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마다 휴지가 있었으면, 음악실 의자가 조금 더 편했으면, 정수기가 좀 더 많아졌으면...하루의 1/3, 아니 그 이상을 학교에서 보내는 학생들은 혹시 학교에 이런 바람을 갖고 있지는 않을까? 어쩌면 사소해보일 수 있는 문제지만, 학교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 학생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큰 불편함을 느낄지도 모른다.
고양시 행정교직원들로 구성된 ‘참터지기’는 바로 이런 학생들의 불편함을 해소하고 교육의 직접적인 수혜자인 그들의 생각과 의견을 반영하고자 하는 고민에서 시작된 모임이다. ‘앞선 개혁을 통한 참되고 값진 교육의 터를 마련하는 사람들’이란 의미를 담은 ‘참터지기’는 지난 2007년 16명의 행정교직원들이 모여 활동을 시작했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행정지원
16명으로 시작된 ‘참터지기’는 현재 박희순(고양 화수초)회장을 비롯해 김화영(서정중), 박혜영(지도초), 변지앵(가람초), 김경미(동산초), 주윤정(화정중), 고유미(대화중), 이기택(중산고), 구인옥(화중초), 엄경숙(고양교육지원청), 김문성(삼송초), 정명화(신일비지니스고), 최영미(오마중), 최은이(백마중) 교사 등 14명이 함께 하고 있다. 2007년 ‘급식비의 시기별 편중된 집행의 개선방안’을 주제로 함께 고민한 이후 지금까지 고양시 초중학교 급식비중 공공요금 현황 및 개선방향 모색, 공동계약 사례연구를 통한 효율적 관리방안 모색 등 전문적인 행정업무 개선은 물론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교육행정 실현을 위해 노력해왔다.
일산중학교에서 올해 초 고양 화수초등학교로 부임한 박희순 회장은 “일산중학교에서 근무하기 전 오랫동안 초등학교에서 근무했었어요.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와서 보니 생활지도적인 문제점들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한 교실에서 담임교사의 지도를 받는 초등학교와 달리 중학교는 과목별로 교사들이 다르다보니 담임선생님과는 종례 때나 마주치는 정도고... 그러다보니 생활지도가 잘 이뤄지지 않았어요”라고 한다. 그래서 학생자치회를 만들어 학교생활의 불편함을 묻는 설문을 실시했고, 설문을 통해 학생들은 의외로 많은 불편함을 쏟아냈다. 노후된 에어컨과 TV 교체요청부터 교실에 청소기를 구비해 달라, 음악실 의자를 편한 것으로 바꿔 달라 등 많은 요구사항 중에서 아이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부터 개선해나갔다.
그동안 참터지기는 학생들과 행정실 교직원들이 함께 자율적으로 의견을 나눌 수 있도록 간담회를 열어왔다. 이를 통해 화장실에 휴지를 비치하고, 노후된 교실 의자 교체, 교실 출입문을 편리하게 바꾸는 것 등 학생들 눈높이에 맞춘 교육행정을 추진해왔다.
박희순 회장은 추진과정에서 시설물의 훼손이나 소모품의 낭비 등 운영상의 문제점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참터지기는 아이들에게 ‘학교 사랑 서약’을 통해 시설물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이끌어냈다고 한다. “예를 들면 화장실에 휴지를 구비해 달라는 요청에 처음엔 화장실 밖에 휴지를 걸어주었어요. 그런데 아이들이 주인의식 없이 쓰다 보니 휴지가 금세 떨어지더군요. 그래서 아이들과 약속을 하자고 했지요. 화장지를 구입할 수 있는 운영지원비는 정해져 있다. 또 운영지원비는 학교가 아닌 부모님들이 낸 세금이다. 만약에 너희들이 휴지를 내 것처럼 아껴 쓰면 화장실 밖에 하나만 걸어둔 휴지를 각각의 화장실마다 비치해줄 수 있다. 하지만 계속 낭비하면 휴지를 비치해줄 수 없다고 말이죠.” 이렇게 대화를 통해 의견을 듣고 개선점을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는 ‘학교사랑 서약’은 일산중학교를 비롯해 일산고, 원당초, 신원초 등 4개 학교 2410명이 함께 동참해 아이들 스스로 비품 및 시설물 사용을 위한 규칙을 마련하기도 했다.
-2010년 우수학습동아리로 교육감 표창장 받아
바쁜 업무 중에도 자발적으로 자투리 시간을 쪼개 스스로 연구 자료를 준비하고 실천하는 등 고양시 교육환경 개선에 새바람을 일으킨 참터지기. 「우리 이런 학교 원해요」 「모두 함께 만들어요, 아름다운 학교」 등을 주제로 학교의 직접적인 수혜자인 아이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온 이들은 2010년 그 공로를 인정받아 우수학습동아리로 교육감 표창을 받았다.
박희순 회장은 “교육행정은 학교 구성원 뿐 아니라 학부모 및 지역주민들의 협조와 이해도 필요한 일입니다. 공부하기 좋은 학교 환경을 만들기 위한 노력은 참터지기 회원들만의 힘으로 이루어 낼 수 없는 일이지요. 그런 만큼 교육감 표창장은 참터지기 만의 상이 아니라 학교, 학생, 학부모, 지역주민들의 협조로 받은 것이라 생각합니다”라고 겸손해 한다.
공부할 맛 나는 학교 환경을 만들기 위한 교육지원은 “거창한 것보다 사소한 불편함부터 들어주고 해결하는 것으로부터”라는 참터지기 회원들. 앞으로의 활동계획도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눈높이를 맞춘 행정 지원이라고 강조한다. “앞으로 학교행정 수행과정을 계획하고 수립하는 단계에서부터 학생, 학부모, 교직원들과의 의견을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수렴하고 개선결과를 공유해나갈 것”이라는 박희순 회장은 “고양시가 모범적인 학교행정의 메카로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더 활발한 연구 활동을 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인다.
이난숙 리포터 success62@hanmail.net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