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20주년 맞은 생활축구동호회 일심FC “일산신도시와 탄생부터 성장 함께 했죠”

지역내일 2013-04-07

창립 20주년 맞은 생활축구동호회 일심FC
“일산신도시와 탄생부터 성장 함께 했죠”


20년 전 일산신도시가 처음 들어섰을 무렵, 낯설고 물선 땅에 자리 잡으러 들어온 사람들은 마음 붙일 데가 필요했다. 신도시 여기저기서 새로운 동호회가 생겨날 때 일심FC도 문을 열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모이는 곳은 신일중학교 운동장이다. 화려한 우승 트로피는 없어도 따뜻한 정 하나로 빛나는 사람들. 형제보다 더한 우애로 끈끈하게 맺어진 일심FC 생활축구동호인들을 만났다.


사회초년생에게 세상을 알려준 곳
“1994년에 고향 여주 이천을 떠나 일산으로 오게 됐어요. 큰 도시에서 내가 적응할 수 있을까,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죠. 마침 매형이 부단장을 하던 일심FC에 가입했어요. 사업에서 겪는 대인관계, 유대관계, 고객을 대하는 올바른 자세를 배웠어요.”
일심FC 감독 한창열 씨의 말이다. 그는 고인이 된 초대 단장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책임을 다하기 위해 열심히 하는 모습, 나이가 많고 적음을 떠나 첫 마음으로 사람을 대하던 자세로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기 때문이다. 사회 초년생이던 젊은 청년은 일심FC를 통해 세상을 배우며 중년의 나이가 됐다. 낯설었던 신도시는 이제 한창열 씨에게 떠나고 싶지 않은 제 2의 고향이 되었다.


신일중 1기 졸업생도 함께 뛴다
일심FC는 1993년에 창립했다. 20년 전부터 지금까지 모임 장소는 신일중학교, 시간은 언제나 일요일 아침 7시다. 일심FC와 신일중학교는 각별한 사이다. 운동이 끝나면 회원들은 운동장 청소로 하루를 마무리 한다. 회원들의 자녀들을 비롯한 동네 아이들이 다닐 소중한 배움터이기 때문이다. 축구골대와 흙, 모래, 소금 등 학교 시설에 투자와 기증을 아끼지 않았고, 일심FC 장학금을 조성해 학생들을 응원했다.
신일중학교 학생들에게도 일심FC는 친숙한 이름이다. 신일중학교 1기 졸업생 이광희 씨도 중학생 시절에 축구하는 ‘일심 아저씨’들을 만났다.
“학교에서 친구들이랑 축구하는데 어린애들이 열심히 한다면서 같이 뛰자고 하셨어요. 당시 동호회에서 제일 어린 회원보다 제가 15살 어렸거든요. 아들 조카뻘인데 인간적으로 챙겨 주시니까 고마웠죠. 중3인 저한테 운동화 사주시고, 일요일 날 운동 끝나고 순대국 사주시니까 좋아서 나왔어요. 군대 갈 때는 용돈도 챙겨주시고 사회생활 하면서 힘든 일 겪을 때는 인맥을 동원해서 도움도 주셨어요. 16살 나이와 지금 34살에 느끼는 감정은 달라요. 어릴 때는 이기적이었다면 지금은 나도 희생을 해야겠다, 받은 만큼 나눠야 겠다고 생각해요.”


축구도 좋지만 사람은 더 좋아
이광희 씨의 이야기가 끝나자 옆에서 듣고 있던 원정찬 씨가 “혹시 광희 씨 회사 이름을 신문 기사에 써줄 수 있냐”고 물었다. 동생 하는 일에 도움을 주고 싶은 형의 마음, 딱 그거였다.
옛이야기에 나오는 우애 좋은 형제는 서로의 살림살이를 걱정하느라 밤새 달빛 아래서 볏단을 나르고 또 날랐다. 일심FC 사람들은 축구하러 모였지만 축구만을 위해 만나지는 않는다. 그들을 뭉치게 하는 것은 다름 아닌 끈끈한 정이다.
일요일 축구가 끝나면 전기밥솥에 밥을 짓고 따끈한 국을 배달시켜 한 끼를 나눠 먹는다. 추첨으로 경품을 받는 이벤트도 연다. 선물은 소소한 생활 용품들인데, 일요일 오전 축구회에 아빠와 남편을 뺏긴 가족들이 특히 좋아한단다. 한성복 씨는 “몸으로 부딪히고 땀 흘리는 격한 스포츠라 축구가 좋다. 일심FC는 끝나고 즐기는 것이 많아서 더 좋은 곳”이라고 자랑했다.
좋은 것은 가까운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법. 일심FC에는 알음알음 소개로 찾아온 회원들이 많다. 올해 회장을 맡고 있는 김원규 씨는 거래처에서 만난 지인 손에 끌려 반 강제로 가입했다. 다른 축구회에서 활동하고 있었지만 친근하게 대해주는 일심FC 사람들이 좋아 계속 나오기 시작한 게 벌써 7년째다. 김두철 씨도 “축구가 아니었으면 만날 수 없었던 형님들을 만나고 대인관계가 넓어져서 15년가량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20대부터 60대까지 형제처럼 뛴다
일심FC는 ‘누구나 봉사하는 모임, 축구로 행복을 느끼는 모임’을 지향한다. 축구를 통해 다양한 사람을 만나 우애를 쌓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실력은 다음 문제다. 그래서 친선 경기를 열 때 무리하게 외부 선수를 영입하지 않는다. 축구는 조금 못 하더라도 대회에 참가하고 싶은 열의가 있는 회원, 동호회 활동에 열심히 참여한 회원을 먼저 대회에 내보낸다. 지면 지는 대로 이기면 이기는 대로 즐겁다. 20대부터 60대까지 아우르는 동호회는 어찌 보면 대가족 같다. 막내부터 큰 형님까지 함께 뛰는 동네 축구회. 작지만 열정은 프리미어리그 못지않다.
“일요일 날 사람들은 기도하러 가잖아요. 저희는 축구하고 일심FC가 믿음이에요. 일요일을 기다리면서 살아요.” (이광희 씨)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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