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중 결식아동 급식 봉사 펼치는 운정마을 엄마손밥상

지역내일 2012-11-02

마을을 지키는 사람들 - 마을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온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오지랖’은 익숙한 정서였습니다. 옆집에 숟가락이 몇 개인지 빤히 아는 마을에서는 혼자만 아는 기쁨이나 슬픔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흉악 범죄가 연일 뉴스를 장식하는 요즘, 마을 공동체의 의미가 새삼스럽게 다가옵니다. 함께 즐기고 위로하며 살아가는 공동체를 위해 애쓰는 사람들. ‘마을을 지키는 사람들’ 기획에서 만나보겠습니다.


 방학 중 결식아동 급식 봉사 펼치는 운정마을 엄마손밥상
  엄마 대신 밥 한 끼 차려주는 따뜻한 손


  
“방학이 되면 집에서 혼자나 둘이 있게 되는데, 엄마손밥상에 와서는 공동체생활을 하면서 즐겁게 놀아요. 서로 알아가면서 언니 동생이 되는 거죠. 방학 때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것, 초등학교 때 그런 경험을 했다는 것이 좋은 추억거리로 남게 될 거예요.”
파주 운정마을11단지 관리소장 정춘희 씨의 말이다.
운정마을11단지에서는 지난 여름방학을 맞아 엄마손밥상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점심을 스스로 차려먹기 힘든 초등학생 아이들에게 점심 한 끼와 체험학습을 제공하는 복지 프로그램이다. 예산은 LH와 주거복지연대가 지원하지만, 음식을 만들고 체험학습을 진행하는 것은 마을 주민들의 자원봉사로 운영한다. 봉사에 함께 한 주민들과 정춘희 관리소장을 만나 지난여름의 훈훈했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밥상 나눔, 배움 나눔
맞벌이하는 부모들은 방학이 반갑지 않다. 아이가 상한 음식을 먹지 않을지 혼자 차려 먹다가 자칫 사고가 나지는 않을지 마음을 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이들의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생긴 곳이 바로 주거복지연대의 ‘엄마손밥상’ 사업이다. ‘엄마손밥상’은 한국토지주태공사(LH)와 주거복지연대가 공동으로 2005년에 시작한 사회공헌사업이다. 전국의 국민임대아파트를 대상으로 시행되며 2012년 현재 88개 단지가 지원을 받아 사업을 펼치고 있다. 해당 단지에서는 음식 조리와 체험학습을 진행할 자원봉사자를 모집한다. 아이들은 엄마손밥상이 진행되는 단지 내 공간에 모여서 함께 점심 한 끼를 먹고 체험학습 프로그램에 참여한 후 집으로 돌아간다.
식사 후 체험학습은 시행 단지마다 다르다. 운정마을11단지에서는 독서지도, 쿠키 만들기,  탁구 교실, 한자 교실, 서예 교실, 공예 교실 및 건강가정센터와 함께한 집단놀이 및 미술치료, 가족과 함께하는 머그잔 만들기를 진행했다.
“처음에는 서먹해서 밥 먹으러 오기도 어색해 했던 아이들이 계속 나오면서 밥도 잘 먹고 어울려 진행했어요. 엄마들이 하는 쿠키 만들기를 아이들이 참 좋아했어요. 더운 날씨에 오븐에 구우면서 땀 흘려가면서요.” (정춘희 소장)


“다음 방학 때 또 해 주세요”
운정마을11단지에서 엄마손밥상을 추진하게 된 것은 올해 초 부임한 정춘희 소장의 영향이 컸다. 그는 인천 지역에서 근무하면서 엄마손밥상 프로그램을 운영해본 경험이 있다.
“아이들이 너무 좋아했어요. 소장선생님이라고 부르면서 잘 따르는 모습도 좋았고요. 조리해주신 자원봉사자한테도 전화해서 다음 방학 때 꼭 밥해달라고 말하는 모습을 보고 여기서도 해주면 좋겠구나 생각했어요.”
마을 안에 플래카드를 내걸어 참여할 아동과 자원봉사자를 모집했다. 재능을 가진 주민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박정랑 씨도 그 중 하나다. 그는 전부터 자원봉사를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으나 참여할 계기가 마땅치 않아 마음만 먹고 있었다.
“쿠키 만들기를 했는데 아이들이 잘 따라줘서 좋았어요. 다른 엄마들이랑 재료를 준비해서 함께 하는 것도 좋았고요.”
엄마손밥상은 그가 처음으로 자원봉사의 뜻을 펼쳐 본 곳이다.
“엄마들 모임에서 봉사 활동을 하자는 말은 있었지만 선뜻 시작하게 되지 않았어요. 결혼 이후에 쿠키 만들기 수업에 참여하면서 나중에 가르치는 일도 해볼 수 있겠구나 싶었는데 엄마손밥상에 참여하면서 경험을 하게 돼서 좋아요.”


