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이 다가오면서 많은 학생과 학부모들이 공부 계획을 짜느라 여념이 없을 것이다. 빠듯한 학기 중 생활에서 벗어나 성적이 안 좋은 과목이나 자신의 취약점들을 차분히 보완할 수 있는 절호의 시기가 겨울방학인 만큼 새로운 각오를 다지고 알찬 계획을 세우는 것은 무척 중요하다. 앞으로의 두어 달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남은 1년의 성적이 좌우된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공부는 계획과 열정만 가지고 되는 것은 아니다. 매년 이맘때면 겨울방학을 준비하는 학생들과 상담할 기회가 많은데, 대화를 나눠보면 무척 성실하게 공부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학습 방법 때문에 성적이 불안한 친구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무작정 열심히 공부하기보다 올바른 방법으로 효율적인 공부를 하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 특히 수능 국어는 양적 지식보다 엄밀한 논리력과 사고력을 요구하는 시험이기 때문에 잘못된 방법으로 공부한다면 자칫 시간 낭비만 될 공산이 크다. 그렇다면 성적을 불안하게 만드는 수능 국어에 대한 오해는 무엇이며 올바른 학습을 위해선 어떠한 방법이 필요한지 간략하게 살펴보도록 하자.
(1) 수능 국어는 배경지식이 필요 없다? No! 개념적 배경지식을 반드시 요구한다.
수능 국어를 조금이라도 공부해 본 학생이라면 모르는 지문이 출제될 가능성이 많고 논리적 이해력을 묻는 시험이니 배경지식보다는 지문 해석력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수능 국어가 배경지식을 전혀 요구하지 않는다는 생각은 잘못된 상식이다. 물론 출제된 지문 내용에 대한 사전 지식이 있어야 풀 수 있는 문제는 없다. 즉 ‘내용적 배경지식’을 요구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그러나 문제를 정확히 풀기 위해선 ‘개념적 배경지식’이 반드시 필요하다. 가령, 문학 지문에서 표현상 특징이나 서술상 특징을 묻는 문제가 출제되었을 때 선택지에는 다양한 문학적 개념어들이 등장하기 마련이다. ‘비유’, ‘역설’, ‘반어’, ‘이미지’, ‘대화체’, ‘서술자의 개입’, ‘내적 독백’, ‘장면 전환’ 등등. 이러한 개념들에 대한 정확한 배경지식이 없다면 생소한 작품에서 위의 요소들을 찾아내기가 무척 어려워진다. 실제 올해 수능 국어 B형에서 오답률이 가장 높았던 문항 중 하나는 현대시에서 표현상 특징을 찾아내는 문제였다. 그만큼 학생들이 개념 학습에 소홀하다는 증거일 것이다. 지문을 해석하는 훈련과 아울러 ‘개념적 배경지식’에 대한 학습이 동반되어야 고득점을 올릴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2) 수능 국어에는 특별한 공부의 기준이 없다? No! 지문과 문제를 분석하는 나름의 기준이 있다.
많은 학생들이 수능 국어를 공부하면서 무작정 문제만 풀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어떻게 지문을 분석하고 문제에 접근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없어서 그럴 것이다. 국어에 특별한 공식이 있는 것도 아니고 무슨 특별한 기준이 있겠는가 싶겠지만 그건 수능 출제의 본질을 모르고 하는 소리이다. 수능은 전국 60만 이상의 수험생이 치르는 시험이다. 그만큼 객관적이고 공정한 원칙 아래 출제되기 때문에 제시된 지문과 문제를 풀어가는 합리적 기준이 분명 존재한다. 예를 들어 현대시를 출제하는 경우, 출제자들이 주로 묻는 사항은 교과서에서 제시하는 보편타당한 현대시의 구성 요소들이다. ‘화자’, ‘시적 상황’, ‘정서, 태도’, ‘표현과 발상’ 등이 대표적인데 출제되는 문제들이 위의 요소들에 집중되어 있으므로 그것을 ‘기준’으로 삼아 접근해야 출제자가 요구하는 수준의 분석을 이끌어낼 수 있다. 이러한 기준점을 설정하지 않은 채 분석의 원칙 없이 문제를 풀다 보니 공부하면 할수록 막막한 기분만 얻게 되는 것이다. 문학이든 비문학이든 해당 영역에서 출제되는 문제의 유형들은 결국 교과서에서 제시하는 보편적인 글의 구성 요소이다. 그것들을 잘 생각해서 분석의 ‘기준’으로 삼은 후 지문에서 찾아내는 훈련을 꾸준히 해야 수능 국어에서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다.
(3) 수능 국어는 책 많이 읽고 자기 주관이 뚜렷한 아이가 잘 한다? No! 지문과 선택지에 입각한 객관적 사고력이 중요하다. (발산적 사고 < 수렴적 사고)
수능 국어에 대한 가장 대표적 오해 중에 하나는 ‘독서력’이 성적에 큰 영향을 줄 것이란 생각이다. 물론 많은 독서를 한 학생들은 어휘적 직관도 풍부하고 글의 주제나 필자의 생각을 읽어내는데 다른 학생보다 능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것이 국어 성적에 결정적인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책을 많이 읽고 자기 주관도 뚜렷한 아이들이 국어에서 고전하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수능 국어는 독서를 통한 풍부한 지식 습득 여부를 묻지 않으며, 학생들이 자기 나름의 주관적 생각을 펼치며 푸는 시험이라기 보단 지문에 대한 출제자의 해석이 타당한지 ‘객관적’으로 검토하기를 요구하는 시험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자신의 사고를 ‘발산’하기보다는 필자의 시각과 지문의 논리를 철저히 ‘수렴’하여 사고하기를 원하는 것이다. 결국 ‘독서력’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 ‘객관적 사고력’이다. 안타깝게도 많은 학생들이 이러한 원리를 망각하고 자기 주관적 사고를 발휘하다가 국어에서 낭패를 보는 경우가 허다하다. 심지어 출제자가 그 지문을 해석할 기준을 <보기>에 제시한 후 ‘<보기>를 참고하여 윗글을 해석하라’고 출제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 생각을 대입하여 선택지를 골라내다 틀리는 경우도 많다. 지문의 내용을 자신의 논리로 끌어와 이해하기보다 철저히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훈련을 해야 수능 국어에서 고득점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
해원국어
김응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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