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북(人 side Book)은 저자와 책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는 지면입니다. 어법에 맞는 표현이 아닐지라도, 책과 사람은 늘 서로 곁에 두고 살아야 하는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사람은 책을 필요로 하고, 책은 독자를 필요로 하니까요. 인사이드북은 ‘inside book''이기도 합니다. 저자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인터뷰를 통해 보다 상세히 전해 드리려고 합니다. 4주에 한 번씩 독자 여러분을 찾아뵙겠습니다.
인사이드 북- <수냐의 수학카페> 저자 김용관 씨
이야기가 있는 수학, 그 이야기에 동참해 보실래요?
‘수학’하면 당신은 어떤 생각이 먼저 떠오르시나요? 성적에 늘 발목이 잡히던 과목? 행여 답이 틀릴세라 몇 번이고 검산을 거쳐야한 했던 수학 시험. 두꺼운 책에 빼곡히 적힌 풀이과정과 문제들은 보기만 해도 아찔했었죠. 어른뿐만 아니라, 지금 대부분 아이들에게도 수학은 여전히 풀지 못하는 숙제처럼 부담스런 존재임에는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수냐의 수학카페> 의 저자 김용관 씨는 우리가 대하는 수학을 조금은 다르게 바라보고 이야기해줍니다. 그가 말하는 수학 이야기, 그 이야기가 꽃피는 수학카페로 초대합니다.
문학, 철학, 미술 등 인문학적 스토리로 풀어낸 수학
김용관 씨는 수학 전공자가 아닙니다. 수학 전공자도, 전문 수학 강사로 유명세를 떨쳤던 적도 없지만 그의 수학 이야기는 흥미진진합니다. 그가 접근한 수학 이야기, 그리고 수학의 기본적 언어가 되는 수는 일반적으로 떠오르는 이미지와는 다릅니다. 지난해 출간된 <수냐의 수학 카페>를 들여다보면 수능, 내신 성적을 올릴 수 있는 현실적 방법, 정확한 답을 얻기 위한 구구절절한 문제풀이도 소개돼 있지 않습니다. 고득점을 얻기 위한 수학 지침서는 아니지만, 대신에 수학을 바라보는 눈이 조금은 달라지게 될 거라 봅니다. 책 속에는 미술, 철학, 문학, 역사 등 다양한 인문학적 요소들이 수학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존재해 왔음을 보여줍니다.
책 속 화자는 저자가 아니라, 모모, 어린왕자 등 명작 속 주인공, 혹은 니체, 칸트, 유클리드, 갈릴레이 등의 철학자와 과학자 등입니다. 이들은 자신들의 경험과 사상을 바탕으로 ‘수’가 우리 생활을 더욱 풍요롭게 했는지, 반대로 오히려 삭막하게 했는지에 관한 근본적인 수의 존재에 대한 물음부터 토론을 벌입니다. 다양한 역사적 사실, 철학적 사유 속에 숨어있는 수와 그 의미에 대해 논쟁을 펼치는 이들의 이야기는 수의 시작, 자연수, 분수, 소수 등의 탄생 이야기, 무리수와 유리수 등의 세계로 자연스럽게 빠져들게 합니다. 정의와 공식을 암기하고 명확한 답을 도출해야 하는 지루한 공부가 아니라, 흥미진진하고 알기 쉽게 수학의 개념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발명품을 비롯한 과학적 원리, 명화와 역사적 사건 속에 숨겨진 수와 수학의 역할과 의미를 하나하나 되짚다보면 ‘아, 수학에 이런 면이 있었어?’라는 놀라움과 신선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수에도 새로운 이야기가 필요하다, 수 역시 이야기다 되어야 하다. 이야기의 맛은 재미있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 특히 어린아이들이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도 다른 이유가 있다.....수학도 이렇듯 이야기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면 수학 공부가 즐거워지지 않을까? 더 나아가 수학 이야기 역시 일반적인 이야기의 하나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삶의 진솔한 느낌이나 메시지를 담아내고 전해주는 그런 이야기.”( 수냐의 수학 카페 中에서)
처음부터 수학을 잘하지도, 수학책을 낼 생각도 없었다고 하는 김용관 씨. 하지만 청춘이라고 이름붙일 수 있는 시간을 지내다 보니, 개인적인 경험을 정리하고 앞으로의 인생을 조금 더 다르게 바라보고 싶은 마음이었다고 합니다. 그 와중에 이진경 씨의 ‘수학의 몽상’이라는 책을 접하고선 ‘수학적 언어로 이렇게 세상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인문학을 바탕으로 조금씩 공부하고 연구해가며 쌓은 수학 이야기가 <수냐의 수학카페>입니다.
