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중학교 그림책 읽기 동아리 ‘해픽’
“그림책으로 우리들 마음을 들여다봐요”
책은 힘이 세다. 그림책은 더욱 강렬하다. 그림책을 읽다보면 쉽게 마음을 열고, 눈을 맞출 수 있어 좋다. 슬프거나 기쁜 일을 거침없이 쏟아내는 풍부한 감정도 만날 수 있다. 때론 마음 속 아이와 만나 위로를 받고, 그 아이를 통해 나를 이해하기도 한다.
한빛중학교에도 그림책을 읽으며, 성장하는 학생들이 있다. 그들은 그림책 읽기 동아리 ‘해픽’이다. 해픽을 이끌고 있는 주종훈 지도교사는 “좋은 책 한권은 인생을 바꿔 놀 수 있다”며, “해픽은 그림책을 매개로 자신과 친구들의 마음을 읽고, 이해하는 동아리”라고 말한다. 나아가 “또래 상담을 통해 학생중심의 학교문화를 만드는 데 앞장서고 있다”고 말한다.
한빛중학교의 그림책 읽기 동아리 ‘해픽’을 소개한다.
행복한 그림책 친구들 ‘해픽’
금요일 오후, 한빛중학교의 상담실에 학생들이 모여 있다. 그들은 한빛중학교의 그림책 읽기 동아리 해픽(Hapic : Happy Picturebook Friends)이다. 해픽은 올해 만들어진 신생 동아리지만 많은 이의 기대를 받고 있다. 해픽의 주종훈 지도교사는 “해픽은 그림책을 통해 자기를 돌아보고, 자기감정을 읽는 연습을 한다”며, “이후에는 다른 사람의 감정을 들어주고, 적당한 말로 표현한다”고 말한다.
해픽은 매주 주제에 맞는 그림책을 선별해 읽고, 주인공의 마음을 들여다본다.
오늘의 주제는 ‘흑인’이다. “1964년 여름, 엄마가 수 놓은 길, 일어나요 로자, 자유의 길, 네 권의 동화책이 있어요. 느낌이나 생각나는 게 있으면 말해 봐요.”
“흑인, 노예, 차별, 우리 안의 다문화요.” 진지한 분위기 속에 학생들의 대답이 쏟아졌다.
“텍스트 없이 그림에 빠져서 읽어도 좋아요. 그림책을 분석하려고 하지 말고 느끼면서 읽으세요. 그림책은 생각이 아니라 감정을 나누는 거거든요. 하루에 한권만 읽는 게 좋아요.”
해픽은 효율적인 활동을 위해 방과후 학교와 연계하고 있다. 또, 그림책 원화전 관람, 그림책 전문 출판사 견학, 그림책 작가와의 만남을 계획하고 있다.
그림책을 사랑하는 수학선생님
해픽은 주종훈 교사가 만들었다. 주종훈 교사는 수학을 담당하고 있지만, 누구보다 그림책을 좋아한다. 그는 상담공부를 하다가 독서치료를 만났고, ‘2012년 경기도 NTTP 연구년’을 거치며, 그림책과 연을 맺었다고 한다.
“빨간 늑대라는 그림책을 읽다가 2,3분 정도 멈춰 있었어요. 뭉클하면서도 아주 강렬했죠. 빨간 늑대를 의미 있게 만난 이후 그런 경험들이 쌓였어요. 그렇게 그림책을 500권도 넘게 샀어요.”
그는 청소년상담치료사, 독서치료사 등의 자격과 한국독서치료학회의 독서치료전문가 과정도 이수했다. 그림책 심리학에서 심리 치유를 경험하기도 했다.
“그림책은 접근이 쉬워요. 짧은 시간에 감정과 사고의 핵심으로 들어갈 수 있죠.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해도 자연스럽게 잠재의식이 드러나 문제에 직면할 수 있어요.”
내 마음 들여다보기
해픽의 단원이 되면 그림책과 친구가 된다. 그들은 다양한 주제의 그림책을 만나면서 특별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그림책을 찾는다. 그것을 ‘첫 그림책’이라 부른다.
김유현 학생(3학년 5반)은 ‘유치원에 간 데이빗’을 첫 그림책으로 꼽았다.
“제가 반장이라는 이유로 친구들에게 소리치는 일이 많았어요. 항상 딜레마였거든요. 나는 데이빗에 더 가까운데 선생님처럼 ‘안돼!’라고 소리치는 제 모습이 떠올랐어요. 그림책 속 주인공에게 나를 투영해 스스로 치유되는 거 같았어요.”
사진작가가 꿈이라는 박소이 학생(3학년 2반)은 ‘마음이 아플까봐’가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친구들과 함께 공감하고, 느끼며 읽어서인지 가장 인상 깊었어요. 제 마음을 울렸다고 할까요. 이유 없이 힘든 시간들이 있었는데, 이 책을 읽고서 마음이 후련해 졌어요. 저도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그런 사진을 찍고 싶어요.”
이혜지 학생(3학년 4반)은 그림책 ‘점’이 감동적이었다.
“점 하나가 예술이 될 수 있는 게 신기했어요. 그림을 못 그리더라도 자신감을 가진다면 멋진 그림을 완성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거든요.”
학교 또래 상담사로 나서
해픽의 활동은 교내 또래상담과 연계된다. 단원 대다수가 또래중조에서 활동하며, 상담가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그림책을 매개로 서로를 이해하고,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도와주기 때문에 학교폭력 예방에도 탁월하다.
평소 친구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준다는 김유현 학생은 심리상담가가 꿈이다.
“그림책에는 사람의 마음을 쓰다듬는 특별함이 있어요. 다른 책보다 마음을 들여다보고 치유하기가 쉬운 거 같아요.”
또래상담을 하고 있는 이혜지 학생(3학년 4반)은 “그림책을 읽으며, 학교생활의 활력을 찾았다”며, “편안하고 여유로운 해픽처럼 친구들에게도 이런 마음의 여유를 나눠주고 싶다”고 한다. 이그린 학생(3학년 4반)과 성유림 학생(3학년 3반)은 해픽 활동을 통해 상담가로서의 진로에 확신이 생겼다.
김희선 학생(3학년 2반)은 “해픽은 친구들의 마음을 읽어주는 아주 뜻 깊은 경험”이라며, “나중에도 강렬한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고 한다.
이남숙 리포터 nabisu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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