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촌1동 주민자치센터, ‘서예’ 수업을 찾아서
“늦게 시작한 서예, 글씨 쓰는 재미에 시간가는 줄 몰라요”
평균수명이 길어진 덕분에 ‘인생이모작’이란 말이 실감나는 때다. ‘인생 후반기를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에 대한 관심이 높다. 나에게 맞는 취미 생활을 찾는 것은 행복을 더하는 방법 중 하나. 젊은 시절에는 관심 두지 않았던 분야가 한 살, 두 살 나이가 들며 새로운 매력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이를 생각으로만 그치지 않고 취미생활로 이어가며 소소한 행복을 찾는 이들이 있다. 뒤늦게 찾은 묵향기의 매력에 시간가는 줄 모르도록 붓글씨에 열중하고 있는 금촌1동 주민자치센터 서예수업을 찾아가 보았다.
김수정 리포터 whonice@naver.com
금촌1동 주민자치센터, 서예 수업 현장. 강의실 안은 조용했다. 수강생들은 붓 끝에 집중하며 천천히 글씨를 써 내려가고 있었다. 황숙자 강사는 자리를 옮겨가며 수강생들이 써 놓은 글씨를 보며 지도하고 있었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60~70대의 수강생들과 40대 중년의 수강생도 더러 눈에 띄었다. 이들 중에는 10년 이상 오래도록 서예를 써온 이들도 있고 배운지 몇 달 되지 않은 초보자도 있었다. 개개인의 수준별로 1대 1 지도가 이뤄지고 있었다.
-중년 이후의 나이, ‘서예’의 매력에 눈뜬 사람들
강의실에서 만난 이들 중에는 중년 이후의 나이에 새롭게 서예의 매력에 눈 뜬 이들이 많았다. 강의실에서 만난 민지현(75)씨는 네 댓 명의 남성수강생 중 한 명이다. 그는 젊었을 때부터 농사를 지어온 베테랑 농사꾼이다. 지금도 파주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 그런 그가 서예에 꽂히게 된 건 그의 나이 60세가 넘어서였다고 한다.
“어렸을 때 서예를 써 본 게 다였어요. 경로당에서 고스톱 치는 것보다 뭐 좋은 취미생활이 없을까 찾다가 서예에 재미를 들이게 됐어요. 뒤늦게 한 취미생활이지만 참 좋더라고요. 일단 잡념이 없어지고 마음이 안정되거든요. 또 여기서 같은 취미를 가진 친구들을 만날 수 있어 좋고요.”
늦은 나이에 서예를 시작했지만 그는 대외적으로 실력을 인정받은 실력파다. 몇 년 전 지역 내 율곡서예대전, 파주서예대전 등에서 특선을 수상한 바 있고 전국구의 서예대전에서도 다수의 수상을 했다. 그러나 그는 대외적인 인정보다는 묵묵히 오래도록 서예와 함께 하고픈 마음이 더 크다고 했다.
이 수업을 이끄는 황숙자 강사도 늦은 나이에 서예를 시작한 경우에 속한다. 처음 서예를 접한 건 53세의 나이였다고 한다. 그는 서예를 처음 접했던 날을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었다.
“우연히 인천 여성회관 강의실, 열린 문틈 사이로 사람들이 서예를 쓰고 있는 모습을 봤어요. 그 순간 ‘내가 왜 여태 이 좋은 걸 몰랐을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서예가 가슴에 확 와 닿더라고요. 그 날 이후로 다른 건 눈에 들어오지 않고 글씨만 눈앞에 계속 어른거렸어요. 그래서 당장 서예수업을 등록해 듣기 시작했지요.”
늦게 시작한 취미였지만 그의 서예에 대한 사랑과 열정은 컸다. 늘 집안 곳곳에 화선지를 쌓아놓고 붓을 가까이 하며 글씨 쓰는 시간을 즐겼다. 그렇게 20여 년을 보낸 지금, 그는 자신이 사랑하는 서예를 다른 이들에게 가르치며 인생 후반기를 활기차게 보내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니 가르치는 일을 하면서 힘든 줄을 모르겠고 마음이 즐거워요. 또 가족들도 많이 좋아하고요. 아들이 학교에서 가르치는 일을 하는데 제 작품을 그곳 연구실에 걸어 놓으니 다른 동료들이 많이 부러워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럴 때 참 마음이 뿌듯하고 좋아요”
-옛 성현들의 글을 보며 마음이 겸손해져요
김영자(65)씨는 3년째 서예를 배우고 있다. 정적으로 가만히 앉아서 무언가를 하는 것이 취미에 맞아 배우기 시작했다고 한다.
“묵 향기를 맡으며 성현들의 글씨를 쓰다보면 마음이 겸손해져요. 또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고요. 글씨가 잘 써지는 날엔 글씨 하나하나 쓰는 것이 재미있어요. 글씨 중에서도 잘 써진 글씨를 보면 마음이 뿌듯하죠. 흑백의 단아한 매력이 서예의 매력인 것 같아요.”
라마용(63)씨는 2년째 서예를 배우고 있다. 요새 그는 천자문을 보고 그대로 쓰는 것을 연습하고 있다. 라씨는 “서예가 정서적인 안정을 주고 치매예방에도 좋을 것 같아 배우고 있다”며 “아직은 서툴지만 계속 노력해 오랜 취미생활로 이어가고 싶다”고 전했다.
금촌1동 ‘서예’ 수업에서는 한글과 한문의 다양한 서체를 서예로 쓰는 법을 배운다. 처음 몇 달간은 붓 잡는 법이나 태도, 기본 획 등을 배우고 그 이후에는 법첩, 즉 옛 사람들의 유명한 글씨들을 담은 책을 보고 똑같이 쓰는 임서를 한다. 개개인의 역량에 따라 진도는 다르다.
새로움을 꽃피우는 봄, 평소 도전해보고 싶었던, 혹은 도전해보지 못했던 취미생활이 있다면 시작해보자. ‘이 나이에 뭘 또...’라는 생각은 접어두고 미지의 개쳑지를 발굴해보자. 뒤늦게 시작한 취미생활이 오랜 벗이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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