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깊이를 찾아가는 인문학, 그 즐거움에 빠지다!!
인문학 공부모임 ‘두근두근 인문학당’
인문학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불과 몇 년 사이 인문학 미풍은 열풍으로 거세지고 있는 느낌이다. 곳곳에서 인문학 강좌가 열리고 관련서적도 붐을 이룬다. 그런 인문학 바람이 불기 훨씬 전부터 조용하고 실속 있게 인문학을 공부하는 모임이 있다.
‘두근두근 인문학당’(이하 인문학당)이 바로 그곳. 인문학당이라고는 하지만 거창한 조직이나 시설이 있는 건 아니다. 파주지역 출신 이덕완 시인의 지도로 파주 교하 문발동에 있는 공방카페 ‘목요일’의 작은 교실을 빌려 인문학을 공부하는 모임이다. 인문학당이 시작한 지는 1년이 조금 넘었지만, 사실 그 뿌리는 깊다. 파주시교육문화회관에서 10년 동안 문예창작과 문화기행을 강의하던 이덕완 시인이 강의를 마무리하자 이를 아쉬워하던 이들이 모여 지난해부터 새롭게 인문학 강좌를 갖게 된 것이 ‘두근두근 인문학당’이다. 인문학당은 월요반(매주 월요일 오후 7시~9시)과 수요반(매주 수요일 오전 10시~12시)으로 진행되고 있다.
-인문학의 메카였던 파주, 그 자부심으로 알차게 인문학운동을 실천하는 모임
파주 출신 이덕완 시인은 지역사랑이 남다르다. 10년 전 파주시교육문화회관에서 시작한 인문학 강좌 외에도 2010년 시작한 독서토론 모임 ‘책파세’(책 읽는 파주세상)와 ‘문화기행’ 등 공부모임을 이끌고 있는 것도 이런 애정 때문이다. 인문학당 회원 정성호 씨는 “사실 교수님의 강좌는 재능기부에 가깝다. 파주시교육문화회관에서 자리를 옮겨 도서관에서 공부할 때는 무료로 몇 년씩 강의를 해주셨고, 인문학당이나 책파세, 문화기행 강좌도 거의 봉사에 가깝다”고 한다.
이덕완 시인은 “파주는 조선시대부터 인문학의 메카였다. 영남학파와 쌍벽을 이루는 기호학파가 파주에서 일어났기 때문이다. 율곡 이이, 우계 성혼, 고봉 송익필 등 3명의 성리학자들은 각각 파주의 율곡리, 쇠꼴마을, 심학산에 터를 잡고 교류하며 기호학파를 이뤄냈다. 이들 외에도 송강 정철과 심의겸을 더해 소위 파주 5인방이 있고, 송익필의 후학으로 김장생과 송시열을 덧붙인다면 파주의 인문학적 지평은 그 크기를 가늠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지금 파주는 분단의 현장이자 우울한 접경지대로 전락한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작은 힘이나마 강좌를 통해 파주의 인문학적 배경을 되살리는 물꼬를 트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런 인문학의 발생지 파주에서 알차게 인문학운동을 실천하고 있는 모임이 ‘두근두근 인문학당’이다.
-함께 공감하고 깨우치니 세상이 읽힌다
지난 월요일 늦은 오후, 공방카페 ‘목요일’에 월요반 회원들이 모였다. 월요반 회원은 정성호, 강송민, 최은정, 이재인, 인도연, 한정순, 이상란 씨 등 40~50대 주부 7명과 청일점 박병조 씨까지 모두 8명. 그런데 이들이 꺼내든 교재가 심상치(?) 않다. 20세기 지성 ‘자크 바전’이 들려주는 서양 문화사 500년을 담은 「새벽에서 황혼까지」. 교재만 봐도 그동안 그들이 쌓아온 인문학 내공이 느껴진다.
“책 두께만 보면 굉장히 어렵겠다 생각이 들겠지만 이 교수님이 이해하기 쉽게 풀어주시기 때문에 재미있게 인문학을 공부하고 있어요. 인문학을 공부하면서 상식이 넓어지고 삶이 풍부해졌다고 할까. 인문학을 공부하면서 이전에 간과하고 넘어갔던 것들을 다시 되짚어보게 되고 나 자신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강송민 씨)
“인문학당에 합류한 지 2달 정도 밖에 되지 않아 인문학이 어떻다 말하긴 좀 그렇습니다. 왜 인문학이었을까? 글쎄요.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자기 전공 분야 한 가지에만 집중되지 않습니까. 그러다보니 그동안 세상을 보는 시각도 편향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삶의 균형을 위해서는 다른 분야의 공부를 해야 되겠다 싶던 차에 처제(최은정 씨)가 이 교수님이 문화사 관련 강의를 하신다고 해서 듣게 됐는데 듣길 잘했다 싶습니다. 혼자 읽으면 미처 깨닫지 못하는 행간에 있는 해석까지 교수님이 해주셔서 다른 분야를 해석하는데도 도움을 얻고 있습니다.” (박병조 씨)
“책을 읽다보면 인간이 어떻게 발전되어 왔는지 알게 되고 또 나 자신도 그렇게 변화되어 왔구나 하는 걸 깨닫게 된다고 할까요.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서양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는 요즘, 그 문화의 뿌리가 이곳에서 유래됐구나 하는 것도 알게 되고...인문학은 자기를 돌아볼 수 있는 공부라고 생각해요.” (최은정 씨)
“저는 공부라기보다 교수님의 강의를 몇 년 째 듣고 있는데 이전보다 마음이 풍요로워졌어요.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듯이, 배운 만큼 보인다고 할까. 나이 들어도 나태하거나 녹슬지 않고 자기계발을 위해서 꼭 필요한 공부라고 생각해요.” (한정순 씨)
“인문학은 문학 역사 철학 뿐 아니라 과학 예술 건축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공부라 삶의 모든 이치가 인문학 속에 포함되어 있는 것 같아요. 모임이 아니면 이런 책을 읽겠다는 생각조차 못했을텐데 함께 읽으니 시너지효과가 있어요. 아이들도 엄마가 이런 책을 읽어 하면서도 엄마를 다시 보는 것 같고요.” (정성호 씨)
“시작한 지 이제 4~5개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점점 빠져들고 있습니다.(웃음) 인문학 강의를 듣고 싶었는데 좋은 강의를 만나게 되어 행복한 마음으로 참여하고 있어요.” (인도연 씨)
“평소 관심이 많았지만 혼자하게 되면 체계가 없잖아요. 인문학당을 통해 세상을 보는 안목이 높아졌고 생활의 활력소를 얻었어요. 모임을 통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정신적 사치도 누릴 수 있어 좋아요.”(이재인 씨)
“이전부터 모임은 알고 있었지만 친구 따라 오늘 처음 오게 됐어요. 그동안 열심히 잘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지난 연말 문득 일 년 동안 책 한 권 읽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면서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다고 느껴졌어요. 이제부터 다시 책도 읽고 공부도 시작해보려고요.” (이혜숙 씨)
인문학의 ‘깊이’에 대해 논하려면 훨씬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하지만 함께 공감하고 깨우치니 세상이 조금씩 읽힌다는 회원들. 앞으로 파주시를 대표하는 따뜻한 인문학 모임을 만드는 것이 희망사항이라고 한다.
이난숙 리포터 success6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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