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스타 윤영돈, 이근호 군의 행복한 일터
덕양구청 內 장애인 일자리 ''숨은커피찾기''
지난 3월 7일, 덕양구청 로비에 눈길을 끄는 카페가 들어섰다. 천장까지 맞닿은 나무아래 벤치, 그리고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서고가 있는 휴게 공간 바로 옆에 위치한 ''숨은커피찾기''가 바로 그곳. 카페공간은 18㎡로 아주 작지만 모던하고 심플한 외관이 여느 커피전문점 못지않다.
보기엔 평범한 카페, 하지만 사실 이곳은 조금 특별한 곳이다. 보건복지부와 한국장애인개발원이 함께하는 ''공공기관 연계 중증장애인 창업형 일자리 지원 사업''에 선정되어 문을 연 카페이기 때문이다. 카페운영을 맡고 있는 (사)경기도지적장애인복지협회 고양시지부(이하 지적협회 고양지부) 이나리 사무국장은 "처음 문을 열었을 때 매스컴에 ''꿈앤카페''로 보도됐는데 사실 그 이름은 장애인일자리 사업의 상표이고, 지적협회 고양지부 자체적으로 장애인이 아닌 직업인 바리스타가 만드는 커피라는 이미지 제고를 위해 결정한 상호가 숨은커피찾기"라고 한다.
<사진 왼쪽 윤영돈 군, 오른쪽 이근호 군>
-장애인이란 편견은 사양, 당당하게 숨겨진 능력 발휘하는 일터로 인정해주길
''숨은커피찾기''에는 매니저 박정애 씨와 바리스타 윤영돈, 이근호 군이 일하고 있다. 지적장애인인 윤 군과 이 군은 올해 각각 국제컨벤션고와 신일비지니스고를 졸업한 사회초년생. 이들은 경기도지적장애인복지협회 고양시지부에서 운영하는 ''어울림작업장''에서 바리스타 교육을 이수한 후 ''숨은커피찾기''의 당당한 직원이 됐다.
지적협회 고양지부는 지적장애인의 권익신장과 복지증진을 목적으로 지난 1997년 설립된 단체로, 지적 자폐성 장애인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어울림작업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나리 사무국장은 "두 사람 모두 중증 발달장애를 갖고 있지만 직업인으로 일자리를 갖기 위해 어울림작업장에서 바리스타 과정을 누구보다 열심히 배우고 기술을 익혔다"고 한다.
어울림작업장에서 바리스타 교육을 받은 장애인들은 많지만 그중에서도 윤영돈 군과 이근호 군이 ''숨은커피찾기''에 합류하게 된 것은 이들이 무엇보다 커피 만드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이 사무국장은 "장애인은 한 가지에 집착하고 몰두하는 특성이 있는데 두 친구는 바리스타에 딱 맞는다"고 웃는다. 먹는 것을 좋아하는 윤 군은 먹는 것을 만드는 것도 좋아해 커피를 만드는 이 일이 적성에 딱 맞는다고. 또 이 군은 냄새를 맡는 것을 좋아해 늘 커피 향을 맡을 수 있는 이 일이 무엇보다 행복하다고 한다.
이나리 사무국장은 "영돈 군은 바리스타 자격증을 탔고, 근호 군은 아직 자격증을 취득하지 못해 일과 후 공부를 계속하고 있다"고 전하면서 "장애인 바리스타라고 취득과정이 쉽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비장애인과 똑같은 과정과 시험을 거친다. 단 한 가지 필기시험이 어려운 장애인들을 위해 135시간의 교육을 이수하면 필기시험을 면제해주긴 하지만 오히려 긴 교육이수시간이 어려워 필기시험을 보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그렇게 똑같은 과정을 거치고 바리스타가 됐지만 사회의 편견은 여전하다. 카페가 문을 열면서 매스컴들은 ''장애인 카페''라는 것을 강조했고, 손님 중에는 "장애인이 만든 커피 맛 한번 볼까"라는 말을 하는 이들도 있다.
이들의 바람은 장애인 카페라는 동정의 시선이 아닌, 당당한 직업인으로 인정받고 싶다는 것이다. ''꿈앤''이란 상표 대신 브랜드 컨설팅을 통해 ''숨은커피찾기''란 카페 이름을 붙인 것도 그 때문이다. ''숨은커피찾기''에는 그동안 기회의 불균형으로 가려져 있던 지적장애인의 숨겨진 능력이 바리스타란 직업을 통해 발현되기를 바라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한다.
이 사무국장은 카페를 위해 시설투자도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했다고 한다. 지난 해 12월 킨텍스에서 열린 장애인바리스타대회를 통해 이 사무국장과 인연을 맺은 이효선 씨가 프로보노(전문적인 지식이나 서비스를 공익차원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것)활동을 선뜻 맡아준 것도 큰 힘이 됐다. 또 일반 커피전문점에서 보기 힘든, 바리스타챔피언십에서 사용하는 란실리오 3구머신 등도 갖췄다. 여기에 가격도 착해 아메리카노와 에스프레소는 1500원, 카페라떼는 2000원으로 즐길 수 있는 곳 ''숨은커피찾기''. 그곳에 가면 아직은 느리고 서툴지만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를 만들고 싶은 멋진 두 청년이 있다. 카페오픈시간은 월~금요일 오전 9시~오후 6시(장애인 바리스타는 오후 4시까지 근무)
이난숙 리포터 success6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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