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맛을 지켜온 오래된 식당 이야기

고향집 같은 그 곳, ‘그 집’ 아직 있네!

지역내일 2013-10-25

역사 속 서민들이 고단한 일상에서 한 끼 식사를 해결하던 곳은 어디였을까요. 5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고양을 지켜온 서민들의 맛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았습니다. 고층아파트와 화려한 빌딩 숲을 지나 골목으로 들어서니 옛 사람들의 웃음과 노랫가락이 들리는 듯합니다. 오래된 식당은 고향의 그리운 향수를 자극합니다.
유석인 리포터 indy0206@naver.com


◆ 50년 전통 ‘지리산 어탕국수’
옛날 시골서 먹던 어머니의 손맛을 느낄 수 있는 곳



자전거족들이 한 번쯤은 거쳐 가는 행주산성. 신흥국수타운이라 불릴 정도로 많은 국수집이 늘어선 가운데 오랜 세월 배고픈 이들의 속을 든든히 채워준 곳이 있다. 지리산 어탕국수집이 바로 그 곳. 50년이란 긴 세월동안 할머니 손맛을 자랑해온 ‘어탕국수’ 는 원래 경남 함양과 산청에서 즐겨먹던 음식이다.
“별거 없어. 그냥 예전 시골에서 먹던 대로 해본거야. 민물고기로 끓이다 보니 그때그때 재료가 달라져. 어떤 날은 숭어를, 어떤 날은 미꾸라지를 넣지. 붕어를 넣을 때도 있어.” 이제는 일선에서 물러나신 주인장 할머니는 함양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아들을 따라 행주에 정착했고, 행주 근처 한강, 임진강에서 잡아 올리는 민물고기를 보고 어탕국수를 시작했다.
만드는 방법은 우선 싱싱한 민물고기를 푹 삶는다. 뽀얗게 우러난 생선 국물에 뼈를 발라내 살을 잘게 부순 고기와 국수를 넣고 한 번 더 삶는다. 이때 고추장으로 간을 하는데 이렇게 하면 얼큰하면서도 생선 특유의 비린내를 없앨 수 있다. 여기에 파 호박 깻잎 등 계절 채소를 넣는다. 싱싱한 얼갈이를 넣는 것도 지리산 어탕국수만의 특징. 할머니의 손맛을 요즘 세대 입맛에 맞도록 변화를 준 것은 며느리 최정연씨의 솜씨다. 최씨는 “음식은 변화하게 마련이다. 아무리 예전 맛이 깊다고 하더라도 재료가 바뀐 이상 요즘 젊은이 입맛에 맞는 방법을 택하는 게 맛있지 않겠느냐”라고 말한다. 불그스름한 갈색국물은 고춧가루를 넣어 끓였기 때문. 미꾸라지가 많이 들어갈 때는 짙은 갈색을 띤다. 그날 잡은 물고기가 떨어지면 장사도 끝이다. 자전거방이 따로 있어 자전거족에겐 편리하지만 운전자들을 위한 주차 공간이 부족한 것은 아쉽다. 아침 일찍부터 연중무휴로 운영한다.



메뉴 어탕국수, 어탕, 만두
영업시간 오전 8시~오후 9시
위치 고양시 덕양구 행주내동 105-3
문의 031-972-6736





◆ 40년을 지켜온 맛 ‘보배집 육개장’
얼큰한 원조육개장의 진한 맛을 볼 수 있는 곳



파주 금촌동의 좁은 골목길, 허름한 시장 건물 한 귀퉁이에 간판조차 찾기 힘든 집. 하지만 낡은 계단에 올라서 오래된 샷시 문을 열고 들어서면 마음이 포근해진다. 1972년 개업해서 한 자리에서 육개장을 맛깔나게 끓여내는 보배집이다. 40년 동안 파주를 지키며 2대째 그 맛을 이어오고 있는 이 곳의 육개장은 국물 맛이 남다르다. 양지와 사태를 우려낸 국물에 대파와 고기를 듬뿍 넣어 얼큰하면서도 깊은 맛을 내는 것이 특징. 고사리에 당면, 달걀을 푼 칼칼한 국물이 속을 풀어준다. 느끼하지 않고 시원하면서 얼큰한 국물과 부드러운 고기, 아삭한 식감을 자랑하는 깍두기까지 3박자 고루 갖춘 육개장은 한번 맛보면 단골이 될 수밖에 없다.
40여 년 동안 변하지 않는 맛을 선보여 온 김인숙 할머니는 “다 찾아주는 손님들 덕이지. 내가 한 게 뭐 있나. 재료를 듬뿍듬뿍 넣으면 아무래도 맛이 좋아지지 않겠어”하며 ”앞으로도 변함없이 정성껏 만들어야지”라고 말했다. 현재는 어머니의 손맛을 아들 부부가 2대째 이어가고 있다. 이집은 맛도 좋지만 주인장 부부의 넉넉한 인심이 돋보이는 곳이다. 해장국이나 육개장 국물이 모자라다싶으면 언제든 요청만 하면 넉넉하게 부어준다. 푹 끓여진 고기 육수에 담백하면서도 칼칼한 맛의 양념장으로 맛을 낸 육개장은 건지를 건져 먹다가 밥까지 한 공기 말아먹으면 어느새 이마에 땀이 맺히고 몸과 마음이 든든해진다. 다만 주문을 받은 후에 파와 고기 등을 넣고 준비된 육수와 함께 조리하므로 음식이 조금 늦게 나온다. 제대로 된 맛있는 육개장을 맛보려면 마음에 여유를 가지고 조금 기다려 보자



