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친구들이랑 어울려 다니던 초등학교를 떠나 중학교로 가면 아이들은 혼란을 느낍니다. 시간마다 다른 선생님이 들어오고, 과목마다 준비물도 제각각입니다. 항상 지켜보던 담임 선생님도 교실에 없고 수업 시간은 5분이나 길어지고요. 복도에서 마주치는 선배는 똑바로 마주보기도 겁납니다.
초등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중학교. 이제 막 어린이 딱지를 떼고 청소년이 된 새내기들에게는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예비중1을 위한 현직 교사의 조언을 들어보았습니다. 중학교에서 미리 살아본 선배들의 노하우는 덤이에요.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호곡중학교 박세경 교사
“스스로 챙기는
생활습관 갖춰야”
호곡중학교(교장 김영선)에서 지난 한 해 1학년을 맡아 지도한 박세경 교사는 중학교 1학년 새내기들이 겪는 어려움을 조목조목 짚었다. 학교생활이나 교우관계, 부모님과의 관계에서도 중학생은 큰 변화를 겪는 시기다. 나를 둘러싼 세계의 범위가 넓어지는 경험 앞에서 아이들은 당황한다. 박세경 교사는 “열심히 생활하는 것과 별개로, 평소 모습에서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태도가 있다면 부드럽게 중학교 생활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생활
“가장 당황하는 건 시간표마다 다른 선생님들이 들어온다는 거죠. 항상 담임선생님이 교실에 앉아서 아이들을 지켜보는 가운데 생활하다가 중학교에 오면 선생님 얼굴 보기도 힘들고 어느 교무실에 계시는지도 한동안 모르니까. 그런 시스템의 변화에 적응하기 힘들어하는 아이들도 있어요.”
가장 힘들어 하는 것은 자기 스스로 생활하는 습관이 들어있지 않은 아이들이다. 교과마다 챙겨야 하는 준비물과 과제를 준비하지 못하니 수행평가, 준비상태, 수업태도 등에서 피해를 보게 되는 상황도 종종 벌어진다.
교우관계
“초등학교 때 친구들 사이에서 굉장히 인기가 높고 왕따도 시키고 했던 아이들이 오히려 왕따를 당하는 것이 가능한 시기가 중학교인거 같아요. 초등학교 때의 생활에 대한 가치판단을 하는 거죠.” 중학교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반성하고 달라지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변함없는 교우관계 패턴을 고수하는 아이들은 결국 친구들에게 거부당하기도 한다.
“중요한 건 인간성이죠. 저는 아이들에게 선생님 눈이 아니라 아이들의 눈이 중요하다, 주위를 살피라는 이야기를 해요. 친구들에게 악의적이고 고의적인 행동을 하거나 중요한 순간에 자기만 빠져 나가려고 변명하는 비겁한 모습을 보이는 아이들은 결국 친구가 없어지는 결과가 돌아와요. 아이들의 평가는 굉장히 무섭거든요.”
이처럼 1학년 때와 2, 3학년 때의 교우관계는 다른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지나치게 순해서 버텨나갈 수 있을지 걱정했던 아이들이 오히려 잘 지내는 경우도 많다. 사회성에 문제가 없다는 전제에 한해서다. 중요한 것은 인간성이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아이들은 결국 좋은 평가를 받는다고 박세경 교사는 강조했다.
학습
“요즘 학교는 상대적인 기준이 아니라 성취기준이라서 많은 아이들이 어느 정도 기준에 도달하면 점수를 받을 수 있어요. 너무 경쟁적인 학교 시스템을 만들지 말자는 취지죠. 특목고가 아닌 일반고를 진학할 거라면 어려운 문제 풀이나 선행학습이 그리 중요하지 않아요. 선행학습이 필요한 경우는 많아도 반에서 5명 정도예요.”
박세경 교사가 학습에서 강조한 것은 언어능력이다. 모든 교과에서 통틀어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책은 많이 읽는다는데 어휘력이 떨어지는 것은 독서의 수준이 낮기 때문이란다. “책을 읽으면서 생각을 하는 아이들은 많지 않아요. 독서의 수준을 높이는 것은 갑자기 되는 것이 아니에요. 초등학교 때부터 어떤 내용을 읽고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꾸준히 다뤄보면 도움이 될 거예요.”
