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위한 작은 행동, 습관 되면 불편하지 않아요

에너지 절약·자급자족 실천하는 서양화가 박명선 씨

지역내일 2013-03-10


서양화가 박명선 씨는 파주시 탄현면의 한 단독주택에 살고 있다. 시골마을에 있는 하얗고 예쁜 집. 그러나 가까이 들여다보면 대부분의 창문에 단열 필름과 에어캡(일명 뽁뽁이)가 붙어 있다. 거실에는 화목난로가, 작업실에는 태양열 온풍기가 설치된 예사롭지 않는 살림집이다. 그의 삶에는 남다른 흐름이 있다. 바로 지구를 살리기 위한 작은 행동들이다. 지구에 최대한 흔적을 남기지 않고, 자급자족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그의 일상을 들여다본다.

  (천정이 높은 박명선 씨의 집 거실풍경)

펠릿보일러 설치하고 창문에는 단열 필름으로 보온

8년간의 영국 유학생활 동안 유럽인들의 친환경적인 사고방식과 생활은 박명선 씨에게 자연스레 스며들었다. 귀국 후 파주시에 정착하기로 마음먹고 집을 지을 때도 일부러 천정을 높게 만들었다.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서다. 또 기름보일러 대신 펠릿보일러를 설치했다. 펠릿은 버려지는 나무 찌꺼기를 뭉쳐 만든 연료다. 보일러에는 일정 양을 한꺼번에 넣으면 되니 생각보다 번거롭지 않고 비용 면에서도 아낄 수 있다. 이산화탄소와 산성비 감소 효과로 환경오염이 적어 독일 등 유럽에서는 펠릿을 활용한 지역난방이 일찌감치 실행되고 있다.
 박명선 씨의 집은 뒤쪽에 산이 있고 앞에는 들판이 있다. 여름에는 들에서 부는 바람 덕분에 시원하지만 겨울에는 너무 추워서 문제였다. 고민 끝에 거실 창에 보온을 위해 투명 필름을 붙였다. 10센티미터 정도 공기층을 두고 투명 필름을 이중으로 붙였더니 시야도 방해하지 않으면서 보온성도 뛰어났다. 나머지 방의 창틀에는 모두 에어캡을 붙였다. 환기를 위해 현관문과 마주보는 위치에 있는 창문의 반쪽은 남겨두었더니 습기가 차서 문제가 되는 일도 없었다.
“영국에서는 대부분 겨울 실내 온도를 18도 정도로 해놓고 살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다들 너무 따뜻하게 사는 것 같아요. 우리 가족은 실내 온도를 18~20도로 하고 내복을 입어요. 잘 때는 보온 물통으로 배를 따뜻하게 했더니 장에 가스 차던 게 사라지고 소화기능도 좋아졌어요.”





















(왼쪽) 거실에 설치한 화목보일러 밥먹기 30분 전에 찌개를 올려놓는다. (오른쪽) 압력솥에 밥을 한 후 보온 도시락에 담아둔다.

압력밥솥 사용하고 보온도시락에 밥 보관해

가정용 가전제품 중에서 전기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것이 뭘까? 아마도 사람들은 냉장고나 에어컨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정답은 전기밥솥이다. 냉장고는 2위, 에어컨은 3위다. 일 년 내내 켜놓는 냉장고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훨씬 더 많은 전기를 사용한다. 보통 하루 14시간 이상 전기밥솥을 사용하는데, 1시간이 밥 짓는데 소요된다면 13시간 이상은 보온기능으로 쓰인다. 연간 전기밥솥이 사용하는 전력량은 평균 922kwh인데, 이는 냉장고가 쓰는 499khw보다 두 배 가까이나 많은 양이다. 매달 전기 사용량의 4분의 1이 전기밥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명선 씨는 밥을 전기압력밥솥으로 짓지 않는다. 딸랑이 추가 달린 압력솥으로 밥을 한 후 보온 도시락에 담아 놓는다. 양이 많을 때는 식당에서 흔히 보는 뚜껑달린 스테인리스 밥그릇에 담아 보온만 되는 밥솥에 넣어 둔다. 보온밥솥이 전기압력밥솥보다 전략 사용량이 적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다. 일인분씩 담아놓으니 꺼내 먹기도 편하고 수분을 잃지 않아 밥맛도 좋다. 밥 먹기 30분 전에는 거실에 설치된 화목난로 위에 밥과 찌개를 올렸다가 따뜻하게 먹는다. 


(작업실에 설치된 태양열온풍기)

재활용 가구와 구제 옷가게 활용, 소박하지만 멋스럽게

박명선 씨의 집에 있는 가구와 소품들은 대부분 재활용한 것들이다. 남들이 쓰던 나무를 구해 와서 필요에 맞게 뚝딱뚝딱 만들어 쓴다. 빈티지한 멋이 나는 하얀 식탁도 누군가 쓰다 버린 것을 새로 칠해 사용하고 있다. 거실 차탁자도 버려진 나무로 만든 것으로, 시중에서 판매되는 물건과 비할 바는 아니지만 소박하면서도 개성이 느껴진다. 옷은 구제 가게에서 색깔과 디자인이 어울리는 것으로 골라 싸게 사서 입는다. 도자기 등 생활 소품은 지인들과 물물교환을 하기도 한다. 
전기 연결선은 차단 버튼이 있는 것을 써서 대기전력을 최대한 줄이는 등 박명선 씨는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를 최대한 절약하기 위해 노력하는 삶을 살고 있다. 불편하지만 지구를 위해 스스로 할 수 있는 노력이라 생각해 기꺼이 불편을 습관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대기업에서 사용하는 전기에너지 양에 비하면 내가 불편을 감수한다고 뭐가 달라질까 하는 자괴감에 빠질 때도 있어요. 하지만 적어도 나 한 사람이라도 사는 동안 에너지를 적게 쓰고 자급하는 것, 생활 속 작은 불편함을 습관으로 바꾸는 실천을 하자고 마음을 먹었죠.”


태양열 온풍기로 에너지 자립 한 걸음
최근 박명선 씨는 그림을 그리는 작업실 외벽에 태양열 온풍기를 설치했다. 원리는 간단했다. 검은 플라스틱 관을 통해 태양열을 모은 후 모터를 작동시켜 실내로 열을 들여보내는 것이다. 처음이라 책을 보면서 만들었는데, 이웃들이 도와줘서 이틀 만에 마칠 수 있었다. 날이 흐린 날에는 사용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지만, 전기에너지를 따로 사용하지 않으면서 추위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은 매력적이다.
북극곰이 사는 얼음이 녹을 것을 걱정하면서도 여름에는 어쩔 수 없다며 에어컨을 켜고, 내복을 입기 보다는 실내 온도를 높이는 것이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이었다. 그러나 끊이지 않는 이상 기후에 관한 뉴스가 늘어가는 만큼, 편리하고 익숙했던 습관과 작별을 고하는 사람들 또한 늘어가고 있다. 그 사람들 중에 박명선 씨도 있다. 모든 사물 안에 깃들어 있는 빛과 에너지를 홀로그램이라는 매개체로 표현하는 서양화가 박명선 씨. 지구를 생각하는 그의 ‘작은 행동’은 그가 사랑하는 자연과 사람들을 더 곁에 오래 오래 그 모습 그대로 두고 싶은 바람의 소산인지 모른다. 남들에게 소리 높여 주장하기 전에 조용히 실천하는 그의 일상이, 그가 그리는 그림만큼이나 따뜻하게 보였다.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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