수학은 단순히 계산이 아닙니다
김용관 씨는 많은 학생들이 수학을 어려워하는 이유가 ‘계산’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현재 수학 공부는 ‘입시’와 뗄 수 없죠. 입시에서 자유로워진다면 수학 공부 또한 즐거울 텐데요. 너무 방대하고 어려운 수학을 어릴 때부터 교육시키고 있죠. 게다가 풀이 과정 중에 계산이 조금만 틀려도 안되는 게 수학입니다. 수학은 계산이 중요하지 않다고 봅니다. 수학적 재능이 뛰어나 문제가 없는 아이도 있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이 계산 때문에 오히려 사고가 막히는 경우가 있어요.”
입시 현실 속에서 수학적 교육방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김용관 씨는 ‘소통’을 강조합니다. 수학이 걸림돌이 된다면, 우리 아이가 과연 학교, 학원에서 제공하는 교육 방식과 수준을 소화할 수 있는지를 부모는 아이와 깊이 고민해 봐야 한다고 합니다. 답이 ‘노’라면 새롭게 수학을 배울 수 있는 ‘통로’를 제시해줄 필요가 있다고 합니다. 많은 학생들이 일찍부터 스스로 ‘수포자’(수학포기자)가 되어버리는 현실 속에서, 수학을 다르게 접할 수 있는 출구를 부모들은 안내해 줘야 한다고 김용과 씨는 조언합니다.
수냐의 수학 카페로 놀러오세요
행신동에는 그가 바라보는 수학 세상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고 배워볼 수 있는 <수냐의 수학 카페>가 자리합니다. 김용관 씨는 아이들에게 조금 더 재미있는 수학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 합니다. 일부 부모들은 이것도 수학 공부인가요? 라고 가끔 물어본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수학을 통해 어려운 시험 과목이라기보다 재밌는 하나의 이야기이자 세상을 더 풍부하고 다르게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을 키워주고 싶어 합니다. 수냐의 수학카페에서는 다양한 강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초등 저학년에겐 고대 그리스, 로마, 마야, 중국 등 세계의 다양한 숫자들을 접해보고 자기만의 수를 만들어본다거나, 쌓기 나무 놀이를 통해 수와 도형에 대한 개념을 익혀주고 있습니다. 고학년은 수학을 소재로 한 문학, 예술 작품을 감상하며 수학 동화 만들기, 영화 스토리 짜보기 등 아이들이 수학을 가지고 마음껏 놀 수 있도록 합니다. 2월에도 강좌는 이어질 예정입니다.
수냐의 수학 카페는 전 6권으로 계획돼 있습니다. 3권 출간에 앞서 김용관 씨는 영화 속 수학 세상 이야기를 담은 책도 곧 선보일 예정입니다.
김용관 씨는 “수냐의 수학카페는 배움의 공간뿐만 아니라, 책을 읽고 이야기하는 작은 도서관이라고 보면 됩니다. 앞으로는 조금 더 전문적이고 깊이 있는 수학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성인강좌도 열 예정입니다”라고 전했습니다.
김용관 씨는 고려대 산업공학과와 성공회대 NGO 대학원을 마치고, 일반직장 시민단체에서 근무했었습니다. 지금은 도서관을 비롯한 다양한 곳에서 재미있는 수학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그의 별칭은 ‘수냐’입니다. 수냐 (sunya)는 ‘비어있음’을 뜻하는 인도 말로 최초의 0을 뜻합니다. 수학이 삶의 이야기라고 생각한다는 수냐 김용관 씨. 앞으로 들려줄 수학 이야기는 또 어떤 세상을 담아낼 지 기대해 봅니다.
남지연리포터 lamanu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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