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코더는 누구나 한번쯤, 어렸을 적 음악 시간에 만져봤을 악기다. 손가락으로 구멍 하나하나를 닫고 열며 소리를 내던 리코더. 가끔씩 ‘삑’ 소리가 났다 하더라도, 마치 자신이 위대한 연주자라도 된 양 흥에 겨워했던 추억이 리코더에 묻어 있을 것이다. 그 리코더의 소리들을 하나하나 모아 세상을 감동시키는 친구들이 있다. 바로 주엽초등학교(교장 전영수) 리코더부 친구들이다. 친구들과 함께 호흡을 맞추며 리코더를 연주하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는 주엽초등학교 리코더 부 친구들을 만났다.
크기에 따라 달라지는 리코더의 음색에 반했어요
주엽초 리코더 부는 그 어느 악기보다 리코더의 매력에 푹 빠진 친구들의 모임이다. 알토, 소프라노, 소프라리노, 베이스와 콘트라베이스까지. 아주 작은 리코더에서부터 제 키 만큼 한 리코더들이 내는 소리도 그만큼 다양하다. 최현진 학생(6학년)은 “크기가 제각각인 리코더들이 내는 소리가 모여 하나의 멋진 곡을 완성해 가는 게 신기하고 즐거워요”라고 했다. 리코더부의 막내 격인 3학년 친구들도 “손가락을 재빠르게 움직여야 할 때는 힘들기도 하지만, 리코더의 맑고 부드러운 소리가 좋아서 리코더부에 들어오게 됐어요”라고 이야기했다. 리포터가 방문한 날은 요한 스트라우스 1세의 <라데스키 마치>를 한창 연습하고 있었다. 부드러우면서도 섬세하고, 잔잔하면서도 때론 격렬하게 연주되는 리코더의 ‘라데스키 마치’는 오케스트라의 연주와는 다른 신선함으로 다가왔다. 진정 좋아하는 것을 즐기며 함께 해서 그런지, 이들의 합주는 기립박수를 보내고 싶을 정도로 감동적이었다.
친구들과 눈과 호흡 맞추다보면 우정도 그만큼 쌓여가죠
리코더는 친구들에게 음악의 감동뿐만 아니라 우정과 협동의 중요성도 일깨워 주고 있었다. 서로의 음색에 귀 기울여야 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무엇보다 중요한 합주. 황유진 학생(6학년)은 “여럿이 함께 하기에 협동이란 게 뭔지, 어떠한 마음을 갖고 임해야 하는 지 조금씩 배워가는 것 같아요”라고 했다. 또래 박한비 학생은 “리코더를 잘하면 나의 특기가 될 수 있지만, 저 혼자 잘해서는 합주가 될 수 없는 것 같아요. 친구들과 좋아하는 것을 함께 하니까 서로 이야기 거리도 많아지고, 우정이 깊어지는 것 같아요”라고 이야기했다. 리코더 연주를 하며, 몰랐던 자신의 특기도 발견하지만 학교생활을 하는 데도 큰 힘이 된다고 한다. 김진서 학생은(5학년)은 “제 성격이 원래는 내성적이었는데요. 리코더를 연주하며 성격도 밝아지고 친구들과 쉽게 어울릴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이젠 음악이 너무 좋아요”라며 누구보다 발랄하게 답했다.
전국 리코더 콩쿠르 금상 입상에 빛나는 실력파 친구들
사실 주엽초등학교 리코더부는 이미 전국에서도 알아주는 실력파 합주단이다. 이미 몇 차례나 전국 경연대회에서 수상했을 뿐만 아니라, 지난 8월에 열렸던 전국 리코더 콩쿠르에선 합주부문 금상과 중주부문 은상을 수상했다. 또한 13회 춘천리코더콩쿠르에서는 합주부문 은상과 중주부문 동상도 수상하는 쾌거를 올렸다. 전국적으로 ‘주엽초등학교’의 이름을 알리는 홍보대사나 다름없는 리코더부인 셈이다. 친구들은 대회 참가가 자신들에게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이자 자부심이 된다고 한다.
단장 김유경 학생(6학년)은 “우리 주엽초 리코더부는 친구들과 선후배들 간의 사이가 너무 좋아서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요. 그래서 연주 실력도 따라 좋은 것 같아요”라고 이야기했다. 이렇듯 리코더부의 분위기와 실력이 남다른 것은 담당 김유미 음악교사의 열정도 한 몫하고 있다. 김유미 교사는 방과 후 시간을 이용해 리코더 부를 무료로 지도하고 있다. 김유미 교사는 “음악 수업이 일단 자유로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아이들도 즐겁게 음악을 즐길 수 있죠. 학교 이름을 알릴 수도 있으니 저에게도 큰 기쁨이 되고 있습니다”라고 했다. 아울러 김교사는 “리코더 연주를 통해 아이들이 한층 밝아진 모습을 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서로에 대한 배려와 예의도 배울 수 있죠”라고 덧붙였다.
리코더 부뿐만 아니라 음악 교육에 대한 학교 측의 관심과 지원도 남다른 주엽초등학교다.
전영수 교장은 “다가오는 시대는 창의성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대다. 그만큼 감성교육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고, 음악이야말로 감성교육을 대표할 수 있는 분야다. 주엽초에서는 학업에 치여 점차 음악과 만날 시간이 사라지고 있는 지금, 초등학교 시절에 한 가지 악기를 즐겁게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 음악을 통해 학생들이 지성과 감성이 어우러진 인물로 성장해 갔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남지연리포터 lamanu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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