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 후 교실을 찾아서- 동패초등학교 토요 방과 후 교실 사물놀이반
“덩덩 더 쿵덕~ 흥겨운 우리 가락 소리가 좋아요”
우리 가락은 화려한 꾸밈없이도 어깨를 들썩이게 만드는 신기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란한 기계음이 첨가되지 않더라도 우리네 삶의 희. 로. 애. 락을 자연스럽고 풍부하게 담아내는 것이 국악의 묘미입니다. 여기, 고사리 손으로 장구를 치고 북을 두드리며 이런 우리 가락에 푹 빠진 친구들이 있습니다. 바로 파주 동패초등학교 방과 후 교실 사물놀이반 친구들입니다.
“우리 전통 문화를 배우면 마음이 흐뭇해요"
토요일 오전. 동패초등학교 음악실은 흥겨운 사물놀이 소리가 가득했다. 방과 후 교실 사물놀이반 친구들이 저마다 장구와 북을 들고 신명나는 연주에 빠져있었다.
“자~저번 시간에 배운 사설을 한번 해볼게요”
“네~ 하늘~보고 별을 따고, 땅~을 보고 농사짓고~”
교사의 알림에 채를 두드리고, 목청껏 소리를 내는 친구들. 더운 날씨에 구슬땀이 이마에 송골송골 맺히지만,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 대견하다.
“자, 첫 글자에 힘을 줘보세요. 리듬감이 살겠죠”
“하!늘보고 별을 따고, 땅!을 보고 농사짓고~”
반복되는 연습에도 친구들의 소리는 결코 작아지는 법이 없다.
서양 음악 관련한 방과 후 교실도 많은데, 이 친구들이 ‘사물놀이’반을 꾸준히 찾는 이유는 바로 우리 소리를 좋아하게 됐기 때문이란다. 원래 음악을 좋아해 방과 후 교실 오카리나 수업에도 참여한다는 정지훈 (6학년)군은 “악기 연주를 좋아해요. 장구를 두드리면 마음속까지 둥둥 울리는 느낌이 좋아요.”라고 이야기한다. 얼마나 장구 연습을 했는지, 손가락엔 굳은살도 영광의 상처처럼 박혔다. 덕분에 학교 수행평가에서도 거의 만점을 받을 수 있었다고 어깨를 으쓱거리는 지훈 군이다.
3학년 이정민 학생은 “제가 옛 소리를 부를 수 있다는 게 신기해요. 처음엔 힘들기도 하고, 따라 하기도 어려웠지만 지금은 너무나 재미있는 시간이에요. 실컷 연주를 하고 나면 기분도 좋아지고요”라고 소감을 전했다.
또래 정지민 학생도 “우리나라의 전통을 배우고 익힌 다는 게 뿌듯해요”라고 덧붙였다.
화려한 댄스와 연주가 없이도 마음을 다해 내는 이들 친구들의 정겨운 가락은 어느 명창 못지않다.
친구, 선배 후배들과 함께 해서 더욱 좋은 시간
혼자가 아니고, ‘함께 내는 소리’이기에 더욱 신나는 사물놀이 시간이다. 익숙지 않은 국악기들을 다루기에, 어렵기도 하지만, 든든한 친구들과 선배, 후배들이 있어 배움의 시간이 유쾌하기만 하다고 친구들은 이야기한다. 3학년 황혜원 학생은 “처음에는 힘들었어요. 하지만 친구들과 함께 배우다보니, 오히려 다른 것을 배울 때보다 재미가 있어요. 사물놀이 반이 매우 기다려져요”라고 했다.
처음 시작할 때 서로를 알지 못해 머쓱했던 시간도 잠시. 어느새 같은 소리를 내고, 같은 무대를 완성해가며 ‘하나 됨’을 알아가는 동패초등학교 사물놀이반 친구들이다.
인내심과 배려심 등 인성 교육에도 좋아
토요 방과 후 교실 ‘사물놀이’반은 1~6학년 12명의 학생들이 참여를 하고 있다. 요즘엔 가을에 개최될 학교 페스티벌 공연을 열심히 준비하며, ‘영남 가락’을 배우고 있다. 1학기엔 장구와 북을 익히고, 이어 징과 꽹과리 연습에 들어가 작품을 완성할 계획이다.
사물놀이 반 담당 이수경 강사는 단순히 공연 준비가 아니라, 수업을 통해 아이들이 얻을 수 있는 게 많다며 사물놀이의 교육적 효과를 설명했다.
“사물놀이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네 개 악기가 한데 어우러져야하죠. 그만큼 상대방과의 호흡이 중요합니다. 이를 통해 아이들이 남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줄 알고,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이 커지게 되죠”
또한 국악의 특성 상 오랜 시간 앉아서 연주해야 하는 무대가 많기에, 인내심과 참을성 또한 자연히 기를 수 있다. 이수경 교사는 “한시도 자리에 앉아 있기 힘들어했던 천방지축 친구가 사물놀이를 접하고선, 점차 차분해지고 인내하며 끝까지 연주하려는 자세를 가지게 됐다”고 덧붙였다.
전통문화에 대한 학습이 자연스럽고 친근하게 이루어진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며 수업에 참여함으로써 우리 소리가 지루하고, 어려울 것이라는 선입견을 떨치고, 재미있고 신나는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오늘도 장구와 북, 꽹과리, 징을 들고 한데 어우러져 소리를 내고 있을 친구들. 우리네 전통문화가 점차 설자리를 잃어가는 아쉬운 이때, 이 친구들의 우리 가락 사랑이 있어 조금은 든든해진다.
남지연리포터 lamanua@naver.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