직접 구입해 불을 피웠다.
그 과정에서 화력도 좋고, 오래 가는 견고한 강원도 참숯을 찾아냈다.
또, 산화를 최소화하기 위해 주문과 동시에 숙성된 고기를 썰고, 그 자리에서 양념을 한다. 미리 만들어 내오는 불고기와는 차원이 다르다. “참기름은 빨리 산화가 되기 때문에 즉석에서 바로 양념을 해야 합니다.”
보통 정성이 아니다. 더러 늦게 나온다고 타박하는 손님도 있다. 그러나 그는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최고의 ‘맛’을 내는 정직한 길을 가고자 한다.
우리의 문화를 요리하고파
그에게 요리란 문화고, 즐거움이다. 특히 그가 만든 음식에 대한 자부심 하나 만큼은 최고다.
“진정으로 제 요리를 알아주는 손님이 왔으면 좋겠어요. 그런 손님을 만나면 행복하고 즐겁거든요.
식객에서처럼 나비가 날아드는 최고의 맛을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는 항상 이런 초심을 잃지 않으려 노력한다. 오늘도 정신을 가다듬고, 정식한 맛내기에 매진한다.
“다들 단맛이 있고, 사람들로 북적대는 집을 맛집이라고 합니다. 그런 곳은 평균 정도의 맛을 지녔을 뿐 깊은 맛도 담백함도 없습니다. 먹은 후에는 오히려 찝찝한 갈증만 생기죠.
저는 단맛 이외 다양한 맛을 보여주고자 합니다.”
지금껏 큰 욕심이 없던 그지만, 요즘 그는 용기를 내 본다.
“비록 지금은 작고 소박하지만, 요리사로의 열정과 철학을 알아주는 날이 오리라 믿어요.
앞으로 제가 만드는 불고기가 고양시,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적인 상상불고기가 됐으면 합니다.”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 느린 고기집 ‘상상불고기’에 들러 철학이 깃든 최고의 요리를 맛보시길.
이남숙 리포터 nabisu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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