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미용도 배우고 봉사도 하니 마음이 즐거워요”

대화동 주민자치센터 ‘헤어미용’ 수업을 찾아서

지역내일 2013-01-26

주민들의 문화사랑방, 우리동네 주민자치센터
기껏해야 민원서류를 발급받기 위해 일 년에 한두 번 찾아갔던 주민자치센터. 동사무소라는 이름을 주민자치센터로 바꾸고도 한동안 주민들에게 낯설고 생소한 공간이었다. 그런데 이 주민자치센터가 지금은 주민들의 사랑방으로 달라졌다. 다양한 문화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해 주민들 누구나가 편안하게 찾아와 문화생활을 즐기도록 한 것이다. 덕분에 일주일에 두세 번 문화센터를 찾는 이웃도 있다. 이웃과의 만남의 공간이자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는 공간으로 울타리를 낮춘 주민자치센터. 우리동네 주민자치센터의 인기 강좌를 소개한다.
 


‘행복’은 어떠한 순간에 느낄까? 무언가를 많이 소유했을 때? 내 뜻대로 일이 잘 됐을 때? 물론 그러한 때에도 행복할 수 있겠지만 내가 가진 무언가를 주변 사람들과 나눌 때의 행복은 그에 못지않게 클 수 있다. 여기 헤어미용 기술을 배워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에 나눔을 실천하며 행복을 맛보는 이들이 있다. 대화동 주민자치센터의 헤어미용반, 그 수업 현장을 찾아 사람 냄새 폴폴 나는 따뜻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김수정 리포터 whonice@naver.com


‘싹둑싹둑’ 주부들이 마네킹 머리에 가발을 씌워놓고 가위질연습에 한창이다. 하하, 호호 정겹게 이야기꽃도 피워가며 화기애애하다. 대화동 주민자치센터의 ‘헤어미용’ 강좌 강의실 현장, 30대부터 70대까지 수강생의 연령층이 다양하다. 가족이나 친한 지인들의 머리를 직접 손질해주고 싶은 마음에 많이들 배우러 온단다. 미용실 갈 필요가 없으니 시간 절약, 돈 절약, 여러 모로 좋다고 한다. 그런 그들에게 또 하나 따뜻한 이야깃거리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봉사’다.        


