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페학교, 사랑과 신뢰가 정답이 아니라구요?

지역내일 2013-06-07

 학원 강사로 지내던 시절. 아이들은 학원 교무실로 찾아서와 수업 전에 조잘조잘 이야기를 꺼내곤 했습니다. 연예인 얘기부터 친구 얘기, 자연스럽게 이야기의 화제는 ‘학교’와 ‘교사’의 이야기로 이어지지요. 그러나 대부분의 이야기들은 부정적이고, 냉소적입니다. 좋은 선생님 이야기와 행복한 학교 이야기는 아이들의 입에서 잘 나오지 않습니다. 학원의 ‘강사’로 지내면서 학교의 ‘교사’가 되고 싶었던 저는 늘 씁쓸한 마음으로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어야만 했습니다. 
  
학교 교사가 되어 꿈을 이루어 가던 시절. 교무실에서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또 자연스레 아이들에 대해 이야기기 하게 되곤 했습니다. 그런데 역시 대부분의 이야기들은 부정적이고 냉소적입니다. 아이들과 마주치기 싫어서 대중 교통을 이용하고 싶지 않다는 선생님, 교무실에 아이들이 너무 자주 들락거린다는 선생님, 도대체 요즘 아이들은 버르장머리가 없다는 선생님의 말씀들을 ‘교사’라는 꿈을 이루어가던 저는 또 씁쓸한 마음으로 듣고 있어야만 했습니다. 
  
아이들이 선생님을 신뢰하지 않는 학교. 선생님이 학생들을 사랑하지 않는 학교. 수 십 명의 교사들과 수 백 명의 아이들은 서로 신뢰하지도,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왜 수백 일을 학교라는 같은 장소에서 지내야만 하는 걸까요? 왜 우리들은 인생의 황금기라는 청소년 시절을 그렇게 지내야만 하는 걸까요? 공부로 인한 스트레스와 성장하기 위한 고통은 꼭 필요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힘든 것은 그것 때문만이 아니지요. 공부하고 성장하기 위한 아픔과 고통이 있더라도 넉넉한 마음으로 그것을 이겨내고, 교사와 학생이 함께 행복하게 살아갈 수만 있다면 학창 시절을 이렇게까지 힘들어하는 학생들이 많지는 않을 것입니다. 
  
불행한 학생들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겠다며 얼마 전 이슈가 되었던 학생인권조례나 체벌의 문제도 어쩌면 본질은 무시하고 그저 보이는 현상에만 집중하는 해결책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체벌은 긍정적인 면도 있고, 부정적인 면도 있기 때문입니다. 체벌은 바람직한 교육 방법이냐, 체벌은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하느냐는 문제는 중요한 논점이지만, 체벌 없이도 학생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교사가 있고, 체벌을 하면서도 학생들의 삶을 변화시키고 행복하게 만드는 교사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학생과 교사의 관계. 학생이 교사를 신뢰하고 있다면, 교사가 학생을 사랑하고 있다면, 그 교사가 내리는 체벌은 학생을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교육’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것입니다. 물론 체벌하지 않고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교육’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교사들의 가치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것입니다. 원칙과 규칙을 세워서 체벌의 정도를 정하고, 체벌에 사용되는 막대기의 크기를 정한다고 해서 바람직한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학생들은 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그래도 학창 시절이 좋았노라고 회상하고, 스승의날 학교 선생님들을 찾아 다니는 아름다운 모습을 지니고 있습니다. 학창 시절을 건강하게 이겨내고 ‘무사히’ 졸업하는 이런 아이들을 보면 우리가 교육 현실을 너무 비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아무 문제없이 학교를 ‘무사히’ 졸업하지 못하고, 불행한 학창 시절을 혼자 아파하는 청소년들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런 학생들을 포기하는 교사와 학교들도 갈수록 많아지고 있습니다. 병은 갈수록 깊어지고 더 이상 회복되기 어려운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사랑과 신뢰! 그것이 정답이 아니라면 우리는 어디에서 그 답을 찾아야만 하는 것일까요? 교사와 학생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사랑과 신뢰의 관계를 형성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큰 수술을 감행하더라도 우리의 교육 현장은 건강해질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부천아가페학교 
김병철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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