메뉴 육개장, 뚝배기불고기, 삼계탕, 해장국
영업시간 오전 9시~오후 9시 일요일 휴무
위치 파주시 금촌동 68-4
문의 031-941-3660





◆ 37년 터줏대감 ‘문산집 순대국밥’
100년 전통 일산시장의 정취가 녹아있는 곳



일산시장은 고양과 파주 인근에서 가장 크고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곳이다. 1908년 경의선 철도가 개통되고 일산 사거리(지금의 구일산사거리)에 5일장이 서기 시작하면서 지금껏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장날이면 골목골목마다 좌판들이 이어져 행인의 발길을 붙잡는다. 아파트와 빌딩 숲 사이에서 몇 발짝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일산시장은 느리게 흐르고 있는 또 다른 과거 속 풍경이다. 그런 일산시장에서 가장 오래된 식당은 어디일까? 바로 30여 년 전 국밥을 만들어 장사를 시작한 ‘문산집’이다. 시장 안쪽으로 한참을 더 들어가 문을 열고 들어서면 70대 어르신 두 분이 반갑게 맞아준다. 37년 터줏대감 문산집 할머니가 끓여내는 순대국밥의 맛은 이미 소문이 자자하다. 주내 도축장에서 직접 사온 머리고기와 내장을 소금으로 깨끗하게 문질러 씻고 연탄불에 은근히 고아낸 사골 국물로 맛을 내기 때문이다. 반찬은 김치와 깍두기, 새우젓이 전부이지만 머리고기가 푸짐하게 들어있고 국물이 텁텁하지 않으면서 구수하다.
“우리집은 사골로만 끓여. 다시다 같은 건 절대 안 쓰지. 맛낸다고 이것저것 국밥에 넣으면 안돼. 고기를 많이 넣고 제대로 끓이는 게 비결이야. 맛은 어디에도 안지지, 자신 있다고.  우리 할멈 솜씨가 장안에서 최고야!” 37년간 이 자리에서 장사해온 것을 알려주기나 하듯 요즘 보기 드문 재래식 화장실이 가게를 끼고 한 바퀴 돌아 뒷골목에 자리 잡고 있다. 곳곳에 오랜 세월 살아온 흔적들이 자욱한 곳. 일산시장 한가운데 시간이 멈춰진 듯 자리 잡고 있는 문산집은 그래서 가을날 더욱 들려봄직하다.




메뉴 순대국밥 따로국밥 모듬순대
영업시간 오전 9시~ 오후 8시30분
위치 일산시장 2번 출입구 안쪽에 위치
문의 031-975-4791
 



◆ 26년 전통 ‘유일 설렁탕’
담백하고 깔끔한 국물 맛이 일품



1987년 중곡동에서 기사식당으로 시작해 1997년 일산으로 터전을 옮긴 유일설렁탕은 한결 같은 맛으로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온 26년 전통의 설렁탕집이다. 메뉴는 설렁탕과 수육 두 가지 뿐이지만 탕과 수육 모두 손꼽히는 맛을 자부한다. 사골을 고아 만든 설렁탕 국물의 색깔은 우선 맑다. 국물이 우유 빛깔에 가까울 정도로 뽀얀 집도 더러 볼 수 있지만 그에 비해 이곳은 투명하고 깔끔하다. 아무 간을 안 하고 맛을 보면 심심하다 싶을 정도로 느끼하지 않고 담백한 게 특징.
주인장은 “설렁탕의 맛을 결정하는 것은 좋은 재료와 끓이는 정성, 그 이상의 비법은 없다”며 “음식은 정직해야 한다. 내 가족이 먹는다는 생각으로 누구나 거부감 없는 진솔한 맛을 내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국물은 사골 한가지만을 사용해 뼈가 알맞게 우러나면 건져낸다. 뼈가 완전히 가루가 되도록 고아 국물빛깔을 우유처럼 하얗게 낼 수도 있지만, 유일설렁탕만의 담백한 국물 맛은 알맞게 삶아 적당한 때 건져내는데 비결이 있다고 한다. 4개의 가마솥을 옮겨가며 사골국물과 수육 삶아낸 국물을 알맞게 섞어 맛을 돋우는데, 기름을 말끔히 걷어낸 투명하게 맑은 국물은 오히려 담백하면서 시원하다. 지하 저장고에서 3~4일 익혀 낸다는 싱싱한 깍두기를 얹어 먹으면 다른 찬이 필요 없을 정도. 설렁탕 국물을 부어 끓여먹는 수육은 또 다른 별미. 주방에 주방장이 따로 없고 가족들이 역할을 분담해 탕을 끓여내고 있어 언제 가도 늘 한결같은 맛을 즐길 수 있다.



메뉴 양지, 차돌박이 설렁탕, 수육
영업시간 오전9시~오후10시
위치 일산서구 탄현동 8-45
문의 031-921-35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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