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맛있는 이야기, 메밀요리전문점 ‘오두산막국수’ 이승하 대표

지역내일 2012-11-16

11월의 맛있는 이야기, 메밀요리전문점 ‘오두산막국수’ 이승하 대표
“메밀 면 장인 되는 게 꿈이죠”


  
  만화가 허영만이 그린 『食客』(식객) 12권을 펼치면 오두산막국수 이승하 대표가 나온다. 용인대학교 유도학과에 다니던 시절, 어머니를 도와 막국수 식당을 꾸려가던 즈음의 이야기다. 인기 만화에 실리자 오두산막국수는 온 나라 식객들의 주목을 받았고 유명 짜한 맛집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이승하 대표는 갈 길이 멀다고 말한다. 운동 밖에는 할 줄 몰랐던 청년은 어쩌다 메밀 면의 세계에 빠졌을까.



  막국수 본래 맛을 찾다
아버지는 구두 만드는 재주가 좋았다. 1964년 도쿄올림픽에 나가는 선수들의 신발을 만들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제화 사업이 내리막길을 걷자 공장 문을 닫고 고향 파주로 돌아왔다. 부모님이 택한 것은 식당이었다. 종가의 종부로 음식솜씨 좋고, 구두공장 200명의 음식을 날마다 만들던 어머니의 실력을 믿었다.
메뉴는 막국수로 정했다. 집에 있는 채소 넣어 쓱쓱 버무려주던 어머니의 쟁반막국수는 언제나 맛있었다. 실향민이 많이 사는 파주에서 이북을 추억하며 먹을 만 한 음식이기도 했다.
춘천부터 양양까지 막국수를 잘 한다는 집은 다 찾아다녔다. 뭔가 아니다 싶었다. 면보다 양념 맛이었다. 메밀은 향이 좋은데 왜 감추고 가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70~80살 먹은 사람들한테 막국수는 김치가 익으면 김장김치에 비벼 먹고, 동치미가 익으면 동치미에, 여름에는 콩물에 말아 먹는 거예요. 면을 먹기 위한 방법이기 때문에 면 맛을 감추는 강한 재료는 안 쓰는 게 좋겠다고 결론을 내렸죠.”
맑은 맛이 우러나는 소뼈로 육수를 만들었다. 준비 끝에 1993년 식당 문을 열었다. 면을 반죽할 사람이 필요했다. 체대 다니던 아들, 이승하 대표가 막국수 요리에 발을 딛게 된 계기다.


어머니의 레시피를 통일하다
“어머니 아버지 모시고 장사하면서 20년 세월이 흘러갔어요. 요리사도 아니고 사사 받은 것도 없어요. 한 번 시작하면 끝장 보는 성격이다 보니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처음 식당을 열었을 때는 휴학을 했고, 나중에는 복학해서 주말에 일을 도우면서 학업을 마쳤다. 졸업 후 직장 생활을 하다 식당으로 돌아와 본격적으로 장사를 시작했다.
당시 음식은 절대미각 어머니가 맡았다. 마찰은 거기서 시작됐다.
“중간 불에 은근히 간간하게 한줌, 이런 레시피로는 어머니가 아니면 안 되는 거죠. 살짝 데치고 아삭아삭 볶는 걸 다른 사람이 따라 하면 그 맛이 안나요.”
소금염도를 통일시켰다. 절임무 자르는 기계를 주문 제작했다. 반죽의 온도를 변화 시키는 주방의 열기 등 환경도 통일시켜 점차 균일한 맛을 내기에 이렀다. 경기도 맛집을 선정할 때 대학 교수들이 심사하는 과정에서 깜짝 놀랄 정도로 레시피를 계량했다.


틀에 부어 굽는 녹두빈대떡 
 
  오두산막국수 초창기 메뉴는 물막국수, 쟁반막국수, 비빔막국수와 편육으로 단출했다. 식당이 안정되면서 녹두빈대떡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이북사람들이 싸먹는 걸 좋아합니다. 남한은 고기 먹고 냉면으로 입가심하지만 이북은 고기랑 냉면을 같이 줘요. 고기를 냉면에 싸먹고 김치도 얼려서 싸먹죠. 구수한 녹두빈대떡도 면으로 감아 먹어요.”
광장시장부터 시작해 빈대떡 잘하는 곳을 찾아다녔다. 하나같이 다른 가루를 섞어 만들었다.
“녹두에 점성이 없으니 잘 끊어지고 찢어져요. 찹쌀가루나 첨가물을 넣어서 식용유로 부쳐내는 거예요. 과연 예전에도 그랬을지 의문이 들었고 백 프로로 도전해보자 했죠.”
가루를 섞지 않는 대신 돼지기름을 썼다. 옛날 솥뚜껑 뒤집어 불 위에 올리고 돼지비계를 주위에 깔았던 데서 착안했다. 돼지기름은 시간이 지나면 하얗게 응고하면서 녹두에 부족한 끈기를 줘 빈대떡을 붙들었다. 고소한 맛도 더해졌다. 돼지비계를 정육점에서 얻어다 기름을 내고 고명은 김치가 아닌 소금에 절인 배추와 나물, 고기를 썼다.
두께도 문제였다. 가운데를 익히려니 끝이 타고 가장자리를 노릇하게 구우려니 가운데가 덜 익었다. 그래서 틀을 만들었다. 스테인레스 통원 파이프를 빈대떡 크기에 맞게 잘라 손잡이를 달았다. 반죽을 틀에 부어 구우니 두께가 일정하고 제 맛이 나왔다.
녹두 100%로 만든 빈대떡이 인기를 얻기 시작하던 2006년 경 허영만 작가의 전화를 받았다.


메밀 면은 함량보다 식감과 향
만화로 맺어진 인연으로 이승하 대표는 허영만 작가와 함께 일본 맛 기행을 다니고 있다. 70년 된 소바 집에서 아버지가 반죽하고 아들이 서빙 하는 일본, 백년 된 식당에서 대를 이어 일하는 것을 자랑거리로 아는 그들의 문화가 부러웠다. 가장 탐나는 것은 면을 대하는 그들의 태도다.
“백 프로 아니면 가짜라는 우리나라 인식이 안타까워요. 일본에서는 메밀의 함량이 40%가 돼도 원산지를 공개하며 자랑해요. 밀가루와 메밀을 혼합하는 기술과 면의 식감을 봐줬으면 좋겠어요.”
오두산막국수을 한 입 먹으면 적당히 쫄깃한 식감에 메밀의 향이 진하게 느껴진다. 메밀 60%, 소맥분 40%가량에 쫄깃한 느낌을 위해 소량의 전분을 넣는다. 메밀을 갈 때 맛이 손실되는 것을 우려해 고속이 아닌 저속으로 분쇄한다. 메밀 향도 지키면서 식감도 살리기 위해 택한 방법이다. 이승하 대표는 뭐든 쉽게 얻지 않았다. 그는 “메밀요리의 장인이 되고, 세월이 흐르면 자기가 역사가 되는 길을 가고 싶다”며 웃었다.
“남들이 뭐라 해도 나는 그게 꿈이에요. 몇 대째라고 자랑스럽게 얘기하는 것. 자식이 3대 째 이어서 했으면 하는 바람인데 어떻게 될지는 모르죠. 허허.” 

문의 : 오두산막국수 통일동산직영점 031-941-5237     야동동본점 031-944-7022
                                             문산통일로점 031-952-5232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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