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력을 깨우는 미술교육
요즘 부모들은 공부 잘하는 아이보다는 창의적인 아이로 키우고 싶어 하지만 ‘창의력’만큼은 부모세대가 제대로 배운 적이 없어서 아이에게 어떤 식으로 이끌어 주어야 할지 내 아이에게 무언가를 제대로 주지 못하고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마음은 앞서지만 불안하고 부담스럽기도 한 게 현실이다. 창의력이야말로 조직을 발전시키는 요소이고,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갈 세상에 꼭 갖추어야 할 능력이라는 것은 우리 사회를 통해서도 잘 알 수 있다. 어느 분야에서든지 특출한 인재들은 남다른 발상과 기획을 잘하는 창의력 훈련이 잘 된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창의력을 깨우는 방법엔 무엇이 있을까. 미술은 아이의 미래를 바꾸는 교육이며 창의력을 깨우는 가장 훌륭한 도구이다. 아이가 반드시 미술을 전공하여 미술로 성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미술작업을 즐겨함으로써 눈으로 보고 ‘관찰’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관찰을 통한 시각훈련을 하고 안하고의 차이는 표현기술의 차이보다 상세히 보고 느끼고 표현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 구석구석 관찰하고 표현하느냐, 같은 사물을 보더라도 세밀하게 보고 느끼지 못하고 생략해 버리느냐 하는 엄청난 차이에 있는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다양한 분야의 많은 학자들이 미술적 조예와 시각적 사고 능력 즉 ‘미술적 감각’이 남다른 이유도 바로 사물을 관찰하는 시각훈련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기쁘다, 슬프다, 아름답다, 사랑스럽다, 우울하다, 발랄하다, 예쁘다’ 등등 우리가 느끼는 수많은 감정과 감각들은 우리의 사고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이미지로 기억되는데 이러한 표현을 꾸준히 하는 사람은 삶을 대하는 태도와 질이 상당히 다르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찰력을 기르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대화’이다. 대화를 통해 아이들은 자신의 기억을 더듬어 보고 새로운 생각들을 하며, 스스로 관찰하고 느낀 것을 표현함으로써 미술에 대한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 될 뿐만 아니라 자신이 그린 그림에 애정을 가지고 ‘긍정적인 자아’를 발전시켜 다른 어떤 활동에도 자신감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접근하게 된다. 이렇게 풍부한 관찰력을 가지고 표현에 적극적인 자세로 창의적인 환경에서 자란 아이와 그렇지 못한 경우는 엄청나게 차이가 나는 것이다.
손재주가 부족하고 미술에 소질이 없는 부모라고 아이와의 미술참여에 주저할 것이 아니고 아이와 사랑으로 대화하는 중에 아이는 미술로 부모와 소통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 보다 적극적이고 많은 내용을 활발하게 교류하면서 발전하게 된다. 이 때 부모가 직접 그려주거나 부모의 기준에 의해 답답한 마음에 조급하게 고쳐주게 되면 아이는 아무리 열심히 그려도 부모의 그림보다 잘 그릴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 표현에 소극적이 되고 발전에 한계가 생기며 미술에 흥미를 잃게 될 수 있으니 좋지 못한 방법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그림에 소질이 없다고 생각하여 섣불리 그려주지 않는 부모가 어쩌면 더 좋은 경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부모는 아이가 스스로 발견하여 표현한 이미지와 생각들에 함께 기뻐하며 진심으로 응원해 주며 자신감을 심어 주는 것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다. 아이가 그림에 왜 이런 색을 사용하였는지 무슨 의도로 그린 그림인지 때마다 일일이 따지는 것은 아이에게 부담감을 주어 자유로운 표현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 그 보다 그림을 그리기 전에 아이가 스스로 미리 생각하고 이미지에 대한 구상을 하도록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고 그 뒤에는 자유롭게 표현하도록 도와주고 기다려주는 게 좋은 방법이다. 아이들의 그림에는 어른들이 생각지도 못했던 아주 섬세한 표현들이 담겨 있는데 무심코 내던진 말 한 마디에 아이는 상처 받거나 좌절하는 경우도 있으니 열린 마음으로 아이의 눈높이에서 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아이에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줄까 고민하기 보다는 지금 이 시각 아이와 함께 어떤 재미난 일이 벌어질까 설레며 기대하면서 가벼운 마음으로 아이 스스로 호기심을 가지고 관찰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좋다.
“이거 틀리면 어쩌죠? 망치면 안 되잖아요” 그림을 그리기도 전에 걱정부터 늘어놓는 아이들이 의외로 많다. 그림을 그리는데 틀리고 망친 그림은 없다. 자신이 나타내고자 하는 내면을 솔직하게 끌어내는 과정이 중요한 것이다. 어른의 잣대에서 다소 벗어난다고 해서 바로 잡으려 하지 말고 아이 스스로 그려나가는 모습을 지켜봐 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물감이나 크레파스에 적혀있는 이름들 중에 ‘하늘색, 귤색, 살색, 밤색..’ 등등을 보자. 우리가 알고 있는 하늘색인 하늘은 언제일까. 비 오는 아침, 해가 쨍쨍 비치는 여름날, 노을 지는 저녁, 하얀 구름 떠가는 맑은 오후, 비바람 치는 날, 달빛 밝은 밤.. 우리의 하늘은 한 가지 색으로 단정 짓기엔 너무나 아름답다. 사과를 그릴 때면 늘 동그라미에 꼭지를 그리고 빨강색으로 칠하는 아이는 그 사과를 처음에 어디에서 누구에게 배웠을까. 나무의 모양에 한결같이 그려 넣는 나뭇잎의 모양은 또 어떠한가. 자동차의 모양은? 사람은 왜 모두 앞만 보고 서 있는 걸까?
이처럼 틀에 박힌 그림을 그리는 아이들은 처음엔 잘 그려보일진 모르겠으나 더 이상의 발전은 없다. 무지에서 시작하는 것이 낫지 나쁜 습관과 고정관념을 부수기란 정말 힘든 것이다. 주입식 교육이 낳은 고정관념이 얼마나 힘든 벽인가.
가장 좋은 미술도구는 우리에게 사계절 내내 아름답고 새로운 감성을 일깨우는 자연이다. 아이와 함께 꽃을 가꾸고, 하늘의 구름을 바라보고, 나무의 거친 질감을 느끼며, 흙을 만져보고 꼬물거리는 개미를 보면서 아이 스스로 관찰하고 몸으로 느끼고 그것을 자연스레 표현하고 그 안에서 행복을 찾고 자신을 키워가는 게 바람직한 모습이라 생각한다.
날으는 공작실 원장 김은정
선화예고 졸업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졸업
전 계원조형예술대학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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