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목요일 저녁, 식사동 양일초등학교 옆 다목적체육관은 열기로 후끈했다. 위시티 배드민턴클럽 회원들이 모여 운동을 하는 ‘회원의 날’이었기 때문이다. 반팔 차림에 땀을 뻘뻘 흘리며 셔틀콕을 주고받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니 정말 겨울인가 싶었다. 밖은 눈이 쌓여 살금살금 걸어야 할 만큼 미끄러운데, 체육관 안에서는 추위를 느낄 틈이 없었다. 배드민턴이 긴박감 넘치는 스포츠이기 때문일까, 훈훈한 동호회 분위기 때문일까. 아마 둘 다일 것 같다. 동네 사람들이 만든 동호회라 더 따뜻하고 재미있다고 자랑하는 곳, 식사동 위시티 배드민턴클럽을 찾아갔다.
골프보다 배드민턴
“체육관이 생긴다는 말에 살 빼려고 배드민턴 시작했어요. 8월 중순부터 레슨 받기 시작했는데 정말 재밌어요. 긴박감 있고 활동적이거든요. 목적도 달성했죠. 3개월 동안 8kg 빠졌어요.”
이제 막 게임을 마친 이왕석 씨가 땀을 뚝뚝 흘리면서 말했다. 이 씨가 가장 좋아하는 운동은 십 년 넘게 쳐 온 골프다. 하지만 이제 순서가 바뀌려고 한다. 네 달 전에 배우기 시작한 배드민턴 때문이다. 이 씨는 “생전 처음 배운 배드민턴이 십년 친 골프보다 이천 배는 재밌다”며 웃었다. 동네에서 인사하고 지내는 이웃들이 늘어난 것도 즐겁다.
“배드민턴 아니면 동네 분들 이름이랑 나이 알고 인사하고 지내기 쉽지 않은데 굉장히 좋은 것 같아요. 운동하면서 만난 사람들을 동네에서 또 보고.”
동호회 활동으로 안 좋은 점도 있다. 퇴근 시간 이후를 거의 운동에 할애하니 부인이 싫어해 갈등 아닌 갈등을 겪고 있기 때문이란다. 그때 이 씨의 곁에서 듣고 있던 다른 회원이 나선다.
“아유 이거 다 거짓말이에요. 부인이 전화하면 재깍 달려가는 걸, 뭐.” (웃음)
위시티 주민들 한데 모였다
위시티 배드민턴클럽은 식사동 위시티 주민들의 배드민턴 동호회다. 식사동 자이아파트와 벽산블루밍아파트 주민들이 입주하면서 고양시로 기부 체납된 식사동 다목적 체육관이 연습 장소다. 매주 화·목요일은 회원의 날이라고 해서 저녁 시간에 모여 함께 게임을 즐긴다. 월·수·금요일은 레슨이 있는 날이다. 동호회의 시작은 자이아파트 배드민턴 인터넷 카페였다. 벽산 블루밍 주민들도 함께 하기 위해 카페 이름을 위시티 러브 배드민턴으로 바꿨다.
다목적 체육관은 지난 7월 2일 개관했고 동호회는 10월 말에 결성됐기 때문에 180여 명의 회원들 대부분이 초보로 구성 돼 있다. 그러나 열정만큼은 뜨겁다. 동호회 경력자들이 운동법을 가르치고 적극적으로 게임을 함께하는 모습은 타 동호회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훈훈한 모습이다.
왕따 걱정 없는 동호회
고양시는 배드민턴 동호인이 많기로 유명하다. 그러나 배드민턴 동호회를 찾아오는 이들이 모두 적응을 잘 하는 것은 아니다. 신입 회원들을 어렵게 만드는 것은, 기존 회원들과의 괴리감이다. 이 창 회장은 “위시티 배드민턴 클럽은 초보들이 경력자한테 배우고 누구나 가족처럼 반겨주는 따뜻한 동호회”라고 자랑했다. 이 회장도 6년 전 다른 동호회에서 처음 배드민턴을 시작할 때, 혼자 연습 코트를 찾아가 레슨만 받고 집에 돌아가야 했다. 아무도 초보자와 같이 게임을 해주지 않아서였다. 결국 부인을 데리고 가는 것으로 극복했다.
“배드민턴은 둘이나 넷이 하는 운동이라 누가 상대 안 해주면 운동 못해요. 저희는 지역 주민 동호회로 모였기 때문에 어떤 초보자가 와도 처음부터 친절하게 가르쳐 줍니다. 왕따 될까 걱정 안 해도 됩니다.”
마을에서 함께 운동하는 즐거움
네 개의 코트 중 두 개의 코트를 초보와 가족 회원을 위해 ‘난타 코트’로 비워놓은 것도 다른 동호회와 다른 점이다.
이 창 회장은 “다른 곳과 달리 초등학생, 중학생을 데리고 운동하러 나오는 가족들이 많은 동호회”라고 말했다. 노 정(11) 양도 어머니를 따라 배드민턴을 치러 체육관에 나온다. 노 양은 “저녁밥 먹고 텔레비전을 보는 것보다 배드민턴 치는 게 더 재밌다”고 말했다. 노 양이 어머니와 마주 서서 게임을 시작했다. 지켜보는 회원들이 한 마디씩 거든다.
“정이 잘 한다!”
“왼 손을 높이 들어야지~”
동네 어른들의 격려 속에서 운동하는 아이라니, 요즘 흔치 않은 풍경이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전업 주부부터 직장인들까지 배드민턴으로 한 데 어우러지는 사람들. 위시티 배드민턴클럽은 운동사랑, 마을사랑으로 훈훈하다.
문의 위시티 배드민턴 동호회 네이버 카페 http://cafe.naver.com/minton1342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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