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제와 부드러움, 아날로그적 선(線)에 빠지다!!
연필사랑동우회
뾰족하게 깎은 연필은 언뜻 날카로워 보이지만 강약을 조절해가며 스케치북을 반복해 오가다보면 부드럽고 따뜻한 선들이 어우러져 하나의 형상이 된다. 칼라사진이 아닌 흑백사진의 느낌이랄까. 그 아날로그적인 매력에 빠져 일주일에 한번 정기적으로 모여 연필그림 작업을 하는 ‘연필사랑동우회’ 회원들을 만났다. 심재원, 김양근, 김인희, 엄혜숙, 민순덕, 신혜린 씨 등 6명의 주부들이 그들. 이들은 지난 7월 1일~10일 파주 교하도서관 내 교하아트센터에서 열린 ‘연필사랑 동우회전’을 통해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선보여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았다. 올해 두 번째 전시회를 가진 이들은 지난해에 흑과 백의 매력에 푹 빠져 아련한 흑백사진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전시회를 가졌다면 이번 전시는 한 작품에 소묘와?색의 조화로움을 함께 추구하는 등 다채로운 작품을 선보였다.
-고양여성회관에서 연필인물화를 함께 배운 인연
연필사랑동우회 회원들은 행신동 고양여성회관에서 연필인물화반 수강생으로 만났다. “그림을 전공하진 않았지만 학창시절부터 그림을 좋아했던 이들이죠. 취미가 같고 관심사가 같다보니 자연스럽게 연결고리가 만들어졌어요. 우리는 사람들의 따뜻한 내면과 아픔 등을 보듬어 안는 소재들을? 좋아하지요. 인물을 소재로 각양각색의 사람들의 희노애락을 공감하고 싶어요.” 민순덕 씨의 말에 회원들은 거창한 목적의식이나 목표를 갖기보다 사람을 좋아하고 만나는 것을 좋아하다보니 뜻 맞는 이들이 함께 모이게 됐다고 거든다. 연필화는 주로 다른 재료로 옮겨 완성작이 되기 전단계의 밑그림이나 습작이지만 하나의 완성작으로 예술적 가치가 높은 작품들도 많다. 연필사랑동우회원들은 “손쉽게 선을 그을 수 있고 또 잘못된 그림을 수정하기 쉽다는 이점 때문에 초보자들이 접근하기 좋은 장르지만 하다보면 연필화가 가진 무한한 예술적 매력에 축 빠져들게 된다”고
입을 모은다.
엄혜숙 씨는 “처음엔 쉽게 접근했다가 할수록 연필화의 매력에 빠져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도 높은 그림을 그리고 싶은 욕심이 생기더라”고 한다. 김양근 씨는 “학창시절 그림에 대한 동경이 있었는데 마침 고양여성회관에서 연필인물화반이 있어 배우기 시작했죠. 그런데 할수록 도전의식이 생기게 되더군요”라며 다양한 기법을 사용해 사진에서 느낄 수 없는 깊이감 있는 연필화를 그리고 싶다고 한다.
연필사랑동우회전에서 ‘휴식’이란 작품으로 관심을 모은 심재원 씨는 “전시가 목표는 아니었지만 준비과정에서 서로의 작품을 합평하고 작품성을 높이기 위해 서로 의견을 나누다 보니 좀 더 잘하고 싶다는 목표의식이 생기더군요. 전시회를 하고 나면 그림에 대한 안목이 한 뼘씩 상승하는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할아버지가 곰방대를 피우는 모습을 정감있게 표현해 관람객들을 그림 앞에 사로잡은 김연희 씨는 “연필화를 하기 전에는 무심히 넘겼던 일상들이 요즘엔 그냥 지나쳐지지 않아요. 자연이며 일상들이 모두 그림의 소재가 되고 생활 곳곳에 아름다움이 산재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할까. 관찰력이 좋아지죠.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작은 생물까지 각자의 아름다움을 품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지요”라고 한다.
회원 중의 가장 나이가 어린 신혜린 씨는 소소한 일상 중의 가족의 모습을 표현해 그림 앞에서 많은 이들이 미소를 짓게 했다. “주변 인물을 관찰하다보면 그 사람의 표정이나 얼굴에서 예전에 못 느끼던 아름다움, 장점이 보여요. 아직 그것을 다 표현하기엔 미숙한 점이 많지만 서투른 대로 사랑하는 가족들의 일상 중 한 컷을 연필로 표현해내는 작업이 재미있어요.”
민순덕 씨는 연필화를 배우고 ‘연필사랑동우회’ 활동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전문적인 미술공부를 시작했다고. “회화의 가장 기본이 되는 드로잉으로 연필화를 시작했다 나만의 것, 좀 더 잘 그리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어요. 연필 하나로 하나의 완성된 회화 세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확신. 연필터치를 계속하는 동안 절제와 응축, 부드러움과 열정 등 자유자재로 변화하는 것이 바로 연필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마음 맞추기 딱 좋은 6명, 40~60대까지 나이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지만 ‘연필화’라는 공통분모로 모임을 이어가고 있는 그들. “아마 혼자 작업을 했으면 벌써 포기했을 것 같아요. 수천 번 수만 번 연필터치를 하는 일이 쉽지 않은 일이거든요. 서로 같이 작업을 하게 되면 지루함도 잊게 되고 옆에서 열심히 작업하는 모습을 보면서 분발하게 되기도 하지요. 동호회가 아닌 동우회라고 한 것도 목표나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즐겁게 작업하고 서로 친구처럼 오래 함께 가자는 의미예요.”
마지막으로 회원들이 연필화에 대한 매력을 결론지었다. “연필화의 매력이요? 재료비가 별로 안 든다는 것이 장점이죠. (웃음) 연필 한 자루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그릴 수 있거든요.” 그래서 그림을 배우고는 싶은데 물감 걱정, 캔버스 걱정 때문에 주저하는 주부들에게 “딱”이란다.
이난숙 리포터 success6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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