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의 아름다움에 빠진 사람들>

“소리는 내 삶의 위안이 되고, 흥이 되고”

-고양문화원 판소리/남도민요 반을 찾아서-

지역내일 2012-12-31

 펑펑 쏟아진 눈으로 하얗다못해 눈까지 부신 날, 호수공원에 자리한 고양문화원 전수관을 찾았다. 하얗게 변한 세상에 마음이야 날아갈 것 같지만, 발목까지 쌓인 눈에 문화원 앞까지 걸어가는 짧은 길이 무척 힘들었다. ‘이런 날, 설마 수강생들이 올까’라는 걱정 반, 의심 반으로 문화원을 들어섰다. 하지만 연습실 문을 열자, 후끈한 열기가 얼굴에 와  닿았다. 그리고 그 열기는 단지 난방 때문이 아니라, 이곳 판소리반 배움생들의 열정이 더해졌다는 걸 그들의 소리 시간을 접하고 느꼈다. 


 “왜 배우냐고요? 우리 뿌리니까요”
‘덩 더덕 덩’ 북소리가 수업의 시작을 알린다. “자 시작해봅니다이~ 어이!”
“하늘은 높~고 푸~르며, 땅은~깊~고 기름진나라, 하늘 아래~~가~아장~ 아~름다운 나라~” 회원들은 어느새 선생의 북소리와 추임새에 맞춰 민요를 부른다.
“여기는 좀 더 높게 잡고 시작해봅시다이” 1절, 2절이 흐르며 회원들은 저절로 어깨를 들썩이며 목청을 높인다. 스승의 가르침을 놓칠세라 필기까지 하며 열심이다.
 사실 배우고자 한다면 대중가요가 더 쉽고, 어느 자리에 가서도 노래 한 곡 뽑기가 수월한데 굳이 판소리를 선택했는지 그 이유를 회원들에게 물었다. 하지만 이유는 간단하고 어찌 보면 당연했다. 바로 우리 것이라는 것.
 “우리의 뿌리니까 우리가 해야죠. 사회가 서구화 되면서 우리 것을 너무 잊어가고 있어요. 이젠 오히려 생소하기까지 하니까. 우선은 우리 것을 먼저 알아야 발전도 있는 거겠죠”(김옥열 회원) 우리 것이기에 당연히 소리를 배운다는 회원들. 자부심이 한류 스타 부럽지 않고, 시민 문화 전도사라 해도 부끄럽지 않겠다.


 마음 깊은 곳에서 내뱉는 말, 한 마디로 속 시원해
 회원들은 소리를 하면 일상의 쌓인 스트레스가 풀리고, 정서적인 치유를 하고 간다고 입을 모은다.
 이승희 회원은 “가사 자체가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솔직한 말들이 많아요. 마음이 저절로 움직여지고, 속이 시원해지는 느낌이랄까요”라며 소리의 매력을 전한다.
 또한 인간 내면 저 바닥에서 나오는 희로애락의 정서를 부르기에, 무게감이 대중가요보다 더하고 충분한 공감대를 느낄 수 있다고 한다.
 회원들을 가르치고 있는 최재길 선생은 “카타르시스라고 하죠. 소리 안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을 소화해내다보면 그들과 혼연일체가 되어 기쁨과 슬픔을 비롯한 다양한 감정을 접하게 되죠. 이를 통해 일상에서 풀지 못한 것들을 씻어 내리게 됩니다”라고 설명한다.
 단전호흡을 하며 발성을 하기에, 건강까지 좋아졌다고 회원들은 자랑한다. 하지만 두 시간 남짓 소리를 한바탕하고 나면, 배가 고파지는 게 가장 힘들다고 웃으며 답하는 그들이다. 


가족적인 분위기, 알찬 강의 내용이 인기 비결
 이제 개설된 지 약 6개월이 지난 신생 강좌이지만, 회원들에게 인기 있는 이유는 저렴한 수강료에 초보자여도 쉽고 재밌게 익힐 수 있는 강의 때문이다.  “관심은 있었지만 비용이 굉장히 많이 들어갈 것으로 생각했어요. 하지만 여기 카페 동아리를 알고 보니 그게 아니더라고요”(민명희 회원)
 소리 스승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는다.
“선생님이 대단한 분이시죠. 열정 하나로 우리들을 최선을 다해 가르치세요. 초보자들도 누구나 쉽고 편안히 판소리를 익힐 수 있도록 배려를 해주세요”
나이가 많든 적든 상관없이 소리 하나로 친구가, 그리고 가족이 되는 이들. 그리고 스승과 제자들의 소리에 대한 열정. 각기 다른 삶을 살아왔고 다른 곳을 바라보는 이들이지만 결국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회원들은 이미‘명창’이 된다.


