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25일 고양문화원이 일산서구 대화동 노래하는 분수대 인근에 전통 한옥 건물로 지은 새 터전으로 이전했다.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부지면적 2만1586㎡, 건물면적 2315㎡)로 약 69여억 원의 공사비를 들여 지은 이곳은 전통문화 전수실과 공연장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춘 고양시 전통문화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고양문화원이 한 어르신의 손 큰 기부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고양문화원 원사 건립을 위해 거액을 쾌척한 이는 고양유림 봉암서예원 이경무 원장(89세).
이 원장은 지난 2006년 전통문화 보존을 위해 노력하는 고양문화원을 위해 삼송택지개발지구 내 50여 억 원에 이르는 본인 소유의 토지를 기부 체납했다. 이 원장의 기부는 이것 뿐 만이 아니다. 지난 2001년에는 당시 황교선 고양시장을 찾아 “어렵게 삶을 살아가고 있는 고양시의 이웃들을 위해 기금으로 운영해 매년 지급될 수 있도록 해달라”며 풍동택지개발로 받은 보상금 5억 원을 기증했다. 그 이전부터 이경무 원장은 노인들이 여생을 보람 있게 지낼 수 있는 유림의 도장으로 고양유림을 세웠으며 운영비 일체를 지원해왔다.
이쯤 되면 대대로 물려받은 재산이 많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 원장은 지독하게 가난한 소작농의 아들로 태어나 어려운 어린 시절을 보냈다. 당시 학교에 내던 월사금이 없어 소학교를 2학년에서 마쳐야 할 만큼 가난했던 이 원장은 호롱불 장사부터 시작해 구두쇠처럼 돈을 모았다. 60~70년 대 일산시장에서 봇짐장사 벽돌장사 건재상 등을 하면서 가난해서 못 배운 한을 돈을 모으면 배울 수 있다는 생각으로 악착같이 일한 덕분에 많은 돈을 모을 수 있었다고. 하지만 정작 이 원장의 생활은 늘 검박했다. 최근까지 28평 아파트에서 검소하게 살아온 이 원장은 지난 해 아내와 사별하면서 지금은 아들내외와 함께 살고 있다고 한다.
"돈은 생활에 쓸 수 있는 만큼만 있으면 되고, 남에게 베풀 수 있는 여유가 있다면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올바른 도리"라는 나눔철학으로 선행을 펼쳐온 이경무 원장. 고양문화원에 거액의 땅을 기부한 것도 당시 오수길 고양문화원장으로부터 고양문화원 원사 건립을 추진한다는 말을 듣고 “내가 더 늙기 전에 추진하라”고 선뜻 거액을 투척한 것. 그렇게 해서 고양문예회관의 한 켠을 빌려 쓰고 있던 고양문화원이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고 고양시민들의 문화요람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게 됐다. 이 원장의 아름다운 기부는 대외적으로도 귀감이 되어, 지난 2006년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청룡봉사상’ 인상(仁賞)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매년 연말이면 불우이웃을 위해 쌀과 기부금을 쾌척하는 나눔 활동을 멈추지 않고 있는 이경무 원장. 이제 90을 바라보는 나이라 매일 출근은 못하지만 비영리단체인 고양유림 봉암서예원을 통해 고양시 문화예술 발전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고양문화원은 원사 건립을 위해 거액을 쾌척한 봉암 이경무 선생의 흉상을 로비에 세워 그의 아름다운 나눔 철학을 기리고 있다.
이난숙 리포터 success6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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