 
강사와 수강생이 함께 뭉쳐 나눔을 실천
대화동 주민자치센터 ‘헤어미용’ 수업을 이끄는 이진연(61세) 강사는 주민자치위원장이기도 하다. 또한 젊은 시절 헤어미용 업계에서 쉼 없이 일해 온 베테랑 헤어미용 디자이너다. 그렇게 앞만 보고 달려왔던 그는 나이 50대 무렵 일선에서 물러나야 했다. 일종의 직업병 때문. 팔, 다리가 아파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힘든 나날이 이어졌고 결국 병원 신세까지 지게 됐다.
“병원에 입원해 내 옷 하나 추스르기 힘들 정도로 몸이 아팠어요. 그런데 그 때 우연히 옆 침대 환자들의 긴 머리가 눈에 들어왔죠. 병실 생활로 힘든 사람들이 머리 손질을 하지 못해 머리가 길었던 거예요. 그런데 왠지 제가 그 머리를 손질해주고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는 자신이 힘든 시간을 보내보니, 주변의 힘든 사람을 돌아볼 줄 아는 마음을 갖게 됐다고 했다. 그 후로 요양원 등에서 헤어미용 봉사를 시작해 십 여 년을 계속했다. 4년 전부터는 대화동 주민자치센터 강의를 맡게 되면서 뜻을 같이 하는 수강생들이 그의 봉사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미용기술도 배우고, 봉사의 기쁨도 누려요
대화동 주민자치센터 헤어미용반에서는 한 달에 두 번 정도 네 다섯 명이 한 조를 이뤄 봉사활동을 펼친다. 이 수업을 듣고 있는 홍정숙씨(53세)는 2년 넘게 요양원 등으로 헤어미용 봉사를 다니고 있다.
“봉사자 네 다섯 명이 칠팔십 명이나 되는 어르신들 머리를 손질해 드리다 보면 정말 정신이 쏙 빠질 정도로 바빠요. 일이 끝나고 나면 기진맥진할 정도죠. 그래도 어르신들 머리가 깔끔하게 정돈된 모습을 보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마음이 뿌듯하고 좋아요.”
그는 봉사를 시작하면서 오히려 자신이 더 건강해지고 마음이 밝아졌다고 전했다.
민옥경씨(55세)는 평소 헤어미용 일에 관심이 많아 1년 전부터 이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봉사에도 동참하게 됐단다. 그는 주변에서 감각 있고 소질 있다는 칭찬을 곧잘 들을 정도로 미용에 재능이 있다.
“제가 아는 미용실 원장님 중에 헤어미용 기술로 봉사를 다니시는 분이 있었어요. 평소 그 분 모습을 보며 참 부럽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죠. 그런데 제게도 이렇게 기회가 찾아와서 헤어미용도 배우고 봉사까지 하게 돼 정말 즐겁고 기뻐요.”
봉사의 기쁨이 크다고는 하지만 그 과정 속에는 분명 어려운 순간들도 있었으리라. 이진연 강사는 봉사도중 할머니에게 손을 물어뜯기기도 하고 머리채를 잡힌 적도 있다고 회상했다. 그 순간 어떻게 상황을 모면했느냐고 묻자 의외로 대답이 간단했다.
“어르신 입에 사탕 하나 넣어 드리고 손 잡아드리면 바로 순해지십니다.”
그는 그렇게 어려운 순간들 속에서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단다. 목욕 깨끗이 하고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을 어르신들을 생각하면 지각도 용납이 안 돼 약속만큼은 꼭 지키려고 노력했다.
그들의 진심 덕분에 도움을 주는 이들도 생겼다. 봉사를 위해 필요한 미용재료들은 가격이 만만치 않다. 그런데 고맙게도 대화동 충신교회에서 지속적으로 미용재료를 후원해주며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진연 강사는 “봉사를 하면서 자신을 돌아보고 세상을 더 값지게 살아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된다”며 “돈 버는 기쁨보다 봉사하는 기쁨이 더 크다는 것을 깨달은 만큼 힘닿는 날까지 계속 봉사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 


헤어미용은 내가 아닌 타인에게 도움을 주는 기술
대화동 주민자치센터의 ‘헤어미용’ 수업은 여느 주민자치센터 수업들과 차별화된 보기 드문 강좌다. 멀리서도 찾아올 정도로 인기가 높다. 한 수강생은 “얼마 전 대학생 조카의 머리를 아이돌스타처럼 한쪽만 짧게 미는 모양으로 잘라줬더니 반응이 무척 좋았다”며 “가족, 친구, 주변 사람들까지 내 손으로 직접 머리를 잘라 주니 무엇보다 경제적이어서 좋다”고 만족스러워 했다.
헤어미용 수업은 처음 가위 잡는 방법부터 배우기 시작해, 한 달 동안 휴지나 신문지를 자르는 연습을 한다. 그 후 6개월 동안은 가발 자르는 연습을 한다. 남성헤어컷과 파마는 2개월 후부터 교육에 들어간다. 1년 넘게 배우면 남성은 물론, 여성의 헤어미용까지 직접 할 수 있는 수준이 된다고 한다.
내가 내 머리를 자를 수는 없다. 헤어미용 기술은 분명 내가 아닌 타인에게 도움을 주는 기술이다. 헤어미용 기술로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며 기쁨을 느끼고 싶다면 한 번 도전해 보는 건 어떨까. 기술도 배우고 봉사도 하며 두 배로 행복한 삶을 사는 그들이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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