기초부터 탄탄히 배울 수 있어요
 고양문화원 판소리,남도민요반은 현재 40~50대가 주축이 돼 15명 정도의 회원이 수강 중이다. 최재길 선생은 “호흡과 발성법은 물론, 판소리의 기초가 되는 사철가 같은 단가를 시작으로, 성주풀이, 남원산성 등의 남도민요와 신민요를 단계적으로 배우게 됩니다”라고 소개한다. 어느 정도 수준이 향상되면 판소리의 깊은 맛을 느끼게 해주는 쑥대머리, 남도소리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육자배기와 같은 소리도 배우게 된다.
인터넷 카페 (cafe.daum.net/ilsanpansori)가 개설돼 있어 다양한 국악 정보와 소식들을 접할 수 있다.  


<판소리/남도민요반 최재길 선생>
회원들의 신뢰를 얻고 있는 최재길 선생은 어려서 소리를 시작해 판조리 보존회에서 15년 이상 문화재급 명창들에게 직접 사사받았고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이수자다. 지난 6월에는 ‘전국 귀명창 초청 강산제 심청가 완창’을 하여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최재길 씨는 판소리가 자신을 치유할 수 있는 힘을 가졌다고 강조한다. “판소리는 음악 안에서 자신을 놓아버리고 온전히 주인공이 될 수 있습니다. 삶의 애환이 녹아있는 판소리는 우리 삶의 애환도 저절로 씻어주죠”
 특히 아이들에게 판소리는 좋은 교육적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한다. 최재길 선생은 “판소리 이야기 자체가 기-승-전-결이 뚜렷해 모르는 새 논리력과 사고력은 물론, 유머와 재치까지 배울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한다. 또한 아이들이 갖춰야 할 소양과 가치관 형성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처음 판소리를 접하고자 한다면, 어렵고 재미없을 거라는 선입견을 버리고 유행가를 듣고 부르듯 편안하게 다가오는 것이 첫 단계라고 최재길 선생은 조언한다. 

남지연리포터 lamanua@naver.com 





<신명나는 우리 소리, 여기서 배워요>
 기초부터 차근차근, 쉽게 우리 풍물과 소리를 배울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기관, 동호회, 보존회, 학원 등 가까운 곳에서 우리 가락과 소리를 즐기고 배워보세요.


■ 고양문화원
  고양문화원은 전통문화 육성과 보급을 위해 다양한 문화 강좌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현재 고양12채농악(장구반) 기초반과 중급반,  판소리/남도민요반, 경기민요반 등의 회원을 모집한다. 모듬북, 대금, 소금을 배울 수 있는 강좌도 있다. 수강료는 3개월 10만원.
일산서구 한류월드로 280번지/ 031-963-0600


■ 고양들소리보존회
 고양들소리보존회에서는 경기 지역에 내려오는 민요와 풍물 등을 배울 수 있다. 경기민요반, 고양민요반(고양들소리), 농악반(풍물) 강좌가 있다. 그밖에 대학 입시를 위한 반도 운영 중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수강 가능하다. 일정 수준이 되면, 고양시의 해맞이 행사를 비롯해, 다양한 공연 무대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진다.
 덕양구 행신동 무원로 54번길 74-20 / 010-5274-4794


■ 고양송포호미걸이보존회
 고양송포호미걸이보존회에서는 현재 2013년 호미걸이 신입 초급반 회원을 모집 중이다. 성인남녀 누구나 신청 가능하며, 1월 23일 개강, 3개월 단위로 진행된다. 장구와 풍물, 향토민요 등을 배우게 된다. 수강생들은 호미걸이 모내기 등 민속놀이체험 및 다양한 전통행사 참여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일산동구 장항2동 760번지 802호 남정씨티프라자 1차 8층 / 031-913-4580


■ 국악문화 마루
 우리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즐기고 배울 수 있는 곳이다. 사물놀이, 난타 등을 비롯해 가야금, 대금 등의 기악 분야도 배울 수 있다.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누구나 신청 가능하며, 청소년 풍물동아리<마루> 등 다양한 모임에도 참여할 수 있다. 인터넷 카페에 가입하면 다양한 정보와 소식을 접할 수 있다. cafe.daum.net/ilsanmaru
일산동구 정발산동 은초롱길2(1342-5번지)/ 031-903-5977
 
■ 우리가락국악원
 우리가락국악원은 목적에 맞는 반을 선택해 수강할 수 있다. 국악 관련 중, 고등학교 진학을 위한 입시반, 직장인, 주부, 어린이 등을 대상으로 친근하게 국악을 접할 수 있는 취미반 외에 초중고 내신반, 방학 특강반 등이 있다. 그밖에 가야금, 민요, 사물놀이 등을 즐길 수 있는 동호회와 예술단, 민요합창단 등도 운영하고 있다.
일산서구 주엽동 109번지 화성플라자 506호/ 031-917-4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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