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문화의집 생활체육실 문을 열자마자 화사한 빛깔의 한복 치마가 눈에 들어왔다. 빨강, 노랑, 초록 빛 고운 치마를 입고 있는 건 30대부터 60대의 여성들이었다. ‘어르신들이 주로 배우지 않을까’ 생각했던 건 단단한 오해였던 셈이다. 허리춤에 둘러 묶어 마치 꽃잎인 양 아래로 살랑 떨어지는 치마, 곱게 빗은 머리와 소품으로 쓰는 화려한 부채를 보고 있으니 추위에 얼었던 몸과 마음이 사르르 풀렸다.
기본에 공들이는 체계적인 무용 수업
바라보기만 해도 흐뭇한 고양문화의집 한국무용반의 연습시간. 그러나 정작 춤을 배우는 이들은 호흡 한 가닥이라도 놓칠 세라 귀를 쫑긋 세운 모습이었다.
김혜란 강사는 호흡부터 발 디딤새, 손 펴는 것과 감는 법 등 기초부터 꼼꼼하게 가르친다. 한국무용을 배우겠다고 처음 오는 이들 중에는 ‘음악도 동작도 느리지 쉽겠지’ 하고 만만하게 생각했다가 깜짝 놀라 그만두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기본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작품의 완성도 때문이다. 기초를 철저히 배워야 작품도 좋고 선도 곱게 나온다. 회원들의 열정은 뜨겁다. 원래 오전 10시에는 중급, 11시에는 초급반이지만 중급반 회원들이 초급 수업을 다시 배운다. 한국무용은 기초 호흡이 가장 중요한데 초급 과정에서 호흡법을 배우기 때문에 복습하기 위해서다. 수업이 끝나면 수강생들은 빈 강의실에 모여 그날 배운 것을 또 연습한다. 기초 과정을 배우는 데는 4개월로, 기본적인 한국무용의 호흡법을 배울 수 있다. 김혜란 강사는 “일 년 정도는 배워야 작품 하나를 완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혜란 무용단으로 재능 나눔 박차
고양문화의집 한국무용반은 출석률과 재수강률이 높은 수업이다. 화관무, 부채춤, 부채산조, 태평무, 살풀이춤과 승무 등 한국무용의 다양한 동작을 배워 여러 가지 작품을 완성할 수 있어 끝이 없는 공부거리는 던져주기 때문이다.
회원들은 배우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재능을 나누는 데도 적극적이다. 고양시에 있는 요양원과 꽃박람회 등 한국무용을 원하는 이웃들이 있는 곳에 찾아가 공연을 펼친다. 올해부터는 이들의 모습을 더 자주 볼 수 있을 것 같다. 지난해까지 ‘빛고운 춤’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했으며 올해부터는 ‘김혜란 무용단’으로 이름을 바꿔 고양시의 지원 아래 본격적인 무용단으로 모양새를 갖춰나가기 시작했다.
가장 뿌듯한 순간은 무대에 올랐다는 것 자체에 감동하는 회원들의 모습이다. 김혜란 강사는 “어릴 때 너무나 하고 싶었는데 춤을 추지 못했던 어머님들이 발표회를 하고 나서 눈물을 흘리던 모습, 그 감동을 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더욱 취미반 수업이 아닌 개인 레슨처럼 꼼꼼하게 지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국무용은 우리의 춤, 더 많이 알리고 파
어렵다면 한없이 어렵지만 쉽게 접근하면 한없이 쉬운 것이 한국무용이다. 술 한 잔 걸치고 흥에 겨워 추는 어깨춤, 그것이 한국무용 아닐까. 김혜란 강사도 한국무용은 바로 우리의 춤이라며 어렵게만 생각하지 말고 일단 도전해 보라고 권했다. 걷는 것에 리듬을 싣고, 들썩들썩 어깨춤 추듯 손을 감으면 그것이 바로 한국무용이라는 것이다.
“정작 우리가 춰야 할 춤은 한국무용인데 등한시 하는 경향이 있어요. 앞으로 한국무용을 더 많이 알리고 회원들과 가족처럼 평생 함께 춤추고 싶어요.”
고양문화의집 한국무용은 매주 수·금요일 오전 10시에 중급, 11시에 초급반 수업을 진행한다. 작품반 수업은 매주 월요일 오전 10시다.
문의 031-911-2500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미니 인터뷰 한국무용이 좋아요~김혜란 강사 “7살 나이에 처음 시작한 춤, 간식이 좋아 따라 다녔죠”
“7살 때부터 한국무용을 시작했어요. 친정어머니가 예쁜 딸 재롱 보려고 무용학원에 데리고 다니셨어요. 무용이 좋기 보다는 간식 먹는 재미에 따라 다니다 지금까지 35년 동안 하게 됐어요.”
김혜란 강사는 사단법인 한영숙 살풀이춤 보존회 소속이다. 한영숙 선생은 한국무용의 기초를 다진 한성준 선생의 손녀딸로, 한영숙 살풀이춤은 품위가 있고 정숙한 것이 특징이다. 고양문화의 집 한국무용반 수업에서는 한영숙 선생의 춤을 기본부터 배울 수 있다.
양혜숙 회원 “공연은 새로운 자아개발, 놀라운 경험이에요”“운동을 하려고 한국무용을 시작했어요. 호흡과 손발 율동을 처음 접하고 운동 효과가 굉장히 많은 걸 알게 됐어요. 격하지 않고 빠르지 않아서 엄마들이 오랫동안 할 수 있어요. 공연 의뢰가 들어와 꽃박람회와 요양원 봉사에도 다니고 있어요. 생각지도 않았던 새로운 자아개발이라고 할까요. 어르신들이 너무너무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힘이 나고 흥이 나요. 놀랍고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 게 가장 좋아요.”
김정희 회원 “한계가 없는 것이 한국무용 매력이죠”“대학에서 한국무용을 전공했어요. 다른 운동은 흥미가 없어서 고양문화의 집 개원하면서 다니기 시작했어요. 한국무용은 어제 했던 동작이 오늘 안 되기도 하고, 3년을 해도 몰랐던 느낌이 어느 순간 탁 올 때가 있어요. 그 희열을 찾아가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죠. 한국무용을 배우면 폐활량이 좋아지고 괄약근에 힘을 주고 단전에 기를 모아야 되기 때문에 요실금 예방에도 좋아요.”
박희순 회원 “무용을 심도 있게 가르쳐서 좋아요”
“원래 무용을 했고 여러 단체에서 하다 보니 무용을 심도 잇게 가르치는 곳이 없어서 아쉬웠어요. 고양문화의집 한국무용반은 기초부터 호흡하는 법을 체계적으로 가르쳐서 무용하는 사람으로서 감사했어요. 살풀이와 태평무를 좋아하는데 태평무를 배우면서 지금까지 겉으로만 배웠던 외부적인 춤에서 내면을 끌어들이는 법을 알게 됐어요. 굉장히 어렵지만 연습하는 것이 행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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