부모님
“초등학교 다닐 때 부모가 다 챙겨주려고 하면 나중에 중학교 가서 아이는 더 힘들어요. 부모님은 아이가 스스로 챙기고 준비할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부모가 너무 공들여서 돌봐준 아이들, 컨설턴트 한 아이들도 중학교 생활에서 어려움을 겪는 일이 있다고 한다. 지식은 많은데 사회성이 떨어질 경우 학교에서 친구나 교사들에게 ‘대접’을 받지 못한다고. 박세경 교사는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성”이라고 짚었다. 사회성을 키우려면 잘 놀아야 하는데, 혼자서 좋은 스펙을 쌓으며 다니는 것도 좋지만 또래들이 있는 곳에서 아이들이랑 많이 노는 것이 사회성을 키우는 좋은 방법이라고 귀띔했다.
>>>호곡중학교 선배들이 말하는 중학생활 적응 노하우송정섭 군
“중학교 공부는 수업 시간 집중이 중요해요”
“꼼꼼히 공부하는 습관을 가져야 돼요. 초등학교 때는 시험이 쉽잖아요. 중학교 때는 만만하지가 않아요. 초등 시험 보다 과목수도 많아지고 문제 수준도 높아져요. 수업 시간에 선생님 말씀을 잘 듣는 게 중요해요.”
이준우 군
“초등학교 때 운동 충분히 즐기고 오세요”
“식사 시간은 12시 반으로 늦춰지고 수업시간은 5분 길어진 게 힘들었어요. 1학기 지나니까 익숙해지더라고요. 무서운 선배들도 있는데, 인사를 잘 하면 돼요. 공부는 학원 다니는 것보다 집에서 혼자 공부하고 수업 시간에 집중하는 게 가장 좋았어요. 중학교에서는 공부하는 시간이 늘어나니까 초등학교 때 여러 가지 운동을 충분히 즐기고 왔으면 좋겠어요.”
유준하 양
“먼저 질문하면 선생님들이랑 친해질 수 있어요”
“중학교에 와서 교복 입는 게 힘들었어요. 한 번에 입을 수 있도록 전날 미리 정리를 해두면 시간도 절약이 되고 좋아요. 학교생활에서는 동아리 활동을 해보세요. 봉사 시간도 동아리 통해서 할 수도 있어요. 모르는 게 생기면 선생님들에게 많이 물어보세요. 수업 끝나고 궁금한 거 물어보면 바로 알 수도 있고 선생님들하고 사이도 좋아져요.”
김성은 양
“중학교에서 쓰는 말 어려워, 독서 많이 하세요”
“수업 시간에 선생님은 그냥 자연스럽게 쓰시는 단어인데 그걸 잘 못 알아듣는 게 있어서 처음에 힘들었어요. 미리 책을 좀 읽어 놓았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했어요. 중학교 오기 전 겨울방학 때 책을 많이 읽었으면 좋겠어요. 중학교 들어오면 국어시간에 문학작품도 나오고 단어도 많이 나오니까 다양한 분야의 책을 많이 읽어두면 도움이 될 거 같아요. 초등학교 때는 중학교 생활 어떻게 할까 걱정 많이 했는데, 막상 일 년 생활해 보니까 별거 아니더라고요.”
안곡중학교 이종섭 교사
“말해도 안 들리는 중1병?
비폭력대화로 극복해요”
안곡중학교(교장 문영애) 이종섭 교사는 “요새는 중2병이 아닌 중1병”이라고 말했다. 자기는 남들보다 우월하다는 생각을 하는 등, 자기객관화가 떨어지는 중2병의 특성이 중1들에게서 보일 만큼 연령대가 낮아진 양상을 보이는 추세란다. 이종섭 교사는 단적인 예로 요즘 학생들의 읽기와 듣기 능력이 떨어지는 것을 들었다. 뜻을 파악하지 않고 글자만 읽거나, 자기 관심 분야가 아니면 들리지 않는 모습. 여러 번 반복해도 들리지 않는 중1들을 대할 때 이종섭 교사는 “어른들이 화를 내지 말고 비폭력대화를 이용해 적극적으로 소통할 것”을 권했다. 또 학생들은 누구하고라도 대화를 하면서 자기표현을 많이 하라고 말했다. 서술형, 논술형 문제에서도 평소 말로 자기표현을 잘 하는 아이들이 더 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학교생활
이종섭 교사는 “초등학교 때 습성을 버리지 못한 채 중학교 1년을 지내는 아이들도 있다. 대개 두세 달 지나면 적응하는데, 그때까지는 도와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부모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입학 때 나눠주는 신입생 안내 자료를 자녀와 함께 읽어보는 것이다. 학교생활 규칙을 미리 살펴보면 적응을 도울 수 있다.
