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입니다. 동화CD가 있고, 부모들이 동화책을 읽어주기도 하지만 이야기의 백미라면 역시 할머니가 들려주는 옛이야기가 아닐까요. 어릴 적 할머니 무릎을 베고 듣던 옛날이야기, 참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할머니 스토리텔러들이 요즘 인기라고 합니다. 오늘은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과 소통하며 인성교육을 펼치는 아름다운 이야기 할머니들을 만나보겠습니다.
유석인 리포터 indy0206@naver.com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통한 인성교육
“옛날 어느 깊은 산골에 할아버지 한 분이 혼자서 외롭게 살고 있었어요. 할아버지는 혼자 사는 것이 외로워 강아지를 한 마리 키우기로 했지요.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가진 강아지 한 마리를 얻어다가 ‘덕구’라는 이름을 지어주었어요. 덕구는 할아버지가 들에 나가 일을 할 때도 산에 나무를 하러 갈 때도 늘 할아버지를 따라 다녔답니다...”
고화영(74세) 어르신이 ‘주인을 구한 강아지’라는 이야기를 들려주자 어린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반짝인다. 행여나 이야기를 놓칠까 할머니 곁에 바짝 붙어 앉는다. 어르신의 목소리는 때론 멍멍 짖는 강아지 소리로, 때론 굵은 할아버지의 근엄한 목소리로 시시각각 변한다. 아이들은 귀를 쫑긋 세우고 이야기에 깊이 빠져든다. 어르신은 “아이들이 동그란 눈망울로 진지하게 쳐다볼 때 뭔가 통하는 느낌이 들어 기분이 좋다”고 웃었다. 그는 국학연구 및 전통문화 계승 사업을 담당하는 한국국학진흥원에서 운영 중인 ‘아름다운 이야기할머니’ 중 한 명이다.
‘이야기 할머니’ 사업은 유아들에게 전통문화를 전달하고 인성교육을 강화하고자 2009년 시범 운영을 거쳐 현재 전국에서 시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면접으로 선발된 할머니들이 교육을 받고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찾아가 아이들에게 전래동화 등을 들려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현재 917명의 이야기할머니가 전국 2700여개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활동하고 있다. 2013년도 5기 선발 땐 720명 모집에 2700여명이 몰려 4대1에 가까운 경쟁률을 보였다. 선발된 할머니들은 7개월간의 양성교육을 거쳐 활동을 시작한다. 현장의 반응은 뜨겁다. 이야기할머니 파견을 신청했다가 떨어지는 유치원이 나올 정도다. 한 유치원 원장은 “할머니가 오시는 날이면 아이들이 아침부터 ‘할머니 언제 오세요?’라고 묻는 등 할머니를 잘 따른다”면서 “학부모들의 만족도도 높다”고 전했다. 이야기할머니들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활동을 계속하고 싶다”고 입을 모은다. 차옥자(68세) 할머니는 “아이들의 맑은 얼굴을 보고 있으면 행복하다. 이야기가 끝난 뒤 아이들이 다가와 할머니 잘 들었다고 말해 줄 때 기쁘고 신이 난다”고 말했다.
1세대와 3세대를 연결해주는 이야기 할머니
‘이야기 할머니’의 옛날이야기를 통해 어르신들과 유치원 아이들은 대화하고 소통한다. 아름다운 옛 풍속이 사라지고 있는 지금, 이야기 할머니들은 사라져가는 구전문학의 전통을 계승한다는 보람과 긍지로 일하고 있다. 15분간의 이야기 속에 가족애와 우정, 권선징악, 효 등 교훈을 담아야 하기 때문에 수많은 연습과 시행착오를 겪는다. 특히 7개월간의 전문 양성교육과정도 어르신들에겐 힘든 코스다. 하지만 대부분의 ‘이야기 할머니’들은 아이들과 대화하며 제2의 인생을 살게 됐다고 털어놓는다. 그들은 “사라져가는 전통문화와 우리 것을 이해하는 매개체로 이야기만한 게 없다”고 말한다. 어르신들의 이야기에는 지혜와 사랑이 담뿍 담겨 있다. 한영희 할머니(75세)는 “언제부터인가 아이들에게 할머니는 구식이고 뭐든지 잘 모르는 사람이 됐다”면서 “할머니는 재밌고 멋있고 좋은 사람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옥희 할머니(68세)는 “새롭게 이야기책을 읽고 인성교육지도를 배우면서 다시 동심으로 돌아가는 것 같아 즐겁다”며 “나이를 먹어서도 사회와 아이들을 위해 무엇인가 할 일이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며 수줍게 웃었다.
‘아름다운 이야기 할머니’는 구수한 할머니의 입담이 사라지고 있는 시대에 옛이야기와 미담을 아이들에게 직접 들려주며 미래세대의 인성함양과 전통문화의 세대간 전승을 돕고 있었다. 할머니가 들려주는 옛날이야기는 예나 지금이나 아이들에 인기가 좋다. 테마가 있는 전래동화 속에서 체험도 할 수 있어 재미를 더한다. 아름다운 이야기 할머니들이 1,3세대를 이어주는 튼튼한 소통의 다리를 놓아주기를 기대해 본다.
이옥규 이야기할머니(일산4기 60세)
“촬영한 제 모습을 보면서 정성껏 이야기를 준비해요”
한 주 동안 정성껏 이야기를 준비합니다. 노트에 손으로 다 쓰고, 촬영한 제 모습을 보면서 부족한 부분이 없는지 점검합니다. 가족들 앞에서는 떨리는데 아이들 앞에 서면 오히려 힘이 납니다. 책을 읽고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제 스스로가 치유를 받았습니다. 매주 아이들 만날 날이 기다려집니다.
이영현 이야기 할머니(일산3기 68세)
“새싹들에게 매주 물을 주는 마음이랍니다”
성당봉사를 하면서 아이들에게 상처가 많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런 아이들의 아픔을 어루만져주고 싶어 이야기 할머니가 됐습니다.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 고민을 들어주고 칭찬도 많이 합니다. 새싹에 물을 주는 심경으로 매주 아이들을 만나러 갑니다. 아이들이 큰 그릇으로 자라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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