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작업실’은 좋아하는 일에 열정적으로 도전하고 즐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려 합니다. 프로페셔널한 작가의 아틀리에 뿐 아니라 작업실이라 말하기 어려울 정도의 작은 공간이지만 남다른 감각과 솜씨가 배어있는 공간까지...공간의 모습은 조금씩 다르지만 나만의 공간, 나만의 작업실에서 창작 삼매경에 빠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나의 작업실
‘사랑을 만드는 가게’ 김미식 니트 디자이너
뜨개실과 바늘의 행복한 이중주, 함께 빠져보실래요?
요즘은 니트도 공장에서 만들어내지만, 60~70년대만 하더라도 겨울이 가까워지면 엄마들은 알록달록 짜투리 실을 모아 벙어리장갑을 떴습니다. 지금보다 체감온도가 훨씬 더 추웠던 그 때, 추위를 모르고 지냈던 것은 아마 엄마의 정성과 사랑이 담긴 벙어리장갑 때문 아니었을까요.
호수마을 5단지 청구상가에 위치한 뜨개공방 ‘사랑을 만드는 가게’에는 어린 시절 보았던 알록달록한 털실들이 가득했습니다. 들어서는 순간 추억에 잠기게 하는 그곳의 주인장은 뜨개질 하면 국내에서 꽤 유명한 니트 디자이너 김미식 씨입니다. “모두가 빠르게 빠르게, 쫓기듯 살아가는 세상에 속도감을 늦출 수 있는 최상의 취미가 뜨개질”이라는 그는 오늘도 그의 공방에서 뜨개실과 바늘이 만드는 행복한 이중주에 푹 빠져 있습니다.
이난숙 리포터 success62@hanmail.net
-아이들을 돌보며 할 수 있는 일을 찾다
어릴 적부터 손재주 좋았던 김미식 씨는 무엇이든 꼼지락꼼지락 만드는 것을 좋아했단다. 결혼 후에도 그는 옷도 리폼하고 가구도 직접 만들곤 했다. “손은 부지런히 움직였어요. 그러다 아이들이 생기면서 아이들을 돌보며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찾게 됐지요.” 그렇게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시작한 뜨개질이 지금 니트 디자이너로 강사로 살게 한 매개체가 됐다.
“그때 나이가 31살이었는데 큰 아이는 2살, 작은 아이는 8개월 됐을 때였지요. 뜨개질은 아이들을 옆에 두고 할 수 있더라고요. 노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고 작은 아이는 뉘어 놓고 작업을 할 수 있어서 이거다 싶었지요. 그때는 지금처럼 배울만한 책이며 강좌가 별로 없던 때라 배우는데 좀 힘은 들었어요. 유명한 선생님을 직접 찾아가 배우기도 하고 주로 일본 책자를 들여다보며 독학하다시피 했어요.” 손재주가 있어서 책을 보고 웬만한 것은 터득할 수 있었지만 일명 ‘마법바늘’로 작업하는 것은 일본에서 온 강사를 통해 배우고 인증서를 받는 등 지금까지 거의 쉬지 않고 뜨개질에 몰두해왔다.
-색감과 디자인 감각도 뛰어나, 뜨개질의 새로운 장르 개척
미술을 전공하진 않았지만 색감이나 디자인에도 감각이 남다른 김미식 씨는 단순히 기술을 익히는 것에서 머무르지 않았다. 그 덕분에 공중파의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그가 뜨개질로 만든 오토바이용 덮개가 전파를 탔고, GAP 명동매장 핸드레일을 뜨개질로 장식하기도 했다. 이전에 자동차덮개를 뜨개질로 만들기도 한 이도 있었고, 그와 비슷한 작업을 한 이들이 많지만 김미식 씨는 오토바이의 사이드미러나 손잡이 등 모양과 색감을 달리해 작업했다. “뜨개질 하면 옷이나 집안을 꾸미는 소품 등을 생각하지만 응용할 수 있는 분야가 무궁무진해요. 털실이 주는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 때문에 매장을 꾸미는 좋은 소재가 되고, 색감도 다양하고 소재가 어떤 것이냐에 따라 느낌이 다양해 활용도가 높지요.” 이렇게 남과 다른 특별한 발상때문에 그는 국내 뜨개질 분야에서는 꽤 이름이 알려졌다. 그래서 지금도 패션매장이나 기업에서 의뢰도 많이 들어온단다. 하지만 최근엔 작업 의뢰가 들어와도 사절하고 공방에서 수강생을 가르치고 개인작업만 하고 있다고. 아무래도 시간이 많이 뺏겨 다른 작업에 소홀해지기도 하고, 무엇보다 공방에서 수강생들을 가르치고 교감을 나누는 일이 더 행복하다고 웃는다.