학부모들이 오해하는 것 중 하나가 학교폭력에 관해 달라진 제도다. “어릴 때는 다 싸우면서 자라는 거라고 말하는 어른들이 있는데, 요새는 싸움 구경만 해도 처벌 대상이 돼요. 달라진 제도를 잘 알기 위해서 학부모 교육에도 가보는 것이 좋아요.”
교우관계
“요즘 학생들에게 부족한 것이 자기감정을 읽고 표현하는 방법이에요. 내 감정을 적절한 말로 표현하고 부탁하는 방법을 제대로 못하는 학생들이 대다수예요. 자기가 느낀 감정을 표현하고 관찰하고 부탁하고. 이것만 할 수 있어도 관계에서 큰 어려움이 없어요. 부모 자녀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죠. 불량 학생을 만나 사귀든 뭘 하든 부모가 아이와 소통이 되면 나아질 수 있어요. 부모들이 관련해서 상담이나 교육을 받을 필요가 있어요. 무엇보다 내 아이를 지키기 위해서.”
학습
“대부분 열심히 공부하지만 이미 포기한 아이들도 있어요. 중학교 때 공부를 포기하지 않게 하려면 아이의 관심 분야를 부모가 같이 찾아 주세요. 관심 분야를 찾는 데는 책을 읽는 방법이 있는데, 많이 읽기 보다는 읽는 습관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좋아요. 일주일에 두세 번이라도 책을 놓지 않고 책과 가까이 하게 도와주세요. 읽고 나서는 책에 나오는 장소를 같이 가봤으면 좋겠어요. 문학이든 비문학이든 책이 내 생활과 멀지 않다는 경험을 해보면 좋아요. 다양한 방법으로 관심 분야를 찾아주고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찾아주는 것이 좋겠죠.”
이종섭 교사가 권한 학습 방법은 배움의 공동체라고도 부르는 ‘스터디 그룹’이다. “아이들이 먼저 친해지고 나서 스터디 모임으로 발전되면 좋아요. 서로 가르쳐주면서 배우면 학원 다니는 것보다 숙제 부담도 없고 학습에 대한 흥미도 유지할 수 있어요.”
부모님
“부모님들이 성적에 민감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아이의 교육을 일이년 단위가 아니라 5년, 10년 단위로 보면 좋겠어요. 교육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는데 아직도 등수에 연연하면 학생과 갈등이 생길 수 있어요. 대학을 들어가는 방법도 250가지가 넘고, 교육도 더 이상 경쟁 차별 등수에 얽매이지 않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요. 앞으로의 교육은 협력을 중시하죠. 가르쳐주는 걸 습득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배우는 걸 중시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어요. 성적이 오르내리는 것에 강박관념 갖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호곡중학교 선배들이 말하는 중학생활 적응 노하우강예린 양
“시험 공부는 한 달 전 계획 세워서 하세요”
“중학교는 초등학교 보다 과목수가 많아져서 힘들었어요. 시험 볼 때 많으면 11과목, 적으면 7과목이에요. 초등 때는 하고 싶은 과목 골라서 문제 풀어보고 시험 봤거든요. 중등 때는 한 달 쯤 전부터 과목 별로 계획을 세워서 공부하는 것이 좋아요.”
하정호 군
“중학교 생활 힘들어도 1학기 지나면 익숙해져요”
“집이 멀어서 등교할 때 다리가 아파서 힘들었어요. 초등학교 때는 집에서 5분이면 가는 학교를 지금은 걸어서 20분 정도 걸려요. 또 어려운 건 친구 사귀는 일인데요. 먼저 장난치고 친구도 장난으로 받아주면서 자연스럽게 친해지게 됐어요. 중학교 생활은 방학 때 쯤 되니까 익숙해졌어요.”
문정윤 양
“친구 사귀려면 먼저 다가가세요”
“친구 사귀기는 초등 때랑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친구에게 먼저 다가가면 돼요. 친해지고 싶은 친구가 있었는데 그 애랑 친한 다른 애보고 도와달라고 했어요. 그걸 계기로 많이 친하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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