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학올림피아드 중등부 금상 수상 한빛중 3학년 허 도 학생
책읽기 즐기는 철학소년 도(道)! 자유와 도전을 통해 성장하다
청소년기는 생각도 고민도 많은 시기이다. 이 질풍노도의 시간을 지나면서 우리는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해가며 생각의 틀을 마련해 간다. 철학이라는 것이 멀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철학이 곧 ‘생각하는 것’이라는 본질을 이해한다면 청소년기야말로 철학하기 좋은 시기일 것이다. 이 철학의 시기에 기꺼이 생각하는 즐거움을 누리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고 있는 학생이 있어 그를 만나 보았다. 바로 한빛중학교(오인수 교장) 3학년 허 도 학생이다. 허 군은 지난 1월에 열린 제19회 한국철학올림피아드에서 중등부 금상을 수상했다. 깊고 풍부한 독서와 자신만의 가치관으로 철학올림피아드에서 우수한 성적을 올린 허 도 학생의 이야기를 전한다.
양지연 리포터 yangjiyeon@naver.com
철학올림피아드, 독서로 통했다
철학올림피아드는 생각의 힘을 보는 대회로 얼핏 보기엔 간단한 문제가 주어진다. 이번 올림피아드에서도 ‘예술이 인간에게 꼭 필요한가?’라는 단 한 문제가 주어졌다. 이 물음에 대해 자신만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전개해 서술하는 것이 철학올림피아드의 특징이다. 주어진 질문에 허 도 군은 예술과 인류 역사를 연관 지어 예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롤링스톤즈’나 ‘레이지어게인스터더머쉰’ 같은 기성세대에 반하는 락밴드들을 인용해 음악이 시대정신을 반영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처럼 자신이 갖고 있는 배경지식과 평소 가치관을 논리적으로 서술한 덕분에 철학올림피아드에서 좋은 성과를 얻게 됐다고 한다. 그러나 허 군은 이번 올림피아드를 위해 특별한 준비는 하지 않았다고 한다.
“우연히 철학올림피아드에 대해 알게 돼 관심을 갖고 있었어요. 기출문제를 살펴보니 미리 공부를 하거나 별도로 준비한다고 해서 잘 볼 수 있을 것 같진 않았어요. 글 쓰는 기술이나 문제를 푸는 요령 보다 주어진 문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배경지식이 더 중요하다고 봤지요. 평소 꾸준히 책을 읽어 두었던 것이 제일 도움이 많이 됐어요.”
어려서부터 유독 글자 읽기를 즐겼던 허 군은 밖에 나가 뛰어놀기보다 책을 즐겨 읽으며 성장했다. 책도 인문 고전 문학 과학 역사 등 다양한 분야를 가리지 않고 읽었다. 지금도 책읽기를 좋아하지만 시험과 학업에 밀려 일주일에 한 권 정도밖에 보지 못한다며 아쉬워했다. 그래도 시험이 끝나고 나면 여전히 밤을 지새우며 책을 읽곤 한단다. 허 군은 풍부한 독서가 글쓰기에도 큰 도움이 됐다고 전한다.
“책을 꾸준히 읽다보면 글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이해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글의 내용을 다채롭게 표현하기 위해선 배경지식이 중요하고, 이를 잘 정돈해 쓸 수만 있다면 학원을 다니지 않고도 충분히 철학올림피아드 준비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글쓰기의 기술적인 면에 의미를 두기보다 자신만의 아이디어로 내용을 충실히 채울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는 철학올림피아드 뿐 아니라 다른 글쓰기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도(道)!, 내 길을 간다
허 군은 철학올림피아드 외에도 다양한 분야의 도전을 계속해 왔다. 한국사와 국어인증(tokl), 중국어인증(HSK)과 토플 등 기회가 될 때마다 각종 시험에 도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도전이 스펙을 쌓기 위한 과정은 아니라고 한다.
“제가 평소 공부해온 것들을 평가받고 싶었어요.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이 객관적으로 어느 수준인지 궁금했고요. 그냥 혼자 공부하면 우물 안 개구리가 되기 싶고, 안주할 수도 있는데 시험에 도전하다보면 계속 부족한 점을 보완해 갈 수 있어요.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한 과목들은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점검해보고,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반성해가면서 다시 도전했지요. 스펙과 상관없이 그냥 제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하는 것뿐이에요. 시험 성적 보다는 이런 도전의 과정들이 좋아요. 내 실력을 검증해 볼 수 있고, 도전을 통해 내가 성장하고 있구나 느끼게 됩니다.”
우등생과 모범생은 분명 다르다. 우수한 성적의 도 군을 모범생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 모범생이라는 틀에 자신을 가두고 싶지 않다고 한다. 책을 읽고, 공부하고, 궁금한 것을 찾아 몰입하며 자유를 누리는 것이 자신의 모습인 것 같다고 전한다.
“공부가 하고 싶지 않을 때는 쉬거나 놀 수 있는 자유 또한 충분히 누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공부가 힘들거나 쉬고 싶을 땐 음악을 듣거나 컴퓨터게임을 합니다. 친구들을 보면 공부하고 싶지 않을 때도 억지로 공부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어쩔 수없이 공부하며 짜증을 내기보다 잠시나마 하고 싶은 것을 즐기며 충분히 쉬어간다면 공부가 훨씬 수월해집니다. 이왕 해야 하는 공부라면 열심히 즐겁게 하는 것이 최선인 것 같아요.”
영국의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은 ‘인류가 성장하기 위해선 자유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대철학자의 말처럼 철학소년 도 군은 자유와 도전을 통해 성장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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