-엄마가 직접 떠 준 옷, 아이가 느끼는 사랑 남달라요
뜨개질의 매력은 손맛, 보는 맛, 입히는 맛이라고들 한다. "입힐 사람을 생각하면서 뜨개질을 하는데 미운 감정으로 만들진 않겠지요. 뜨개질을 하다보면 그 사람을 생각하면서 정성을 다하게 됩니다. 그렇듯 엄마가 뜨개질한 옷을 입히는 순간 아이와 엄마 사이에는 추억이 생기지요. 아이가 자란 후에도 그 옷은 가족의 역사가 되고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요. 엄마가 직접 만든 옷을 입으면서 아이가 느끼는 사랑도 남다를 것 같고요.“
엄마가 아이에게 사랑을 전하는 것 뿐 아니다. 수강생 중에는 남자들도 많은데 지난 연말에는 아내를 위한 장갑을 떠서 선물로 준 이도 있단다. “그것도 아내 몰래 짜느라 무척 고생해서 여자 수강생들이 모두 부러워했지요. 뜨개질이란 것이 한 코 한 코 뜨다보면 자신이 원하는 모습을 갖춰가고 그 맛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게 되지요. 몇 날 며칠을 고생해서 완성품을 만들었을 때의 행복감, 또 입는 사람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볼 때 기쁨은 뭐라 표현할 수 없어요.”
예전에는 짜투리실을 모아 재활용하는 의미가 컸다면 요즘 뜨개질은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작품을 만드는 예술작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미식 씨는 기성품 모방에서 나아가 아이의 한복이며 아얌, 유아용 우주복 등 다양한 옷들의 도안을 직접 디자인한다. 어린아이 한복이나 돌도 안 된 아기의 옷을 니트로 만든다 하면 까실거리거나 무겁지 않을까 걱정하지만 부드러운 유기농 실을 사용하면 오히려 아토피 걱정을 덜어준다고.
“최근 유명 아이돌이 입었던 니트를 보고 한 수강생이 그 옷이 너무 사고 싶은데 가격이 상당하다는거에요. 그래서 그 옷을 그대로 도안을 떠 뜨개질해서 만들었더니 모양은 거의 구별이 안 가는데 가격은 1/3수준이 들었어요. 꼭 갖고 싶은 니트 제품도 손만 부지런하면 그보다 알뜰한 가격에 장만할 수 있지요.”
지난 수년 간 이렇게 그가 직접 만든 뜨개작품들이 온라인을 통해 판매됐고, 아름아름 가까이서 멀리서 찾아오는 수강생도 늘어났다. 그러면서 ‘사랑을 만드는 가게’뿐 아니라 서울 등촌초등학교와 기업, 자원봉사센터 등에 출강하기도 했지만 요즘은 오로지 공방에서 개인작업과 수강에 전념하고 있다.
“대부분 뜨개공방이나 강좌들이 소재도 그렇고 커리큘럼도 그렇고 제한적인 경우가 많아요. 대바늘뜨기 코바늘뜨기 등 뜨는 방법도 다양하고 면사 털실 등도 종류가 정말 다양하게 나와 있거든요. 그런 것을 많이 디스플레이 해놓고 직접 보고 만져볼 수 있어야 해요. 보통 강사들이 정해주는 실로 몇 개 작품을 똑같이 만들어보는 시스템으로는 창의성이 충분히 발휘되지가 않아요.” 그래서 앞으로 그는 보다 많은 이들에게 체계적인 뜨개질을 전파하는 공간, 니트에 대한 모든 것을 갖춘 ‘멀티 니트공방&샵’을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한다.
이곳 강좌는 대바늘반, 대바늘 인형반, 대바늘 소품반, 태교대바늘 반, 코바늘반, 코바늘 반, 코바늘인형반, 코바늘 소품반, 태교 코바늘반이 있고 주 2회 강습이 이뤄진다.
문의 http://cafe.naver.com/lovemadestore.cafe, 031-903-0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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