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함과 세련미가 공존하는 마을공동체 만들고 싶어요

마을을 지키는 사람들 ‘식사동 주민자치위원회’

지역내일 2012-12-31

“먹고 살기는 풍요로워졌어도 옛날 같은 소박함은 사라졌지. 옛날엔 저현마을이라고 불렀는데 산과 논이 있는 평범한 농촌 마을이었어요. 그러다 공장 들어오고 개발되면서 복잡해진 거죠. 6~7년 전 민간택지개발이 시작되면서 덕이동과 식사동이 개발되고, 위시티마을이 생겨났어요.”
이정철 씨는 12대 째 식사동에서 살고 있는 집안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다. 원중초등학교 3회 졸업생인 그는 지금 식사동 주민자치위원회장을 맡고 있다. 아파트 숲에 네온사인이 덮은 위시티, 겉모습은 화려한 신도시여도 그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고향 마을이다. 


공양왕에게 밥을 차려 준 절이 있는 마을
견달산 아래 논과 밭, 그리고 아파트가 어우러진 식사동. 1392년 조선 태조 이성계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개성을 탈출해 고양 땅으로 도망 온 고려 공양왕이 며칠을 굶다, 견달산 아래 작은 절에서 끼니를 몰래 얻어먹었다 해서 ‘밥절골’이 그대로 ‘식사동’이 된 마을이다. 식사동은 위시티가 들어서면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대대로 터를 잡고 살아온 주민들과 새로 이주해 온 이들 사이에 간격도 적지 않다. 농촌과 도시가 어우러진 도농복합신도시의 어색함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이 식사동 주민자치위원회 사람들이다. 이정철 위원장을 필두로 30여 명의 자치위원들이 견달산 자연보호 활동, 마을음악회, 어울림모꼬지, 산악회, 정월대보름 행사, 마을신문 발행, 인문학 콘서트 등을 진행하며 주민 화합을 위해 애쓰고 있다.
주민자치위원회는 한 마을을 이끌어 가는 자치기구다.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자치 활동으로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활동을 한다. 동마다 선출 공고를 내고 지원자를 모집한다. 통장 협의회, 바르게살기 협의회 등 지역 내 단체에서는 1인을 참여시키고 나머지 인원은 지역 주민들 가운데 지원한 사람을 뽑는다. 지원자가 많으면 서류 심사를 거쳐 뽑는다. 식사동 주민자치위원회는 20명이 지역 단체에서, 주민들 가운데서 1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도농복합마을로 공동체의식 절실해
식사동 주민자치센터 건물은 위시티가 조성되기 전에 지어진 것으로, 7천 명에서 2만 5천 명으로 늘어난 인구를 감당하기에는 공간이 좁다. 2013년에 주민자치센터를 건립하기 시작해 2014년에는 이전을 마칠 예정이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주민자치위원회는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위시티 안에는 연예인들이 많이 살고 있다. 황기순, 박상철, 독고영재, 오미연, 박강성 씨 등 연예인들이 참여해 어울림 모꼬지와 가을낭만콘서트를 치렀다. 평소에는 접하기 어렵던 주민들이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한 판 대동의 마당이었다. 축제를 열어 자주 만나니 화합과 소통의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2월에 진행한 정월대보름 행사도 한 동에서 독자적으로 치르기에는 적지 않은 규모의 행사였다. 그러나 새로 조성된 마을이라 주민 화합의 문제가 시급하다고 여겨 올해에도 진행하려고 한다.
마을공동체를 만들어 가려면 ‘내 마을’이라는 애정이 있어야 한다. 이정철 위원장은 “식사동은 아직 마을로서의 공동체 의식이 부족하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 마을은 내가 사는 곳이고 내 자식들이 살아갈 곳이라는 생각이 부족해요. 옛날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거든요. 부모님이 살았으면 자식 대에서 누군가 한 명은 남아 마을을 지키고 살았죠. 지금은 여기 살다 다른데 가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죠.”


화합과 소통 위해 다양한 마을 행사 열어
마을에 대한 소속감이 적으니 작은 일에서도 개인의 이익을 앞세우며 마찰이 생기기도 한다. 주민 전체를 위한 축제에서 시끄럽다고 민원 신고를 하고, 자녀가 다니는 초등학교에서 동문 체육대회를 하는데 시끄럽다고 항의 하는 모습. 이정철 위원장을 비롯한 주민자치위원들이 아쉬워하는 면이다.
그래서 식사동주민자치위원들은 더 적극적으로 마을 일에 나선다. 청소년 보호를 위한 예찰활동, 견달산 자연보호 활동 등 봉사 활동에 자치위원들은 월 4시간 이상 반드시 참여하기로 한 약속을 빠짐없이 지켜가고 있다. 또 지역 내 차상위계층, 복지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 독거노인 등을 찾아 반찬과 김장 김치 등을 전달하며 마을에 대한 애정을 새록새록 다지고 있다. 다른 동에서는 하지 않는 정월 대보름맞이 행사를 굳이 여는 것도, 아이부터 어른까지 한데 어우러질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2013년에는 2월 24일에 열 예정인 대보름 행사에서는 제기차기, 연날리기, 불 깡통 돌리기, 소원 적기와 달집태우기를 하고 주민들에게 떡국과 약주를 대접할 계획이다.


행복한 삶과 만남을 위한 인문학콘서트 성황
식사동 주민자치위원회에서 벌인 일 가운데 인문학 콘서트가 눈에 띈다. ‘행복한 삶과 만남을 위한 식사동 인문학콘서트’는 2012년 지역공동체 사업으로 6월부터 총 6회 진행했다. 6월 용해원 시인의 ‘성공하려면 상승 기류를 타라’를 시작으로, 7월 김경윤 작가 ‘행복한 성찰 장자이야기’, 8월 최현경 작가 ‘행복한 삶과 가족’, 9월 김은남 심리상담사 ‘행복은 선택이다’, 10월 이영미 대중예술연구자 ‘대중가요로 보는 한국인의 뇌구조’, 11월 김홍기 패션 컬럼니스트 ‘명화, 패션을 만나다’를 꾸준히 진행했다. 저녁 7시라는 시간에도 불구하고 매회 150명가량의 주민이 참석해 좋은 반응을 이끌었다. 양일중학교와 국제고등학교, 동국대학교에서 장소를 제공했는데, 학교의 학부모들과 병원 직원들까지 함께 참여해 지역 화합의 장으로 발전했다.
식사동 주민자치위원회는 도농복합마을을 꾸려가며 적지 않은 일들을 책임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힘들다는 말 대신 “마을을 위해 이만한 봉사 활동을 하고 산다는 것이 고맙다”고 했다. 매달 진행하는 회의에도 25명 이상이 참석할 만큼 마을에 대한 열정이 많은 사람들이다. 망국의 왕에게 은혜를 베풀었던 따뜻한 마음을 이어가는 후손들. 마을에 대한 사랑과 열정 넘치는 주민자치위원들이 있어 식사동은 훈훈하다.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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