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냉면 전문점 옥류담 운영하는 이병설, 류소라 씨 부부

“냉면 한 그릇 먹으려고 찾으니 너무 고맙잖아요”

지역내일 2014-01-07

“처음에는 음식을 배워도 잘 만드는 법만 배웠지, 내가 스스로 장인 정신을 가지고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별로 없었어요. 장사만 잘 되면 된다, 이랬는데 시간이 지나고 음식에 대해서 알아갈 수록 더 어려웠어요. 정말 여러 가지로 어려웠어요.”
남편 이병설 씨와 함께 평양냉면 전문점 옥류담을 운영하는 류소라 씨가 엷게 웃으며 말했다. 웃음 뒤에 감추어진 수많은 사연들을 캐묻고 옮겨 적는 것이 리포터의 일이건만 어쩐지 이날만큼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때 아닌 큰 눈이 내려서 였을까. 진하고 구수한 꿩 육수 국물 홀짝이면서, 그저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고만 싶었다.


메밀 넣어 제대로 만든 평양냉면 한 그릇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사람이 많건 적건 간에 옥류담에는 변하지 않는 원칙이 하나 있다. 주문하면 즉석에서 반죽해 면을 뽑아 냉면을 만드는 일이다. 평양냉면은 메밀로 만든다. 옥류담의 평양냉면은 메밀 70%에 전분 30%를 섞어 만든다. 미리 만들어 놓으면 쉬 삭아 버리는 메밀면의 특성 때문에 즉석에서 할 수밖에 없다.
평양냉면은 육수보다 면 뽑는 게 중요하다. 메밀 향이 퍼지면서 쫄깃하면서도 부드럽게 씹히는 식감이 있어야 제대로다. 함흥냉면은 고구마 전분이 재료라 만들기도 쉽지만 메밀은 다르다. 그래서 함흥냉면에 비해 평양냉면 전문점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제대로 된 평양냉면 한 그릇 먹었네요.”
손님들이 이 말 한 마디 해줄 때, 가장 고맙고 뿌듯하다는 이병설, 류소라 씨 부부.
이북이 고향인 실향민은 물론이고 외국에 살다 한국 들어올 때면 꼭 들르는 단골손님, 어릴 때 부모님 따라 먹던 맛을 기억하고 친구들을 데리고 오는 젊은 손님들까지. 이 부부의 정성 담긴 평양냉면을 아껴주는 이들이 있어 처음 맛 그대로 음식을 만든다.


두 번의 실패 끝에 차린 옥류담
옥류담은 꿩으로 육수를 낸다. 육수에 꿩을 넣어야 감칠맛하고 시원한 맛이 살아나기 때문이다. "꿩이 들어가야 진짜 평양냉면"이라고 이병설 씨가 힘주어 말했다. 처음부터 이북 음식을 잘 아는 건 아니었다. 탈북을 해서 남한에 정착한 류소라 씨의 형부한테 배운 거였다.
17년 전. 류소라 씨의 형부는 모 북한 음식전문점의 대표 이사로 일하고 있었다. 식당 하나를 류소라 씨에게 맡겼는데 28살의 결혼도 안 한 젊은 처녀의 눈에 음식 만드는 일, 특히 면 빼는 작업이 그렇게 재미있어 보이더란다. 어릴 때부터 요리를 좋아해서였을까.
“면 만드는 거 보니까 되게 재밌어 보였어요. 처음에는 가르쳐달라고 해도 안 가르쳐 주대요. 그러다 한번 해봐라 하기에 대번에 따라 했어요. 거기 30년 면만 만든 사람 말이, 면 빼는 사람은 처음 시켜보면 안대요. 소질 있다고 칭찬 받고 그러다 점점 주방으로 들어가게 된 거죠.”
그 후로 두 번이나 식당을 차렸다가 홀딱 망하고 세 번째로 차린 집이 옥류담이었다. 수중에 가진 돈이 없어 창업자금도 류소라 씨 언니한테 겨우 빌려 시작했다. 남편도 다니던 회사를 그만 두고 식당 일에 뛰어들었다. 


원칙을 지키니 돈이 따라와
“처음에는 혼자 하다가 여름철 손님이 너무 많아서 남편까지 같이 했어요. 이걸로 승부를 걸자고 했지만 난 너무 무서웠어요. 뱃속에 아기도 있었거든요. 우리 애를 잘 키우자. 애 때문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둘이 합심해 진짜 악착같이 했어요, 악착같이.”
대신 원칙은 지켰다.
“원리원칙을 지켜서 하는 게 중요했어요. 제대로 된 재료 쓰고 손님도 제대로 대하고요. 식당 차려도 돈 있는 사람은 인테리어 예쁘게 하고 분위기만 좋게 하면 음식은 좀 맛없어도 사람들이 가잖아요. 그래서 원칙 지켜가면서 진짜 독하게 했어요.”
맛없게 만들어진 면은 손님이 원해도 팔지 않고 버렸다. 돈보다 맛을 지키니 돈이 따라오는 아이러니. 두 번의 실패가 준 교훈이었다. 냉면뿐이 아니다. 옥류담 녹두전은 백퍼센트 녹두로만 만든다. 숙주를 넣어 씹을수록 향기롭고 구수한 맛이 일품이다. 만두는 이북식으로 숙주와 양배추, 부추, 양파를 넣고 꿩고기와 돼지고기를 함께 넣는다. 겨자의 이북 사투리인 ‘개자’를 넣어 만드는 이북식 초개탕도 있다.


사람 귀하게 여기는 마음 간직하고파
메밀로 만드는 면은 세심하게 다루어야 한다. 뜨거운 물에 메밀가루를 반죽해서 국수 한 그릇으로 만들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5분 안팎. 그 짧은 시간 안에 정확한 판단과 노련한 손놀림이 필요하다. 반죽의 되기에 따라 끓는 시간도 조절해야 한다. 눈비 오는 날에는 축 쳐지는 등 날씨의 영향도 받는다.
그래도 처음처럼 면을 만든다. 백일도 안 된 아기 맡겨 놓고 일할 때처럼 악착같이.
“처음 마음 그대로 먹고 일하려고 해요. 사람이 바빠지면 손님을 귀하게 안 여길 수도 있잖아요. 그런 마음이 들 때면 얼른 바꿔요. 아 너무 고맙다. 이거 한 그릇 사먹으러 여기까지 오고, 날씨 궂은 날은 이런 날도 오다니 고마워라, 우리 집을 어떻게 알았을까 이렇게 생각해요. 처음에 먹었던 마음 그대로 간직한 채 열심히 일하고 싶어요.”
제대로 된 재료로 정직하게 일해야 한다고, 그것만이 사는 길이라고 믿는 옥류담의 주인장 부부. 그들이 만드는 평양냉면의 맛처럼 살아온 이야기도 참 담백했다.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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