손자 반찬 만들던 솜씨, 이웃 아이들을 위해 베풀어
  
이학례 씨는 이웃들과 함께 엄마손밥상의 음식 조리를 맡았다.
“잘 먹고 와서 더 달라고 하는 애들이 제일 예뻐요. 애들이 많이 오는 날도 있고 적게 오는 날도 있는데, 많이 나와서 밥이 모자랄 정도로 된 날이 가장 좋았어요.”
이학례 씨는 손자들 반찬을 해주던 솜씨로 아이들 입맛에 맞는 반찬을 만들었다. 반찬은 요일별로 다양하게 마련해 겹치지 않도록 했다. 식사 후에는 요구르트나 과일을 번갈아 가면서 제공했다. 받아간 음식은 남기지 않도록 하고 골고루 먹도록 식사 예절도 가르쳤다. 아이들은 닭죽과 제육볶음 같은 반찬을 맛있게 잘 먹었다. 김치찌개같이 매운 음식도 곧잘 먹었다. 아쉬움도 남는다.
“아이들이 더 많이 참여하면 재밌을 텐데, 휴가를 한꺼번에 가서 어떤 날은 음식이 많이 남기도 했어요. 남는 음식은 단지 노인정에 갖다 드렸죠.”


마을 공동체 만들고파
 
조용득 씨는 엄마손밥상에 참여한 아이들에게 주1회 2시간 씩 한자를 지도했다. 기초부수부터 시작해 8급 수준의 한자 50자와 7급수준 100자를 가르쳤다. 아이들은 한자검정능력시험 8급 자격증을 땄다. 방학 때 한 달 동안 배운 실력으로 자격증까지 땄으니 뿌듯할 만도 하건만 조용득 씨는 아쉬운 게 많다.
“한자검정능력시험에서 7~8급을 딸 수 있는 수준으로 지도하겠다는 목표로 시작했는데 시간이 부족해 아쉬워요. 겨울 방학 때 다시 (엄마손밥상이) 시행된다면 6급까지 가르쳐서 도움을 주고 싶어요.”
그는 파주시 교육문화회관에 강의를 나가 이웃들을 위해 교육 나눔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문해교육을, 결혼이주여성들을 위해서는 한국어강의를 맡고 있다.
“자원봉사 하면서 보람을 느껴요. 다른데서 가르치는 것보다 우리가 사는 마을 입주민들과 아이들을 위해 내가 해줄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좋아요.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쏟아낼 기회가 되고 주민들하고도 가까워졌죠.”
조용득 씨는 마을 주민들과 작은 공간의 문화학교를 만들고 싶은 바람을 갖고 있다. 노인합창단, 어린이밴드, 마을밴드를 만들어 보고 싶은 꿈을 조심스레 내비치자 함께 모인 자원봉사자들도 손뼉을 치며 반겼다.


 내 아이 이웃 아이 모두 우리의 아이
 
송윤희 씨는 자녀와 함께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그는 7살 난 아이에게 봉사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 뿌듯하다.
“아이에게 살아있는 교육이 되지 않았나 생각해요. 아파트 생활이 각박하잖아요. 범죄 같은 일이 생겨도 서로 잘 모르고 지내는 상황이니까. 엄마손밥상에서 이웃의 형 누나들도 만나고 이웃 주민들을 알게 되면서 범죄 예방을 위해서도 좋겠다 싶었어요.”
송윤희 씨는 내 아이만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을 넘어서, 마을 안의 아이들을 함께 잘 키울 수 있는 가능성을 엄마손밥상 활동을 통해 경험했다.
“주민들이 서로 잘 모르니까 조그만 소음에도 서로 실랑이하고 다투게 돼요. 공동체를 활성화시켜서 서로 알게 되면 좋겠어요. 모르니까 분쟁이 생기죠. 서로 알면 화나도 양보하게 돼요. 그런 마을을 만들고 싶어요.” (정춘희 소장)
유명무실한 마을문고도 활성화 하고, 성인 대상 문화강좌도 늘리고 싶다. 옆집에 산다고 이웃이 아니라 진짜 이웃 같은 이웃을 만드는 것, 운정마을11단지 사람들은 엄마손밥상을 계기로, 마을을 살기 좋은 공동체로 만들겠다는 소박한 꿈을 점차 현실로 일구어 가고 있었다.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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