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고분 세트에 손전등을 든 아이들이 들어간다. 고구려 밤하늘에 떠 있던 별자리를 함께 보고 벽화에서 튀어나온 주인공들이 활쏘기를 알려준다. 평강공주가 나와 춤을 알려주고 바보온달을 만난다. 따분하기 쉬운 역사 이야기를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는 체험연극을 만드는 곳, 체험연극극단 ‘생생극단 세발자전거’다.
역사 속에 잠든 여성 의병장 밥할머니를 깨우다
지난 해 12월, 생생극단 세발자전거는 ‘역사연극 밥할머니’를 공연했다. 밥할머니는 지금으로부터 420년 전 조선시대 먹고 살기 힘든 백성들을 위해 쌀을 나눠주며 마을에서 없어서는 안 될 선망의 대상이었다. 전쟁이 일어나자 마을 사람들과 함께 창릉천에 석회가루를 뿌려 왜군을 쓰러트리고 행주치마에 주먹밥을 넣어 전쟁터로 향했다. 성벽 위에서 뜨거운 물을 붓고, 재를 뿌리고 돌멩이를 던져 적을 물리쳤다.
밥할머니에 관한 이야기를 한 번쯤은 들어 본 어린이들도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연극으로 그 당시의 상황을 다시 보는 것은 달랐다. 흘러가 버린 옛날이야기가 아닌 바로 눈앞에서 펼쳐지는 생생한 경험으로 역사를 접한 아이들은 놀랍다는 반응이었다.
“행주대첩에 권율장군만 있는 줄 알았는데 밥할머니가 있는 걸 알고 놀랐다, 행주치마가 이렇게 생겼다는 걸 알게 돼서 좋았다는 아이들이 많았어요. 한 시간 넘는 공연이었는데 극 전개가 빨라서 아이들이 힘들어 하지 않고 집중해서 잘 따라와 줬어요.”
윤원상 대표의 설명이다.
아이들에게 우리 역사 알리고 싶어
윤원상 대표는 대화마을 주민이다. 종로와 대학로에서 활동했던 그가 고양시로 무대를 옮긴 것은 ‘내 아이가 자랄 고장’이라는 애착 때문이었다. 고양 지역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어떻게 연극으로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 밥할머니라는 문화 인물을 알게 됐다.
“향토문화제 제46호로 지정이 돼 있는 밥할머니가 고양시에 있었어요. 주변 사람들한테 물어봐도 모르는 거예요. 아이들조차 모르고 지나간다면 안 될 것 같아서 연극적으로나마 살리고 싶은 생각에 만들게 됐어요.”
세발자전거는 그동안 역사체험 교육연극 ‘박물관은 살아있다’, 다문화교육연극, 전통문화교육연극 ‘꼭두랑 놀자’ 등을 공연했다. 현재는 연천 전곡선사박물관에서 선사시대 역사 체험연극, 경기도박물관에서 조선시대 체험연극 등을 공연하고 있다. 1월 12~13일에 공연하는 선사박물관 ‘산시시대’ 연극은 선사시대로 탐험 여행을 떠나는 체험 연극이다. 경기도박물관 조선시대 체험연극은 조선시대 유생이 되어 과거 시험을 보고 시를 쓰고 거중기를 다루며 정약용의 일생을 따라 가본다.
연극과 함께 하면 역사도 생생하게
“요즘 아이들이 역사에 대한 인식이 많이 부족하다고 느껴요. 중국은 동북공정이라고 해서 왜곡하고, 일본은 독도가 자기 땅이라고 우겨도 아이들은 그에 대한 위기의식이 크게 없어요. 국영수 위주의 교육만 아니라 우리 역사를 바로 알아야 지킬 수 있죠. 역사 공부를 하는 데 저희 공연이 조금 더 도움이 되면 좋겠어요.”
연극에 새로운 컨셉을 접목시켜 체험을 결합한 교육연극은 어린이들과 학부모들의 호평을 받았다. 세발자전거는 앞으로 우리나라 역사와 인물 시리즈를 완성한 뒤, 아시아 10개국과 유럽 및 전 세계 문화여행을 연극으로 완성할 계획이다.
문의 070-4069-4371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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