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을 지키는 사람들 - 생태환경 봉사활동 펼치는 ‘성사천지킴이’ “돼지감자야, 우리 풀꽃을 부탁해”

지역내일 2013-03-31

마을을 지키는 사람들 - 생태환경 봉사활동 펼치는 ‘성사천지킴이’
“돼지감자야, 우리 풀꽃을 부탁해”


길고 지루한 싸움이었다. 북미가 원산인 단풍잎돼지풀은 1개의 종자에서 2~3천 개체를 퍼트릴 만큼 번식력이 강했다. 우리나라에 귀화돼 전국에 걸쳐 자라는 한해살이풀로 꽃가루가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등 인체에 해로워 유해식물로 지정돼 있다. 사람이 아닌 식물을 상대로 사투를 벌이는 일이 쉽지 않았을 텐데, 이들의 얼굴에는 피로감보다 뿌듯함이 묻어났다. 마을의 생태환경을 지키기 위해 봉사활동을 펼치는 성사천지킴이 사람들을 만났다. 


외래 유해식물 잡는 봉사모임
성사천지킴이는 2010년에 만들어진 생태환경봉사모임이다. 고양환경연합 박평주 위원장, 행신동 주민 권현숙 씨, 성사천 둘레에 사는 햇빛마을 18단지 주민들과 서정초등학교 학부모들이 함께 만들었다. 시작은 서정초등학교 학부모들의 생태공부모임으로 시작했다. 주1회 학부모들과 공부를 하다 ‘성사천 가꾸기 모임’을 만들었다.
본격적인 활동은 2011년에 시작했다. 지금은 햇빛마을21단지 전·현직 부녀회장과 동대표들, 서정중학교와 백양고등학교에 다니는 지역 청소년들이 합류해 활동하고 있다.
월 2회 이상, 많게는 매주 모여 성사천을 지키는 활동을 벌였다. 물속과 밖의 쓰레기를 줍고 하천 오염원을 발견하면 민원을 접수했다. 주된 활동은 단풍잎돼지풀을 없애는 것이다.
“외래 유해식물을 제거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예요. 약을 사용하는 화학적인 방법은 생태를 교란시키죠. 지렁이 같은 땅속 동물에도 안 좋은 영향을 줘요. 논에 사는 미꾸라지나 개구리가 멸종된 것도 같은 이유에서죠.”
고양환경연합 박평수 위원장이 말했다. 외래 유해식물을 잡자고 우리 땅을 오염시킬 수는 없었다. 성사천지킴이 사람들은 봄이면 싹이 나기 시작하는 단풍잎돼지풀 싹을 뽑았다. 여름에 꽃을 피울 때 까지 계속 뽑았다. 가을이면 씨를 날려 다른 곳에 정착할 수 없게 잘 뽑아서 태웠다. 


돼지감자로 단풍잎돼지풀 잡는다
다 자란 단풍잎돼지풀은 키가 3미터에 이르는 큰 식물이다. 우리네 하천을 따라 피어나는 작은 들꽃과 풀들은 단풍잎돼지풀의 그늘에 가려 자라지도 못하고 시들어갔다. 뽑고 또 뽑아도 솟아나는 풀의 힘을 사람들은 감당하기 어려웠다.
성사천지킴이 사람들은 올해는 또 다른 방법을 추가했다. 식물을 식물로 잡는 생물학적이 방법을 쓰기로 했다. 돼지감자를 심어 속수무책으로 퍼지는 단풍잎돼지풀의 번식을 막아 보려는 계획이다.
뚱딴지라고도 불리는 돼지감자 역시 단풍잎돼지풀과 같은 귀화식물이다.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유럽에서 중국을 거쳐 17세기 이후 우리나라에 전래된 것으로 추정된다. 들판과 야산에서 스스로 자라며, 줄기 아래를 파고면 돼지감자의 덩이줄기를 볼 수 있다. 요즘 당뇨에 좋다고 알려지면서 재배하는 농가가 늘고 있다.  
지난 23일, 성사천지킴이 회원들은 돼지감자를 심는 작업을 펼쳤다. 사람의 힘으로 모자랐던 일을 돼지감자가 성공적으로 도와주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씨감자를 잘랐다. 마른 풀을 태워 재를 감자에 바르고, 땅을 골라 정성껏 심었다.
“내일 비가 오는데 딱 맞네요. 이제 보름 후에 싹이 나올 거예요.”
박평수 위원장의 말에 회원들이 웃음을 지었다.

 
봉사활동도 하고 생태교육도 받고
어른들 곁에서 삽과 호미를 들고 땀 흘리는 청소년 참가자들도 있었다. 서정중학교에 다니는 현유진 양과 박인헌 군은 초등학교 6학년 때 부모님을 따라 참여했다. 요즘은 부모님 없이도 스스로 활동에 참가한다.
백인헌 군은 “사람들이 쓰레기를 버리는 모습을 보고 너무 마음 아팠다”고 말했다. 현유진 양은 “교란종이 우리나라 식물을 못 자라게 해서 너무 슬펐다. 선생님이 돼서 환경에 대해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백양고 1학년 김수연 양은 단지 안에 붙은 모집 공고를 보고 참가하기 시작했다.
“봉사활동 시간은 다 채운 상태였는데 환경을 지키자는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단풍잎돼지풀이 뭔지도 모르고 시작했다가 생태교육도 받고 과학적인 면에서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 좋아요.”


3명 모이면 봉사시작
성사천지킴이 활동이 자리 잡기 까지는 초창기 회원들의 남모르는 수고가 많았다. 많게는 20명, 적을 때는 단 2명이 모일 때도 있었다. 3명만 모여도 봉사활동을 하자고 약속을 정하니 모임이 안정되기 시작했다. 한번 공지한 일정은 취소하지 않으니 주민들 사이에서도 인정을 받기에 이르렀다. 마을사람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성사천을 위해 친환경 세제로 바꾼다는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권현숙 씨는 “마을에서 환경 모임을 꾸리려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할 수 있는 3~4명의 고정 멤버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명절이나 연휴 같은 날은 모두가 바쁜 철이라 대표가 한 사람이면 고생만 하다 지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사천지킴이는 모임을 지키기 위해 공동대표 체제로 꾸려간다.
앞으로 성사천지킴이는 동네 환경을 지키는 모임답게 단지별로 1인 이상 참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햇빛21환경봉사단과 연계해 수질생태를 모니터링 해 오염도를 측정하면서 양서류와 어류를 관찰할 계획도 갖고 있다. 미래 세대인 학생들을 찾아가 학교별 생태환경교육도 진행하고 싶다.
남들은 꽃가루 날린다며 창문을 닫을 때, 두 팔 걷어 부치고 하천에 발 담그고 오염의 근원을 없애는 사람들. 마을을 지키는 착한 이웃들, 성사천지킴이 사람들이다.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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